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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아나운서
 배현진 아나운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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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님, 당신이 <뉴스 데스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전 'MBC 파업이 드디어 끝났나 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드디어 물러나고 직원들이 복귀하고 그래서 배현진님도 앵커석에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니 웬걸. 홀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도 분명 파업 참여와 탈퇴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노조를 탈퇴하고 방송에 복귀한 순간부터 터진 방송국 동료들과 시청자들의 비난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간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왜 수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복귀를 선택했는지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내 인트라넷에 심경을 담은 글을 남긴 것이겠지요.

파업의 당위성을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마치 동료들과 선배들의 강권에 의해 마지못해 파업에 참여한 것이라고 당신은 썼습니다. 명분 없는 파업에 마음도 없이 끌려다니는 것이 싫었고 한쪽으로 치우친, 비민주적인 행태가 싫었고, 심지어 후배들을 향한 불호령과 폭력도 있었다는 당신의 이야기는 '공정방송'을 외치면서도 비민주적 행태를 자행하는 노조를 향한 일종의 '폭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일단 저는 배현진님의 말을 믿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위 '민주적'인 곳에서 '비민주적' 행위가 벌어지는 건 사실 비일비재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배현진님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네요. 정말로 배현진님은 지금의 보도가 '공정한 보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나요? 자신이 방송하고 있는 그 뉴스 원고가 오히려 더 '정치색'이 짙게 배어 있고 한쪽으로만 완전히 치우쳐져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나요?

언론인의 생명을 지키는 게 어떻게 '정치적'인가요

"언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의사 표현과 참여는 오로지 유권자로서 선거와 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배현진님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인이 누굽니까? 바로 국민에게 올바른 사실을 알려주고 국민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도록 이끌어주는 이들이 바로 언론인입니다. 그렇기에 언론인에게 '공정보도'는 생명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생명이 '정치색 짙은' 사장에 의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파업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한 죄책감'이었습니다. 공정보도를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을 '속여왔다는' 죄책감이 MBC의 중견 간부들까지 파업에 참여하게 만들었고 100일이 넘는 기간에도 파업이 결코 꺾이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언론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무슨 '정치적'인 해석이 필요할까요? 그들은 '진정한 언론인의 삶'을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언론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거대 권력을 등에 업은 '낙하산 사장'을 상대로 말이죠. 배현진님은 결국 이 파업을 노조원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준엄한 대상'인 시청자들의 비난, 이제 어떡하시렵니까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민주의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민주의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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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님은 자신을 향한 누리꾼들의 댓글을 읽어보셨는지요? 그야말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심경을 나름 솔직하게 담았다는 글을 보고도 누리꾼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나간 유행어지만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이것을 혹시 일종의 '군중심리' 혹은 '영웅심리'로 보시고 계시나요? 아니면 아나운서를 향한 '질투'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배현진님은 그야말로 '삽질'을 하고 계십니다. 배현진님은 왜 그들이 님을 향해 심하게 손가락질을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할 겁니다.

대중은 단순히 배현진님이 업무에 복귀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간 파업에 꾸준히 참여하다가 100일이 넘어 파업이 조금씩 힘을 잃고 게다가 야당의 총선 패배로 해결의 희망이 희미해져갈 때를 이용해 자리를 바꾸고 입장을 바꾸는 행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일명 '기회주의자'라는 것이죠.

배현진님의 입장에서 이 말은 어쩌면 억울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자신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아니고 끌려나온 건데, 이래저래 눈치보다가 내 소신으로 행동했는데 돌아온 것은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이라니!  그러나 바로 그 비난이, 배현진님이 '준엄한 대상'이라고 칭한 시청자들의 준엄한 판결입니다.

진정으로 시청자를 준엄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청자들이 왜 자신에게 맹비난을 퍼붓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한도전>이 계속 결방되어 재방송이 16주 정도 계속되어도 사람들은 <무한도전>의 본방송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한도전> 재방송을 지켜보면서 파업의 승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런 식으로 배현진님이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돌아온다면 승리의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배현진님은 시청자가 전혀 원하지 않은 방법으로 돌아왔습니다. 자,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이라고 하셨죠? 시청자는 완전히 배현진님을 '기회주의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이제 어떡하시렵니까?

존경받긴 힘들어도 '닮지 말아야 할' 언론인은 되지 말기를...

배현진님, 지금이 진짜로 '기회주의'를 발휘할 때입니다. 분명 배현진님은 <뉴스데스크> 편집 회의에 참석하고 아이템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뉴스 멘트를 직접 작성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배현진님은 자신이 쓴 글대로 실행하면 됩니다. 즉, 이제껏 불공정한 보도를 하게 된 점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직접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하면 됩니다. 정부의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불리한 뉴스는 빼버렸던 지난 날의 보도들, 미처 보도되지 못하고 날아가버린 이 정부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입으로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반성하셔야 합니다.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한다"고. 그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배현진님의 모습입니다. 이런 '기회주의'는 얼마든지 발휘해도 좋습니다.

배현진님, 당신은 아직 전도유망한 언론인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고 해야 할 방송이 더 많은 언론인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바라기 언론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당신은 후배 언론인들이 결코 닮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결국 불의에 항거한 사람이 승리자가 됐습니다. 너무 말이 거창한가요? 하지만 이것이 배현진님에게 드리는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존경받는 언론인이 되긴 힘들어도 부디 닮지 말아야 할 언론인이 되지 말기를 일개 시청자가 감히 빌어봅니다.


태그:#배현진, #MBC, #파업,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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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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