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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1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1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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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패배의 가장 큰 문제는 '질 줄을 몰랐다'는 데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민주진보 진영은 대부분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지난 총선이라고 상황이 특별히 바뀐 것도 아니었다. 통합을 비롯해 더 좋아졌다고 볼 대목은 오히려 많았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이후에 민주진보 진영은 그야말로 기세등등했으며 과반의석 확보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 한나라당에 과반을 허용할 것이라는 생각한 사람의 거의 없었다.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4·11 치욕' 이후의 현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패배의 이유를 밝히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적한 대로, 도대체 왜 졌는지, 또 어떤 전략적 오류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성도 대책도 나올 리가 없다. 게다가 '사실은 진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 '이 정도면 잘한 것이다'라는 주장마저 등장한다. 일단 새로운 지도부에 일을 맡겨 보자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을 앞둔 민주통합당의 모습은 기대보다는 우려스럽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당장 참여정부의 이해찬, 국민의 정부의 박지원 '두 분'이 또다시 등장한다. 잘하실 분들이지만, 무거운 분들이다. 1998년에서 2007년까지의 1기 민주정부의 유산 관리자라는 이미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자칫 과거의 유산에 안주하고, '기득권'에 취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전략을 수용하는데 주저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또 무엇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공에 집착하여 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극복하는데 인색할 수도 있다. 4·11총선의 패배, 불안정한 대선전망, 정당구조 밖의 안철수씨 지지공간 등은 지금 민주당통합당이 관리보다는 대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요인들이다.

고원의 <대한민국 정의론>
 고원의 <대한민국 정의론>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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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의 <대한민국 정의론>은 책략서다. 굳이 '책략서'라고 지칭한 것은 그의 식견이 선거를 의식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정략이나 전략을 넘어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현실정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책략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좀 더 사회과학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가치의 권력교체, 즉, 푸코(M. Foucault)가 언급한 대로 '정치투쟁의 목표는 권력의 획득이 아니라, 권력의 경제학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다소 생경하게 시작되는 저자의 자기소개에서 그는 스스로 '이상주의자'임을 밝힌다.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하면서 옥살이를 두 번 했으니 그의 시선이 항상 멀리, 높은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만하다. 그렇다고 정치학자인 그가 현실정치라는 진흙탕 속의 사정을 모른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에서 근무했던 관계로 내부 사정에 밝을 뿐더러 대선 등 중대한 정치국면에 주저치 않고 참여하여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다. 또 민주진보 진영의 다양한 토론공간에서 꾸준히 주목할 만한 담론을 개진한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이 책은 당장 현재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어지럽게 제기되는 갖가지 논쟁들을 자신의 지식과 철학으로 다시 꿰어 설명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민주진보 진영 내부의 갖가지 담론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이 논쟁적임을 의미한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갖가지 노선과 이념에 대해서 논쟁을 일으키는 한편,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칭하고 그가 제기하는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싸움을 피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화쟁(和爭)'의 전략을 구사하고자 한다. 시비를 일으켜, 합의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고원의 <대한민국 정의론>은 한 권의 책략서로서 압축적이면서도 내적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서평에서는 책의 논지에 근거해 크게 3가지 논쟁거리를 정리해보려 한다.

[① 적이 누구냐?] 대한민국 지배하는 실체 '특권과두체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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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모든 전략의 첫 단추다. 지금 대선을 앞둔 민주진보 진영의 적은 누구일까? 상업적 독재의 모습을 보여준 이명박 대통령일까? 원조 개발독재를 떠오르게 하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일까?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저자는 적을 먼저 규정하는데, 특정인이 아닌, '특권과두체제'를 지목했다.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는 '특권과두체제'에 대해 고원은 '재벌, 글로벌 금융자본과 금융엘리트, 정치엘리트, 엘리트 관료, 수구언론, 전문가 엘리트들로서 거대한 특권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폐쇄적 네트워크'라고 파악한다. 1% 기득권의 탐욕의 카르텔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고원은 이 특권적 지배 카르텔이 박정희 정권 이후에도 끊임없이 증식을 거듭해, 민주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와서 완결적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설명에 근거해서 보면, 이 부분에서 현재의 우리 정치가 주목할 부분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하나는 현재 논쟁 중인 신자유주의, 복지주의, 공평주의, 선진화담론 등 다양한 이념노선에 대한 논쟁에 앞서, 이 사회의 권력을 행사하고 유지하는 '권력실체'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 민주정부가 특권과두세력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했고, 만일 그것이 민주정부의 실패와 연관되어 있다면 2012년 체제에서 민주진보세력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두운 징조가 되고 있는 이들 '훈구귀족' 세력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과거 집권세력이었고 차후에도 집권의 중심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민주통합당 안팎의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 '당신들은 이 특권과두체제 안에 있을 것이냐, 아니면 밖에서 싸울 것이냐?'를 묻는 것이다. 이 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두 지도자의 아우라에 기대어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의 과민반응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저자가 의도하는 바는 민주진보 진영의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저자는 이들 특권과두세력이 김영삼 정부에 이은 민주정부 내에서도 신자유주의 노선의 확산과 더불어 빠르게 증식을 거듭해해 온 점에 주목하고, 민주진보진영이 특권지배에 대한 명확한 성찰과 대응 없이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민주진보 진영 내부에는 과거 민주정부는 물론 민주통합당의 '진심'을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 존재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출세했을까? 또 어떻게 저런 법안이 통과되었을까 하는 모든 의문은 바로 이들 '특권과두체제'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 속에서만 풀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민주화 세력이 민주진보 진영 내부에서 '민주화 귀족'으로 기득권화 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는 현재 우리 사회 여론이 산업화 귀족과 민주화 귀족이 나란히 특권을 누린 것에 대한 분노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연결된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데, 즉 이 같은 흐름이 제도정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배설과 자위의 성격이 강한 정치연예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고, 가뭄에 단비를 내리는 '레인 메이커'를 기다리듯이 외부의 인물을 선호하는 구세주 신드롬을 현실 정치에 확산시켰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② 우리는 좌파인가?] 헌법의 이념적 위치와 '사회시장경제' 노선

'나는 좌파가 아니다'라는 언술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패러독스이다. 물론 우리가 스스로를 우파라고 지칭하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호명에 별 수 없이 대답하는 우울한 자기검열의 흔적은 그야말로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모든 이들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우리 사회의 억압적 관행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문화적 권력으로부터 개혁적 유권자는 물론, 정치인 또는 지식인들조차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권 밖에서 정치에 진입하려 하거나, 중도적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술이 바로 '나는 좌도 우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도가 몰가치성으로 나타나, '가치'에 기반을 둔 정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작동되거나, 일부 기회주의자들이 특권과두세력과의 우호적 관계유지를 위한 훌륭한 위장망로 쓰인다는 데 있다. 그러나 '가치'를 건너뛰고 정치를 얘기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 책의 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2부에서 '가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다. 이념에서 벗어난 정치를 얘기하는 순수하거나 순진한 사람들에게, 당장 헌법 자체가 공동체의 이념적 틀임을 '자상하게' 강조한다. 특히 미국보다는 왼쪽, 유럽의 사민주의 국가 헌법보다는 오른 쪽에 있는 우리 헌법의 이념적, 이데올로기적 위치에 대해 설명한다. 즉 좀 더 고약스럽게 단순화 시키자면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얘기하는 사람은 위헌적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고 몰아붙일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 헌법이 가지는 진보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민주진보정부가 도대체 어떤 노선과 이념을 택할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시장경제'다.

'사회시장경제'는 이 책의 중심의제다. 저자는 사회시장경제를 '민주적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끌어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의 헌법이 가지는 '사회권'과 관련된 개념을 설명하면서, 헌법이 담고 있는 사회주의적 요소에 대한 적극적인 정치적 수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저자는 루즈벨트가 상당한 진통에도 결국 반독점권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요소를 정치적으로 적용해, 정의롭지 못한 독점에 의해 쇠약해져가던 '시장'을 살렸다는 평가를 상기시킨다.

저자는 '시장'의 지반을 결코 벗어나지 않지만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해야 오히려 시장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론적,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웬 탁상공론이냐?'고 반문해서는 안 된다. 그의 사회시장경제론은 우리에게 이념적으로 곤혹스러운 '예', '아니오'의 답변을 요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 중 어느 쪽이 더 우선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민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은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으로 수렴될 수 있다.

사실 '당신'이 지금 분노해서 외치는 얘기들은 사회주의자의 주장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사회주의적 요소의 도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당장 장하준 교수가 최근 언급한 주장, 즉 '국민이 원한다면 삼성생명을 국유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롤스 등의 소유민주주의 개념 등을 설명하며 민주주의의 강력한 우위를 주장한다. 또 그 같은 강력한 민주주의 노선에 기반을 둔 19대 국회에서 논점이 될 만한 주요 정책의제와 전략을 상세히 설명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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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사회시장경제'는 사실 현 체제에서 정책적으로 '사회주의적 가치'를 수용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장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위가 정답인지 아닌지 논쟁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진보 진영은, 특히 그 정치인들은 '사회주의적 요소'에 대한 수용 여부를 고민하고, '우리가 좌파인지 아닌지, 또 좌파여야 하는지, 좌파여서는 안 되는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나아가 '사회주의' 요소를 수용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확보하지 않고서도 특권과두체제를 무너뜨릴 방법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같은 특권과두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안철수 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앵그리 버드'가 되어 탐욕스러운 돼지를 무찌르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합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조차 철저히 되물어야 한다. 이제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바로 당신이 좌파가 아닌데도 지금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를 권한다.

[③ 내가 누구냐?] 강한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99%의 분노'로 상징되는 큰 변화가 세계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탐욕'에 대한 견제가 전면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이념과 노선은 어떻게 계승되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는 피할 수 없는 논쟁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저자는 3부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퇴행으로 드러난 '약한 민주주의'의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갖가지 위협요소들을 제기한다. 특히 한국의 대중들이 끊임없이 시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지켜왔지만, 이러한 성과가 정치엘리트들 간의 타협을 통해서만 수렴되면서 시민동력이 배제되었음을 지적한다. 또 이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세력들의 오류와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이에 대비되는 '강한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신념구조로서의 '강한 민주주의'는 바로 특권과두체제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모순,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불평등'에 대한 대립구도로서 설명된다. 즉, 이와 같은 특권과두들에 의한 '천박한 지배 상황'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개념이 바로 '강한 민주주의'이며 이 같은 노선이 새로운 진보의 중심철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강한 민주주의'가 현재 시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설명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정치대중과 신사회 패러다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고 명확하며 시의적절하다. 즉 그동안 정치권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던 생활정치, 또는 시민정치, 가치정치 등의 다양한 개념들을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으로서 묶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현 정당구조에 대한 분석으로까지 연장해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진보적 자유주의'가 현 한국 상황에서 가지는 함의, 그리고 사민주의와의 관계설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견해는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들을 한 자리에서 구경하듯이 접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또 '강한 민주주의', 그리고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입장과 정치적 논쟁제기는 이념과 노선이 뒷전인 현재의 한국 정치에서 값진 것이 될 것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에 끌려 다니다 안철수씨에게로, 또 시민정치에서 나꼼수로, 급기야 낙동강 벨트까지 유행을 따라 다니듯 헤매는 민주통합당이 지금 해야 할 논쟁의 기본 화두를 저자가 친절하게 던져주는 것이다. 

기득권 없는 토론, 차등 없는 논쟁을 제안하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전시회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전시회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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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것은 최선을 다한 이들 간의 상호예의이자, 상황의 종료를 선언하는 이벤트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선을 앞두고 상황이 종료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을 잘못 생각한 것이지, 빠진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4·11 패배 이후에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변화를 기대할 만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민주진보진영은 서로를 다독거릴 때가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통합당은 '패배'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민주진보 진영이, 특히 민주통합당이 김대중과 노무현에서 안주하는 것은 계승이 아니라 태만에 가까운 모습이다.

지금 민주통합당의 지도자라면,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을 얼마나 잘 모시는가를 증명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시대에 그분들은 할 만큼 했다. 문제는 이 시대에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할 몫을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또 무엇보다 거인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공론장'을 훼방하거나 철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릇이 깨질 정도로 싸운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살부살조(殺父殺祖)의 자세로 답을 구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정치적 '옳음'이란 논쟁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원의 <대한민국 정의론>은 학문적 식견으로 현실 정치의 논쟁을 정돈해서 보여주는 한편 논쟁의 출발점을 제시한 책이다. 그가 던진 3가지의 화두 특권과두체제, 사회시장경제, 그리고 강한 민주주의부터 논쟁 한 번 제대로 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

지난 대선 패배 후에도 참여정부가 성공한 정부인지, 실패한 정부인지, 그리고 잘한 것이 무엇인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그냥 넘어가지 않았는가? 좀 더 치밀하고 투철해지자. 논쟁을 통해 새롭게 정리되는 합의가 바로 2012년 대선 전략의 중심에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합의된 철학이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이 되어야 민주진보정부, 또는 민주집권 2기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헌태님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으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냈습니다.



태그:#대한민국 정의론, #고원, #특권과두체제, #사회시장경제, #강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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