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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서 벼농사를 짓는 쌀전업농 최영화(52)씨는 구입한지 2년 밖에 안 된 트랙터에 대해 제조회사를 상대로 새 기계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환불을 해 달라는 것인데, 최씨가 그만큼 기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유는 뭘까?

최씨는 2010년 4월 동양물산의 신제품 트랙터(TX-803, 80마력)를 구입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고장이 잦아 자주 수리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비스 보증기간이 다 됐다는 구실로 회사 측에서 성실하게 고객을 상대해 주지도 않고 적잖은 수리비용마저 요구했다.

"논에서 작업할 때는 못 느끼는데 일반도로에서 주행할 때 변속이 잘 안 되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최고 시속 40km 정도 달리다가 기어가 안 들어가 갑자기 멈춰서야 했는데 자칫하면 교통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당시 얼마 사용하지도 않은 트랙터는 가까운 대리점을 통해 미션까지 완전히 분해해 뜯어 고쳤는데도 빈번하게 고장이 났다. 최근에는 컨트롤러가 문제가 생겨 갈아야만 했고, 그 후 사흘만에 또 미션에서 엔진오일이 대량으로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애프터서비스를 맡은 가까운 대리점에서 달려온 관계자도 기계의 결함이 너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잖은 수리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나승목 평택대리점 대표는 곧장 동양물산 경기도지점 서비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1년 200시간의 서비스 보증기간이 이미 끝났다는 이유로 비용을 받고 수리해 주라고 답변했다. 나 대표의 말이다.

"이달 7일 경기도지점에 컨트롤러 교체비용이 20만 원 정도 드는데 무상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화했더니 박모 서비스 과장이 안 된다고 했어요. 고객으로서도 화가 날만 했지만 제가 부담해서 고칠 수는 없잖아요. 그 후 일주일도 안 돼 이번에는 핸들이 고장났어요."

지난 11일 미션에 오일까지 새고 핸들에도 결함이 발견됐다. 다시 출장을 나온 평택대리점 나 대표는 화가 난 최씨를 달래며 경기도지점에 전화를 걸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무상수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번에도 거부당한 최씨는 지점장에게 전화를 해 서비스 과장을 다음날 보내겠다는 약속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그러나 이튿날인 12일 지점에서 담당직원은 오지 않았다. 전화하며 항의하니 자신이 거기 가야 할 필요가 없다며 돈 내고 수리를 받으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최씨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당장 트럭을 불러 동양농기계 익산공장으로 고장난 트랙터를 싣고 내려갔다.

최영화 씨가 2010년 구입한 트랙터는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켜 농번기 때는 적잖은 시간을 빼앗아 가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제조회사 측도 보증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불만이 극에 달한 그는 기계를 반납하고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 분노하는 농심 최영화 씨가 2010년 구입한 트랙터는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켜 농번기 때는 적잖은 시간을 빼앗아 가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제조회사 측도 보증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불만이 극에 달한 그는 기계를 반납하고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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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공장에 도착한 최씨는 고장난 트랙터를 보여주며 새 기계로 바꿔주든지 아니면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익산공장 측은 고객 서비스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최씨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최씨는 밤늦게까지 농성을 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경기도지점의 서비스 담당자가 익산공장에 달려와 트랙터를 살펴본 후 최씨에게 문제가 있는 미션만 무상으로 교환해 주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또 앞으로 2년간 보증수리기간을 더 연장해 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그동안 오만불손했던 태도가 너무 분해서 새 기계로 교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진작 그렇게 나왔더라면 익산공장까지 안 내려갔을 겁니다. 하지만 미션이 작은 부품도 아닌데 자꾸 뜯어 고쳐서 좋을 것이 없어요. 또다시 고장이 안 나리란 법도 없어 저는 새 기계가 아니면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계 고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최씨는 지난 13일 기계를 익산공장에 놔둔 채 평택으로 돌아왔다. 고장난 트랙터는 수리를 해 19일 평택으로 싣고 왔지만 최씨는 인수받기를 거부하고 돌려보냈다. 최씨는 법정투쟁을 해서라도 새 제품으로 받아내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동양농기계 경기도지점의 입장을 들어봤다. 오태영 관리차장은 "최씨가 그동안 하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영업소에 보고된 내용이 별로 없고 평택대리점에서 최씨에게 대응한 방법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렇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무시하고 익산공장까지 가져가 새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계 자체의 결함보다는 사용자가 험한 작업을 하거나 작업습관에 따라 기계 고장이 얼마든지 날 수도 있는데 2년 동안 사용한 기계를 바꿔달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판매·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는 평택대리점의 나승목 대표는 이를 반박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판매한 트랙터지만 기계 결함 쪽에 무게를 두면서 지난 2년 동안 잦은 고장으로 어느 고객보다 가장 많이 출장수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35년간 농사하며 농기계를 다룬 전문가라면서 이렇게 문제가 많은 트랙터는 처음 다뤄본다고 반박했다.


태그:#트랙터, #동양물산 , #최영화,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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