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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진보진영이 고무돼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울산광역시 6개 지역구 중 적게는 2석, 많게는 4석까지 진보 정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 조합원이 많이 거주하는 북구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진원지인 동구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 보수지역으로 분류되는 남구(갑, 을)에서도 "진보진영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구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의 등장으로 진보정당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진보진영 내 통합진보당 '비토 세력'과 진보신당의 각개 전투 등 야권단일화라는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과연 진보진영은 울산 4.11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까? 이 문제는 진보진영이 울산을 발판으로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그만큼 진보진영에게 울산은 놓칠 수 없는 '집토끼'다.

 

전망 밝은 진보진영, 하지만...

  

인구 115만여 명에 6개 선거구가 있는 울산은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급격한 산업화를 이뤘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각 지역 사람들로 시민이 구성된 울산은 그야말로 전국 인구 구성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울산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후 나타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연결된 진보정서, 영남권 특유의 보수정서가 결합된 특수한 정치구조를 띠고 있다. 울산은 "진보 1번지"라고도 불리지만, "새누리당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으로도 통한다. 

 

이런 울산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등 사회양극화 문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은 2년 이상 파견 근무한 하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분위기가 진보진영에게 좋게 형성된 셈이다.

 

울산을 상징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서는 1998년 이후 비정규직이 꾸준히 늘었다. 그 탓에 비정규직 문제는 곧 울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진보진영의 4.11 총선 '고무 징후'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선거에서 이미 감지됐다.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윤종오 북구청장이 탄생했고, 일년 뒤인 4.27 동구청장 재선거에서는 김종훈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했다.

 

또 비록 낙선했지만 6.2 지방선거 때 울산 남구청장 선거에 나선 김진석 민주노동당 후보는 그동안 진보진영이 과거 남구에서 얻지 못했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진보진영의 평가다. 

 

특히 올해 1월 UBC울산방송이 창사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진보진영에게 좋게 나왔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총선이 여야 간 양자구도로 치러질 경우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28.7%,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32.7%로 나타났다. 울산 동구(한나라당 후보 30.1%, 야권 단일후보 34.5%)는 물론, 북구(한나라당 후보 22.1%, 야권 단일후보 37.6%)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에게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합당한 이후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FTA' '근로자파견보호법'의 원죄를 들어 통합진보당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노동계 내부에서 해묵은 NL(민족민주), PD(민중민주) 간 계파 갈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재현될 조심도 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자,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곧바로 열리기도 했다. 

 

북구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

 

지역적으로 봤을 때, 울산 북구는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진보진영에게 울산 북구는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해 노조원 거주 비율이 높은 북구에서 진보진영은 지난 1997년 이후 구청장 세 명(조승수, 이상범, 윤종오)을 배출했고, 두 번의 국회의원(조승수) 선거에서 승리했다. 

 

진보진영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만큼 '예선전'이 무척 치열했다. 특히 지난 2009년 4.29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진영 간 야권 경선은 큰 이슈였다. 당시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와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는 선거일 3일 앞두고 극적인 여론조사 경선으로 최종 주자를 확정했다. 선거 결과 조승수 후보는 2만5346표(49.2%)를 얻어, 2만1313표(41.37%)에 그친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4.11 총선에서도 '김창현-조승수' 빅매치가 예고 됐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탄생 후 당내 조율을 통해 조승수 의원이 남구갑으로 지역구를 옮겼고, 이번엔 김창현이 북구로 나선다. 모처럼 '교통정리'가 말끔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지난 6일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상범 전 북구청장이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았다. 북구에서 또다른 결전이 예고된 셈이다. 

 

이상범 전 구청장의 북구 총선 도전은 급기야 노동계에서 "공정한 경선을 벌이자"는 목소리를 나오게 했다. 내부 분열 조짐이 감지된 것이다. 그동안 김창현으로 대변되던 진보진영 내 486세력을 비판해온 일부 현장파 노동계 전현직 간부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김창현 대신 이상범 후보를 지지한다.

 

이는 통합진보당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구도다. 이상범 후보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그는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북구청장에 당선했지만, 2007년 대선 때 민주당 손학규 캠프에 참여했다. 그뒤 그는 민주노동당 재입당 불가 중징계를 받았다.

 

지역구 옮긴 조승수, 생환할까?

 

울산 남구의 두 개 지역구는 진보진영에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우선 북구에서 김창현과의 당내 빅 매치를 면하고 남구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통합진보당 조승수 의원은 현대차 전 노조위원장 이경훈 예비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누르고, 민주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은 심규명 변호사와 야권단일화를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4선을 노리던 최병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이채익 전 남구청장이 남구갑 공천을 받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병국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전망돼 진보 민주진영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남구을에서도 진보진영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작년 6.2 지방선거 때 남구청장에 도전해 비록 떨어졌지만 지방선거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은 김진석 통합진보당 후보가 3선을 노리는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과의 한 판을 대결을 앞두고 있다.

 

지역 정가는 보수 성향이던 남구가 근래 민심이 바뀌면서 '김진석-김기현 대결'이 박빙을 이룰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한편,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착 상태에 빠진 4·11 총선 야권단일화를 위해 모든 정당의 후보들과 '원샷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또 한명숙-이정희 대표 간 조속한 야권연대 합의를 재촉했다.

 

진보신당 울산시당은 사회당 울산시당과 합당한 후 현재 중구와 남구을에 후보를 낸 상태다. 진보신당 울산시당 당직자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동구와 북구에 후보를 낼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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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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