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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광고는 '30초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알려줘야 하는 광고. 그렇기에 광고는 장황한 설명보다는 빠른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여러 가지 상징과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유명인의 섭외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

떄로 광고는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관심있어 하는 것을 우선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예전에 유행한 광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당시의 자화상을 살펴보는 것도 광고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 속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소비자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부담없이 풀어가도록 하겠다.

맨 처음 소개할 광고는 '국민 유행어'를 만들어 낸 80년대 말의 광고다. 국민 유행어를 만들어 낸 광고라면 분명 '성공한 광고'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광고는 엄청난 유행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광고의 '나쁜 예'로 불리고 있다. 왜일까?

'브라질산 오렌지'가 낳은 '따봉'

기억하시는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외쳤던 바로 그 말, "따봉!" '우리의 광고를 찾아서' 첫 번째는 바로 "따봉!"으로 시작한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무렵 당시 오렌지쥬스는 '썬키스트'와 '델몬트' 이렇게 양강 구도였다. 썬키스트 광고는 당시 중후한 매력을 가지고 있던 영화배우 남궁원 부부를 캐스팅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델몬트'는 브라질로 날아가 '정말 좋은 오렌지'로 만든다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기로 한다.

<따봉수사대>(1991) 포스터
 <따봉수사대>(1991) 포스터
ⓒ 신화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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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키스트가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다면 델몬트는 '정말 좋은 오렌지'를 고르는 엄격한 과정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데 주안을 뒀다. 바로 그 핵심은 브라질말로 '좋다', '훌륭하다'라는 뜻을 가진 "따봉". 델몬트 광고는 바로 이 "따봉"을 확실하게 외친다. 그 말을 들은 브라질 사람들의 환호성과 춤이 곁들여지며 분위기는 유쾌해진다.

광고가 나가자 난리가 났다. '따봉'은 일시에 전 국민의 입에 퍼졌다. 시험을 잘 봐서 따봉, 결재서류 통과됐다고 따봉,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따봉, 아내가 보약 지어줬다고 따봉, 팁 많이 받았다고 따봉, 심지어 음주측정하던 경찰도 '통과' 대신 '따봉'을 외쳤다. 게다가 <따봉수사대>라는 어린이용 영화까지 등장했으니 그 인기가 어땠는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봉'은 코미디에도 이어졌다. 누군가가 "따봉"이라고 외치면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도 수시로 나왔다. '따봉'의 영향을 받아 다른 유행어도 생겼다. '사과의 명산지인 대구에서 합격을 알리는 한 마디 데끼리!' '수박의 명산지 광주에서 합격을 알리는 한 마디 왔다매!' 등이 나온 것. '따봉' 덕분에(?) '데끼리'와 '왔다매'까지 유명세를 탄 것이다.

유행어가 독이 된 불운의 광고

"따봉!"을 전국민적 유행어로 만든 광고
 "따봉!"을 전국민적 유행어로 만든 광고
ⓒ TV CF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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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전국민을 세뇌시킨(?) 광고가 나왔는데 어떻게 이 광고가 '실패한 광고'로 기록됐을까? '따봉'이 너무 히트를 친 게 독이 됐다. 사람들이 '따봉'만을 기억하지 제품이 뭔지는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따봉'에서 오렌지가 나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무슨 광고였던가? 따봉은 따봉인데 그게 무슨 쥬스였더라? 아뿔싸, 정작 기억해야할 '델몬트'는 어디로 갔는가? 결국 이 광고는 델몬트의 매출 신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고, 결국 델몬트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따봉'이란 이름으로 쥬스를 판매해야 했다.

유행어를 남겼다고 성공한 광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렸느냐', 그리고 '제대로 알렸느냐'였던 것이다. 구호를 알리는 것은 쉽다. 그것을 유행시키는 것도 쉽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그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된다. 지금의 정치권은 '따봉'의 실패를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의 광고를 찾아서'는 심각한 내용도, 깊이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단지 예전의 광고들을 같이 나누어보고 같이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취지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치, 사회 이야기에 지쳐있는 분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고픈 소박한(?) 마음으로 이 기사를 쓰려고 한다. 이 기사는 IPM에도 실었습니다.



태그:#따봉, #오렌지,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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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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