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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총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새누리당 총선 후보로 서울 종로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새누리당 총선 후보로 서울 종로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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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은 피한다고 피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면 돌파해야만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남긴 '선진화'와 '통일준비'는 큰 정치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 정권이 끝난 뒤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종로구 예비후보로 나선 'MB아바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주장이다.

16일 서울 종로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국정운영 경험은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5년 전과 거의 똑같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자 친노 쪽 특히 청와대 인사들은 '정권 심판론'을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는 또 "분명히 박(근혜)빠 세력이 있지만, '명(이명박)빠' 세력도 있다. 이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20%대 중반이 넘는데,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면 적어도 10% 정도는 이탈할 수 있다"며 "그걸 다 자기 호주머니 표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정권 말기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정동영 후보 쪽에 "어떻게 해도 노 대통령을 따르는 15%를 버리겠다는 것이냐"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 나경원 후보의 출마에 대해 "'무난한' 후보를 내세웠다 졌는데, 맹형규나 임태희처럼 박원순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나갔어야 한다"며, 현재 종로구 공천경쟁자로 나선 조윤선 의원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싸움은 하겠지만 이기기는 어렵다.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는 '어설픈 선택'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훈 영입 반대? 지능지수가 의심스럽다"

그는 또 정면돌파의 핵심고리로 한미FTA를 꼽은 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하느니 안하느니 하는데 그런 논란은 솔직히 지능지수가 의심스럽다"고 '김종훈 영입 반대파'를 맹공했다.

이 예비후보는 '부활'하고 있는 친노에 대해 "한편으로는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4년 만에 민심의 감성적 변화를 타고 금의환향한 셈인데, 우리는 그들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하고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해서 부활한 게 아니다"라고 한 '노무현 청와대'의 양정철 전 비서관에 대해 "예전에는 꼴통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 사람 다시 봤다"며 "'과부 사정 과부가 안다'는 말처럼 막상 내가 해 보니까 그 '온몸으로 책임지고 하겠다는 자세'에 대해 좀 이해가 되더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도 앞서 이 예비후보에 대해 "이 대통령 퇴임 후 모일 친이가 몇이나 되겠나. 그런 의미에서 쭉 이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이동관 전 수석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양정철, 꼴통인 줄 알았는데 다시 봤다"

"친노는 가치를, 친이는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데 이익보다는 이해라는 표현이 맞다"며 "우리는 어떤 가치나 DNA를 공유하느냐는 부분에서는 이전 정권의 핵심집단과 달랐다. 조합주의, 주식회사처럼 MB라는 출중한 후보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 이질적 요소가 모여든 다국적 연합군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서로 다른 이해를 접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그것을 조화해서 에너지로 전환해냈더라면, 아마 엄청난 정권이 되었을 거라고 본다"며 "그런데 작은 밥그릇 싸움으로 시작되더니 감정다툼, 정쟁으로 번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직접 선거에 나선 것은 처음인데.
"어떤 의미에선 게임을 하는 듯 익사이팅한 도전의식을 느끼고 있다. 언론계에 있다가 2007년 7월 1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로 결합해 국정에 참여했는데, 일반 국민의 표에 심판을 구하는 자리는 처음이라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라 느낀다. 대통령께서는 꽤 오래 전부터 "당신은 국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

- 새누리당의 여러 비상대책위원들이 'MB정부 핵심실세 용퇴론'을 주장한다. 이 예비후보로서는 공천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실세는 안 되는 걸 되게 하고 이권을 움켜쥘 수 있어야 실세다. 특히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 없이 결합했다. (그 이전부터 대통령과 함께한)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내가 인사 같은 데 손대면 '죽는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실세'가 아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몇 달 전에 민심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께 '공식라인 보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장에 있는 정보라인을 보는 게 좋겠다"고 직언했었다. 나중에 정권책임론이 나왔을 때 핵심 실세 의원이 어느 자리에서 '청와대 참모 중에 정말 처음부터 선거에 대해서 걱정했던 건 이동관이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물러났다.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들, 정병국 사무총장이나 정두언 지방선거 기획단장 등 당에 있던 사람들은 나중에 장관이 되거나 최고위원이 돼서 다 영전했다. 엉뚱한 홍보수석이 책임지고 나가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무슨 책임이 있었나. '실세 용퇴론'이라는 것의 실체는 참 허망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항상 청산해서 무로 돌리고 원점에서 출발하는 입장에서 사람을 찾다보니 마땅한 인물이 없다. 미국 등의 나라만 봐도 국가운영 60~70% 이상은 다 유지된다. 이렇게 '실세용퇴론'이라는 건 하나하나 따져보면 핀트도 어긋나고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정운영의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이 그 경험을 잘 살려서 좀 더 발전시키고 진화하도록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나는 단절과 청산의 역사 대신 계승과 발전의 역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얼마 전에 '지금 우리가 잘해서 부활한 게 아니다'라고 했던데, 예전에는 꼴통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 사람 다시 봤다. '과부 사정 과부가 안다'는 말처럼 막상 내가 해 보니까 그 '온몸으로 책임지고 하겠다는 자세'에 대해 좀 이해가 되더라. 새누리당 안에서도 국정운영 경험은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정치 공학적으로 봐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 정두언 의원은 이 예비후보에 대해 "대통령 실정의 주범으로, 대통령의 눈·귀를 가리는 역할을 한 사람이 출마한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대학동기인데…. 우선은 정 의원이 언스테이블한(불안정한) 상황, 정서적으로 호오가 격렬한 것 같다. 그리고 자기가 이 정권을 만들었는데 구석으로 밀어냈다는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 내부에서 격렬하게 싸울 때  내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데에 대한 서운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대통령 참모라는 역할을 친구 관계나 사적 의리보다 중시하는 사람인데, 대체로 현실은 그렇게 하면 욕먹기 십상이더라. 그런 것들이 확산되고 커져서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 어떤 일은 내 스스로의 일만을 갖고 이야기한 건데 적극적으로 방해를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크게 얘기하면 이것도 부덕의 소치다."

- 이전 정관에서 권력을 창출한 핵심 그룹 내에서 현재의 친이계처럼 이렇게 갈등이 그렇게 심한 적이 있었나.
"DJ나 YS, 노무현 정권은 동향이거나 또는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하며 동지적 유대관계가 탄탄했다. 좋게 보면 협객집단 비슷한 의리, 나쁘게 말하면 조폭문화와 비슷한 그런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쪽은 조합주의, 주식회사처럼 MB라는 출중한 후보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 이질적 요소가 모여든 다국적 연합군이었다. 우리 정부는 어떤 가치나 DNA를 공유하느냐는 부분에서만큼은 그간 정권의 핵심집단과 달랐다. 또  DJ 시절의 권노갑, YS 때는 최형우 같은 분들이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확실한 2인자가 없었다.

만약 서로 다른 이해를 접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그것을 조화해서 에너지로 전환해 냈더라면, 아마 엄청난 정권이 되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작은 밥그릇 싸움으로 시작되더니 감정다툼, 정쟁으로 번졌다. 이전투구상황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친이, 밥그릇싸움에서 감정다툼으로... 이전투구 걱정"

- 양 전 비서관은 '친노는 가치를, 친이는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라고 했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이익보다는 이해라는 표현이 맞다고 본다."

- 이 대통령 퇴임 이후 모일 '친이'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각각의 단위들이 갖는 로얄티가 있으니 그렇게만 볼 건 아니라고 본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역사의 어떤 대통령들도 당대에 좋게 평가받은 사람들은 드물다. 나는 그걸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기에 'MB아바타'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미련해도 정도가 있지, 만약 저 양반이 역사 속에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거다."

- 5년 전 열린우리당의 차별화 위기에 처했던 노 대통령 쪽에서 했던 말이 연상된다.
"우리 쪽은 느슨한 연대다. 이렇게 느슨한 연대 앞에서 대통령이 남긴 업적과 가치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이후 반드시 큰 정치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끝난 뒤에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정치적 유산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노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타파나 균형발전이라는 유산을 남겼다면 우리는 '선진화'와 '통일준비'를 꼽을 수 있다. 선진국 진입의 꿈과 통일의 준비라는 보수적 관점에 입각한 가치를 이루기 위해 갈 길이 있다. 나는 그것을 지향하는 '정치적 유산'이자 세력으로서 '뉴라이트' 세력을 꼽고 싶다. 이게 내가 <동아일보> 정치부장 때 '뉴라이트' 기획을 한 이유였다.

꼴통보수 기득권층의 가치를 따라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종북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좌파도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래 가치와 열린사회, 경쟁력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런 가치들은 중원(중간지대)의 사람들이 굉장히 공감하는 주제다. 다만 지금은 그 사람들이 '삐쳐서' 안철수에게 가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엄밀히 말하면 그 당시 한나라당의 정통보수세력이 아니라 뉴라이트였다. 한나라당 본류와 관련 없었다는 점에서 바로 지금의 안철수와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 이 전 수석이 종로에 나서면 'MB심판론'이 부각돼 선거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대체적 판단같다.
"상식적, 관행적, 상투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한다고 '정권심판론'을 피해갈 수 있나. 벌어놓은 게 있는 사람이야 '도망가는 피칭'을 해도 되지만, 우리는 약간 불리한 구도에서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려 할수록 더욱 이슈화된다. 정권심판론에 준하는 다른 이슈를 만들어서 맞부딪쳐야 한다. 종로 같은 지역구에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는 '어중간한 사람'을 내놓으면 '선전'은 하겠지만 절대 이기지는 못한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도 '무난한' 후보를 내세웠다 졌다. 박원순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나갔어야 한다.

맹형규나 임태희 같은 분들이 적합했다고 본다. 박원순의 최대 약점은 협찬인생이라는 말처럼 바람은 타고 있으나 검증되지 않고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의 표를 결집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는 훌륭하고 좋은 후보이지만 당시에는 맞지 않았다. 또 네거티브 공격을 했는데 바람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이슈로 차단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로 막을 수 있는 바람이 아니었다. 그런 건 이회창식 발상이다."

"서울시장 보선 무난한 후보 냈다가... 종로도 어설픈 선택 안 돼"

- 공천경쟁자인 조윤선 의원에게도 똑같이 대입 가능한가?
"그렇다. 우리 당의 훌륭한 자산이지만 지금 여기에 적절하지는 않다. 우리 내부조사로는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공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운 싸움은 하겠지만 이기기는 어렵다. 49%를 얻는다고 해도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는 어설픈 선택으로는 되지 않는다, 비장하게 정면돌파해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상징적인 전선이 바로 FTA전선이다. 처음에는 우물쭈물했는데 지금은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지금부터 총선 때까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건데 정권심판론을 피해야만 한다고 말하면 뭐하나, 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슈화할 텐데.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위원장도 MB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탔었다고 한 것에 대해 아무도 대응을 못하는데, 오히려 한 대표에게 '당신은 노무현 정권 때 조수석이 아니라 같이 핸들을 잡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어떤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친노+호남당과 뭐가 다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미FTA 문제 갖고도 지금 김종훈 본부장을 영입하느니 안하느니 하는데 나는 그런 논란은 솔직히 지능지수가 의심스럽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여기저기 범한나라 보수지지층이 많다. 우리에게 실망해서 잠깐 동안 다른 곳데 가 있는 '가출보수'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앞으로 잘 해볼 테니 기회를 달라 해서 다시 모을 생각을 해야 한다.

정권심판론을 피해가자는 건 초등학교 식의 산수고, 그런 걸 전략이랍시고 국민들 앞에 떠들면 안 된다. '민주당과 뭐가 다른지'를 이야기해야지, 'MB와 다르다'는 걸 백 번 이야기해서 무슨 표가 되나. 분명히 박(근혜)빠 세력이 있다. 그러나 '명(이명박)빠' 세력도 있다. 2007년 당내 경선 때 이 이 대통령이 강경보수 세력에게 '보수 맞냐' 공격 당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개혁적 중도보수다. 그래서 대선에서 대승한 것이다. 그런데 탈당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뺄셈을 하는 건 승산도 없고, 산수도 아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20%대 중반이 넘는다.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면 적어도 10% 정도 이탈 할 수 있다. 그걸 다 자기 호주머니 표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 세력이 바로 뉴라이트 운동에 공감했던 세력일 것이다. 친이와 친박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 세력을 더 불려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에 내가 종로에 나서고 박근혜 위원장이 적극 나서서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나."

- 박근혜 비대위가 경제민주화, 복지 중심으로 당 정강정책을 바꿨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그리고 보수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수 안에 있는 것이다. 어쨌든 OK인데, 지금 우리 안에는 짝퉁보수, 꼴통보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보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같이 보수적 가치가 헌신짝처럼 길바닥에 내팽개쳐지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차라리 '죄송합니다. 저희가 제대로 된 보수를 못하고 짝퉁보수로 심려를 끼쳐 드렸다'라며 제대로 된 보수로 승부해야 한다고 본다."

"친노, 4년 만에 금의환향... 한편으로는 수긍하기 어려워"

- 요즘 부활한 '친노'세력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부럽다. 귀환해서 부럽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저렇게 씩씩하고 꿋꿋하게 결속해서 다시 또 사람을 낳았구나라는 생각에서 그렇다. 한편으로는 좀 안타깝고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노 대통령은 좋은 유산들도 남겼지만 나는 그들이 주장한 국가적 정체성, 먹고사는 문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 방향, 대북 접근의 방법론 같은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친노세력은) 4년 만에 민심의 감성적 변화를 타고 금의환향한 셈인데, 우리는 그들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하고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계층갈등, 이념갈등이다. 세대갈등까지 나타났다. '우리 편 이야기는 다 맞고 우리 편 아닌 사람 이야기는 다 틀리다'라는 판이다. 내가 양 전 비서관이나 한미FTA 문제에 대해 안희정 지사나 김병준 전 장관 같은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 선거 메시지는 무엇인가.
"명함에 쓴 대로 '대한민국 대변인, 종로의 자존심'이다. '일머리'에 관해서 우리 대통령을 따라갈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그 분은 내게 최고의 멘토였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욕을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그래서 거기서 국정과 관련해 배운 것들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정치에 실제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최근에 이 대통령을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했는데, 이건 좀 심했던 것 아닌가.
"반응이 썰렁했다.(웃음) 이 대통령은 '서민인 척 하는 분'이 아니다. 원래 이건 재일교포들이 한 말이다. 우리만 같아도 보통 맛있는 거 먹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어한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그런 것이 없다. 별로 격식을 따지는 법이 없다. 5000원짜리 설렁탕도 먹고 라면도 잘 드신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서민 틀은 안 벗어나는데, 외교나 대외적 활동에서는 멋을 찾는다. 이런 걸 일본어로 '아카누케(あかぬけ, 때 빼고 광낸 것 같은 사람)'라고 한다. 어렵게 커서 성공한 사람들이 과소비나 사치로 결핍된 욕망을 푸는 경향이 있는데 대통령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서민 마케팅이 아니라 이미 서민의 애환을 심정적으로 아는 거다.  앞뒤 맥락을 빼고 말만 갖고 비판하는 건데, 나는 뭐 상관없다."

- 그 바로 뒤에 이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 때 손녀의 '명품옷' 논란이 있었다.
"그건 참…, 금도의 문제다. 나도 사진 보고 왜 (청와대에서 사전에) 관리 안했냐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손녀도 일부러 싼 거 입혀야 하나. 그런거 아니지 않나. (대통령) 사위가 부자인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 동기인 김부겸 의원이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우리 형님이 그에게 '복초심(復初心, 초심을 잃지 마라)'고 쓴 액자를 보냈는데 한동안 의원실에 걸어놨더라. 정치부 기자생활을 오래 해봐서 국회의원직에 대한 허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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