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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은 문화다. 밥상은 음식을 먹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족 혹은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그들만의 밥상문화, 즉 식문화(食 文化)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의 밥상을 보면 그네들의 정서와 그 민족의 문화가 상당부분 이해되기 마련이다. "한국인의 밥상"도 마찬가지다.

통영에서 꼭 맛보아야할 음식 중의 하나이다.
▲ 통영 졸복국 통영에서 꼭 맛보아야할 음식 중의 하나이다.
ⓒ 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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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은 현재 KBS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특정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 전해지는 음식과 그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풀어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지방의 대표음식부터 일반인들이 그냥 찾아가서는 접하기 힘든 종가의 음식이나 멀리는 해외에 있는 고려인들의 음식까지…. 그 음식에 얽힌 사연과 그 음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한국인의 밥상>에는 언제나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이 프로그램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탤런트 최불암의 묵직한 내레이션이다. 속보이는 뻔한 멘트를 요란스레 과장하는 흔해빠진 맛집 프로그램과는 격이 다르다. 듣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전해주고 있어 오히려 진득한 맛이 배어난다. 구수한 목소리로 소박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영상과 잘 어우러져 편안하다.

각기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 한국의 대표 음식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다.
▲ 전주 비빔밥 각기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 한국의 대표 음식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다.
ⓒ 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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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은 '한국인의 밥상'에 담겼던 영상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고향의 맛-자연의 맛-시간의 맛-시대의 맛"으로 편을 나누어 각 지방의 음식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벌교 꼬막, 섬진강 참게, 안의 갈비, 통영 굴, 담양 죽순 요리 등 목차만 봐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음식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나 혹은 <자산어보>와 같은 문헌들을 인용하며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맛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이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준다.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최불암이 했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본문에서 다룬 음식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주고 있어, 다시 한 번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다만 글의 분량이 너무 짧은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을 소개한다는 것은 사실 위험 부담이 따른다. 객관성과 보편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행하며 글쓰는 일을 하다보니, 음식에도 관심이 각별한 편이다. 하지만 취재차 갔을 때는 친절했던 맛집이 나중에 개별적으로 다시 갔을 때는 기억에 남을만큼 불친절하고 음식도 별로여서 여러모로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내 입맛이 남들과 비슷한 보편성을 갖느냐는 문제도 문제지만, 그것이 꾸준히 객관성을 갖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곤 한다.

<한국인의 밥상>은 개별적인 맛집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음식"을 다루고 있어 거부감이 없다. "음식"을 통해 "우리의 밥상"에 대한 본질을 다루고 있어 음식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일환이 되어버린 맛집 소개가 아니라, 우리의 음식, 우리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여서 기꺼이 공감도 되고, 2권, 3권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고 기대하게 된다.

흔한 순대지만, 백암순대의 경우 씹히는 맛이 남다르다.
▲ 용인 백암순대 흔한 순대지만, 백암순대의 경우 씹히는 맛이 남다르다.
ⓒ 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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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음식에 대한 각각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의미있게 읽힌 부분은 의외로 '발간사'였다. 이 글은 책임PD인 유경탁PD가 쓴 글인데,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의 제작의도와 노고, 그들의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느껴져서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 상업성에 물든 기존의 맛집 프로그램과는 분명히 다른, 제작진의 철학과 소명의식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먹는 음식은 그저 맛있는 한 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사연과 그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먹는 음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음식이 아닌 문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밥상에 모여 앉는 이유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예스24'의 북리뷰에 올린 글입니다.



한국인의 밥상 - 이 땅의 한국인, 그 손맛의 기록 대한민국 밥상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푸드멘터리

KBS 한국인의 밥상 제작팀, 시드페이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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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인의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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