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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실은 멀티미디어 활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든 교실은 멀티미디어 활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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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브레이드(Brede) 스쿨이 있다. 브레이드 스쿨은 한 지역의 교육 관련 활동이 모두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춘 학교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뮤직 스쿨, 스포츠 스쿨, 어린이집, 도서관, 문화예술 체험 교실, 컴퓨터 교실, 방과 후 교실, 댄스 교실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과 시설을 갖춘 학교다. 브레이드 스쿨은 지방자치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형태로 발달되었다.

1995년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는 브레이드 스쿨을 구상했다. 브레이드 스쿨은 2000년부터 활성화되어 2011년 현재 1500여 초등학교가 브레이드 스쿨로 바뀌었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 초등학교(3000여 곳)의 절반 수준이다. 브레이드 스쿨은 대부분 초등학교다(물론 초등학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와 가장 가깝고,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브레이드 스쿨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교를 지역 문화 발전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브레이드 스쿨 운영 방침에서 핵심은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며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를 학교에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이드 스쿨은 학생 수와 지역 규모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 예를 들면, 학생 수가 많고 부유한 지역에는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에 치중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는 유아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브레이드 스쿨이 있고,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도울 수 있는 경로시설을 확보한 브레이드 스쿨이 있다. 브레이드 스쿨은 이런 식으로 지역과 문화 환경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이 다르다.

브레이드 스쿨은 그 지역의 문화, 예술, 스포츠 및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브레이드 스쿨이 생기면서 각기 다른 교육들을 결합해 발전시킬 수 있는 교사들이 양성됐고, 학교에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교사들을 배치하게 됐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교육할 수 있는 교사도 양성됐다.

브레이드 스쿨이 생기면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 건물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교육을 아우를 수 있는 다기능 건물이 학교들에 들어섰다. 네덜란드의 학교들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지역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붸머붸럴드 초등학교.
 붸머붸럴드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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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밀착한 브레이드 스쿨

11월 19일, 기자는 브레이드 스쿨인 붸머붸럴드 초등학교를 취재했다. 이 학교는 네덜란드 동북부 오버라이셀(Overijssel) 지역의 작은 마을에 있다. 붸머붸럴드 초등학교는 2007년에 브레이드 스쿨로 기획되어 4년 만에 새로운 형태를 갖췄다. 취학 전 아동의 놀이방, 0세에서 2세까지의 육아방, 부모가 모두 직장인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음악 교실, 댄스 교실, 컴퓨터 교실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결합할 준비도 하고 있다.

브레이드 스쿨로 기획된 후, 붸머붸럴드 초등학교는 40년 넘게 사용하던 학교 건물을 버리고 정보통신 시설을 고루 갖춘 새 건물을 마련했다. 이 학교는 학생 수가 61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다. 그리고 10명의 학교 교사와 교장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교장인 리머 크라머(Riemer Kramer, 57)는 로즈재단(14개의 공립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교육재단) 산하 학교 중 두 곳의 교장을 맡고 있고, 로즈재단 정보통신(ICT) 교육 담당 이사로도 일하고 있다. 크라머는 학교 건물을 신축하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적용하여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학교로 성장시키기 위해 로즈재단에서 뽑은 교장이다.

크라머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교육대학을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기 시작한 크라머는 곧 이른바 '문제아'를 교육하는 특수학교로 옮긴다. 그 후 크라머는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했다. 그러다 경찰학교 교관 교육을 받고 교관으로 활동한다.

그 이후에는 외국에서 15년간 생활했다. 크라머는 교육 현장 대신 치열한 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하면서 이 시기를 보냈다. 많은 나라의 사업가들을 만나고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경쟁 세계를 몸으로 겪었다.

2008년 크라머는 다시 네덜란드의 교육 현장으로 돌아왔다. 크라머에게 맡겨진 사명은 다름 아닌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크라머는 학교로 돌아온 후, 자신이 교육계를 떠났던 20년 전과 다른 점이 별로 없는 학교 시스템에 놀랐다.

크라머에게 왜 다시 교육 현장으로 돌아왔는지 물었다. 크라머는 이렇게 답했다.

"네덜란드 사회의 기반이 되는 이념은 캘빈주의입니다. 쉽게 변하거나 넘치는 생활이 아니라 철저한 금욕주의를 기본으로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조금 다르지만, 대중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다들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별 변화 없는 삶에서 조금은 색다른 일을 하고 싶어 다른 경험을 했던 것인데, 지금은 다시 돌아온 교육 현장에 기분 좋은 활기를 불어넣고 싶습니다."

리머 크라머 교장과 학생들.
 리머 크라머 교장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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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로 배우는 아이, 트위터·페이스북으로 교사와 소통하는 부모

학교는 참 작고 아담했다. 교실 사이의 벽에는 방음 시설이 돼 있었다. 소리는 차단하면서 옆 교실의 수업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 작은 학교의 특징을 살린 것이라고 했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교육 성과를 측정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교실마다 멀티미디어 수업이 가능한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빔 프로젝트, 대형 전자칠판, 컴퓨터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교실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태블릿PC(아이패드)를 활용해 멀티미디어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 제공한 태블릿PC를 통해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 후에는 배운 내용을 부모와 공유한다. 부모는 트위터를 통해 교사나 교장과 의견을 나눈다. 물론 페이스북도 활용한다.

크라머는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를 마케팅한다고 말했다. 지역을 분류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기능을 사용해서 연령대, 관심도, 종교 등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취학 아동이 있는 집에 학교를 알리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크라머는 그렇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룬 성과를 재단에 보고한다. 보고된 내용은 재단의 다른 초등학교에 알려진다. 재단에서는 이런 보고들을 바탕으로, 향후 정보통신 활용 교육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협의한다.

교실과 교실 사이의 벽에는 유리로 돼 있는 부분이 있다.
 교실과 교실 사이의 벽에는 유리로 돼 있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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붸머붸럴드 초등학교에 부여된 사명은 정보통신 활용 교육의 원형(prototype)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전면적으로 활용해 교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브레이드 스쿨 중에도 수업 시간에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테스트하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붸머붸럴드 초등학교처럼 학교 운영 전반에 도입한 곳은 없다고 한다. 붸머붸럴드 초등학교가 아주 작은 학교이기에, 아이패드 전면 활용을 시험하는 원형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붸머붸럴드 초등학교의 교장과 교사, 학부모와 학생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학교의 교사들은 매주 수요일 정보통신 활용법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크라머에게 브레이드 스쿨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크라머는 교육자가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네덜란드 교육계 상황과 닿아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를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 노력하지 않는 학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크라머는 시청에 가서 담당자를 만나는 것은 물론, 브레이드 스쿨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루가 무척 짧다는 크라머는 사진이 필요하다는 기자의 요청에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여태껏 기자가 가지고 있었던 교장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크라머에게 정보통신 활용 교육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물었다. 크라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정보통신 기술은)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발전된 도구로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도 곧 종이책이 사라지고 태블릿PC를 이용하여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 한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계도 마찬가지로 정보통신 이슈로 분주하다. 소통이 잘 이뤄지면 교육의 질이 한층 높아진다. 정보통신을 활용하면, 학교가 그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학생,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충분히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가 바로 소셜미디어다. 정보통신 활용 교육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매주 수요일, 붸머붸럴드 초등학교 교사들은 정보통신 활용법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매주 수요일, 붸머붸럴드 초등학교 교사들은 정보통신 활용법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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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쌍방향이어야 한다

크라머는 얼마 전 핀란드의 교육 현장을 체험하고 왔다. 크라머는 핀란드 교육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 교사들의 전문성과 그들의 자존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핀란드에서는 10%의 공공 교육 커리큘럼과 90%의 교사 자율성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는 자율성을 지님과 동시에 무한책임을 진다. 초등교육은 7세부터 이루어지는데, 6년 동안 한 학생의 담임교사가 바뀌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차분히 관찰하고 발전 정도를 가늠한다. 그 기간 동안은 결코 아이들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기자 : 성적을 기준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 그럼에도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는 늘 최상위권이다. 학생과 교사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의 자질도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크라머는 핀란드의 교육은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정보통신과 교육의 결합 정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핀란드 교육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교사와 학생이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크라머는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교육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통신과 교육을 결합하는 것이 네덜란드에서는 더욱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네덜란드에는 파트타임 교사가 많아 1년에 서너 번씩 담임교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이 깊이 있게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크라머는 네덜란드만의 방식을 잘 발전시키면 세계에서 인정받는 교육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크라머는 브레이드 스쿨이 네덜란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이전 기념식.
 학교 이전 기념식.
ⓒ 붸머붸럴드 초등학교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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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네덜란드, #브레이드 스쿨, #초등학교, #정보통신,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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