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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시장 골목여행
 방천시장 골목여행
ⓒ 오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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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에 '내일로'를 이용해 여행하면서 만난 여행자들이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만났는데, 그들은 "다음 날 새벽에 경상도로 향한다"고 했다. 내가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 "대구에는 좋은 곳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나는 약간 머뭇거렸다.

"음…. 팔공산도 있구요. 또…"

속으로 우방랜드를 떠올렸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인천에서 온 사람들이였는데, 아마 더 좋은 놀이공원을 가봤을 것이다.

그 때 왜 방천시장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혹시 김광석 아세요? 통기타 들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요. 들어보셨죠? 그 사람 고향이 대구예요. 대구 방천시장에 가면 김광석 거리가 있는데 거기 한 번 가보세요. 시장 안에는 갤러리도 있고, 공방도 있어서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시장 한 바퀴 돌고 나서 파전에다가 막걸리 한 잔으로 마무리하면 딱 좋아요."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에 사는 나 역시 방천시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지난 추석연휴 때 후배와 함께 수성교 옆에 있는 방천시장으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재래시장

방천시장
 방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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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시장에 찾아간 날은 9월 11일, 추석 전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 곳곳에는 전 부치는 냄새가 솔솔 났다. 방천시장의 입구는 기존 재래시장과 달랐다. '토요반짝 예술시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토요반짝 예술시장'이라…. 시장이면 시장이고, 예술이면 예술이지 '예술시장'은 뭘까.

'토요반짝 예술시장'은 '문전성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급격한 도시화로 주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밀려 위기에 처한 전통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전통시장을 지역문화공간이자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정책사업이다. '토요반짝 예술시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방천시장 상인회와 예술인들이 신선한 행사를 준비한다. 시장과 문화·예술의 만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방천시장에 있는 상가들의 간판은 심상치 않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간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시장 곳곳에는 작은 볼거리가 많았다.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심지어 시장 골목의 빨랫줄까지도 새롭게 다가왔다.

시장 속 문화 예술 공간

아기자기한 방천시장
 아기자기한 방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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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시장은 예술과 문화가 접목한 재래시장이다
 방천시장은 예술과 문화가 접목한 재래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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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송편냄새에 이끌려 떡집에 닿았다. 가게 밖에서는 송편 포장이 한창이었고, 안에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일손이 모자랄 텐데 실례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게 "들어가 봐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주인 아저씨는 '안 될 게 뭐가 있겠냐'라는 표정으로 가게 안 구경을 허락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하고 있던 후배를 얼른 불렀다. 작은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건 어린이 작가들의 작품들이었다. 떡집과 갤러리의 만남이라니. 그곳에는 송편만 있던 것이 아니라 어린이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도 있었다.

방천시장에서 만난 김광석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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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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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요새는 부모님 세대의 세시봉 노래도 그렇게 촌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는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재인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가. 방천시장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시작된다. 그 길의 시작에는 김광석이 낡은 벤치에 앉아 노래하고 있었다. 멋 부리지 않은 수수한 그의 모습은 그의 노래와 닮아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노래 <나의 노래> 중)

인디053은 대구의 독립문화예술단체로 음반제작, 공연 및 축제 기획 등 '전방위 문화기획'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디053은 '문전성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광석 벽화거리를 만들었다. 비록 김광석은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구를 떠났다. 하지만 출생지가 대구라는 점에 의미를 둬 방천시장에 김광석 벽화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까지 돌고 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그래서 후배와 막걸리 집을 찾았다. 출출한 배를 달래면서 방천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갤러리도 있는 시장, 방천시장

시장 한 바퀴 돌고 막걸리로 마무리!
 시장 한 바퀴 돌고 막걸리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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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천시장에 와 보니깐 어떤 것 같아?
"눈이 심심할 틈이 없어요. 시장 곳곳에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랑 귀여운 소품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어요!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놀러 온 느낌이 들었죠. '대구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물건만 파는 다른 시장과 달리 다양한 볼거리도 많아서 참 좋았어요. 그리고 지역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서 그냥 시장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시장'인 것 같아요."

- 김광석 거리는 어땠어? 김광석 노래 중에 아는 거는 뭐가 있어?
"<일어나>라는 곡을 알아요. 김광석 노래는 잘 모르는데. 집에 가서 다른 노래도 얼른 들어보고 싶어요. 김광석 거리는 김광석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에게 빠지게끔 하는 곳인 것 같아요. 되레 김광석과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아서 더 많은 것을 느꼈어요. 특히 골목에 노랫말이 적혀 있는데 눈이 가더라고요. 동시대 사람이 아니라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것 같아요."

방천시장 속 문화예술 공간 이용하기
- 생강 공작소 : 생강 공작소는 수공예로 인형 등 소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인형 만들기 체험 : 매주 월·일요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돌 수제 공예품 만들기 : 매주 목·금요일 저녁, 일요일 낮 ▲소품 만들기 : 화요일 저녁, 토요일 낮)
- 별따공방 : 금속 공예품 체험 공방, 대구과학대학 보석디자인과 이우열 교수의 공방.(cafe.naver.com/wooye)

- 방천시장에 아쉬운 점은 없었어?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많은 반면 상인들의 가게는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예술의 거리로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언니는 아쉬웠던 거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생강공작소에서 체험을 못해봐서 아쉬워요. 방천시장에 언제나 열려있는 체험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체험 시간이 한정돼 있는게 아쉬웠죠."

- 방천시장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데, 어떻게 데리고 오면 좋을까?(웃음)
"생강 공작소는 아쉽게 체험을 못 해봤지만, 직접 소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다양한 공방이 있고, 갤러리도 있는 시장!' '시장에 이런 곳이 있는 자체가 놀랍지 않나?'라고 말할 거에요."


태그:#방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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