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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밤. 물포를 쏘며 강제 검거작전을 펼치던 경찰이 현장을 취재중이던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은채 강제로 끌고 가자 주변의 시민들이 저지하고 있다.
 11월 22일 밤. 물포를 쏘며 강제 검거작전을 펼치던 경찰이 현장을 취재중이던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은채 강제로 끌고 가자 주변의 시민들이 저지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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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에서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고 연행을 시도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를 경찰이 "왜곡된 사진"이라며 반박했다. (관련기사 : "시민 찍으려는 순간, 경찰이 머리채 낚아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시사신문>의 원아무개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든 채, 경찰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해당 경찰관이 소속된 서울지방경찰청 31기동단은 <오마이뉴스>의 보도 직후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언론 <위키트리>에 "사진을 이용한 진실 왜곡 현장을 '사진'으로 고발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200회 이상 리트윗 되면서 퍼져나갔다.

31기동단 측은 이 기사에서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을 캡쳐한 사진 6장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2번째 사진을 설명하며 "시위대에 어깨와 허리를 잡힌 채 경찰 쪽으로 밀려오고 있는 원 기자, 시위자는 기자를 방패삼아 경찰에 대항하려는 듯"이라고 적었다.

또 경찰관의 손이 원 기자 머리에 올려진 상황에서 찍힌 네 번째 사진에는 "문제의 장면, 경찰관이 머리를 잡아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더 이상 오지 못하게 머리 쪽을 밀고 있는 중"이라며 "경찰관은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어서 머리카락을 잡아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실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발길질 하는 시민 잡으려다 사진기자 머리 잡아

▲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영상 지난 23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당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시사신문> 사진기자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찰 채증영상.
ⓒ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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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는 경찰관이 원 기자의 머리에 손을 대기 전 상황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지적한 원 기자를 "방패삼아 경찰에 대항하려는 듯"한 시민은, 사실 경찰에 발길질을 하려는 사람을 저지하려다 원 기자와 뒤엉킨 모습이다.

경찰관들은 발길질을 피해 뒤로 물러섰고, 뒤쪽에 있던 문제의 경찰관은 발길질을 한 시민을 잡으려고 앞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는 헛손질을 하고, 거의 반사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원 기자의 머리를 잡는다. 경찰의 주장대로 밀고 있는지 아니면 머리채를 잡은 것인지 영상에서 손은 보이지는 않지만, 경찰관의 팔 움직임에 따라 원 기자의 머리가 함께 움직인다.

결국 경찰관이 발길질한 시민을 잡으려다 놓치자, 가까이 있는 사진기자에게 손이 간 상황이다. 물론 경찰관이 머리를 잡은 사람이 기자인지 인식을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기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건 분명하다.

경찰관이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다는 주장도 이후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들을 거의 모두 두꺼운 검은색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진압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이에 31기동단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경찰관이 원 기자를 연행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보도가 마치 그런 것처럼 나왔다"며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항상 기자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연행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현장 상황이 급박했고 시위대가 발길질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마치 경찰이 기자를 연행하려고 했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이 벙어리장갑을 착용했다는 잘못된 주장과 관련해 "우리 보고서에는 '벙어리 장갑 같은 두꺼운 장갑이라 머리채를 잡을 수 없다'라고 돼 있는데 실수로 잘 못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청, 해당 언론사 찾아가 "연행 아니다" 해명

한편, 서울지방경찰청도 25일 피해 사진기자의 소속사인 <시사신문>을 찾아가 사건 당시 채증 동영상을 보여주며 "연행하려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준 <시사신문> 사진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시경 홍보실 소속 담당자들이 찾아와 '사람들이 밀려 나오는 걸 막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라며 "영상에서는 머리채를 잡은 건지 머리를 밀고 있는 건지 분명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확대해 보면 머리채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시경 담당자들에게 '이게 밀고 있는 걸로 보이냐'라고 따져 물었다"라며 "그러자 별 다른 사과 없이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관들이 처음에는 그 영상을 '<오마이뉴스>에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하다가 계속 질문하자 나중에는 자신들이 '채증한 영상'이라고 말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부장은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려고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기자협회를 통해서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기자는 사건이 있은 후 지난 24일 집회 취재때부터 두통을 호소해 현재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그:#한미FTA, #경찰연행, #경찰관, #시사신문,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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