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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춘문예'에 관한 기사를 한 편 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지인은 한 청년과의 인터뷰를 제안했다. 괜찮을 것 같아서 만나기로 했다.

13일 일요일, 한국외국어대 경영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고혁주(27)씨, 지인의 후배인 이 청년을 한국외국어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만났다.

발랄한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형, 제일 비싼 거 시켜도 되죠?" 내가 미소로 답하자 "걍, 아메리카노 시킬게요. 형, 돈이 별로 없어 보이네요. 하하" 장난끼가 넘친다. 우리는 커피를 들고 외대 노천 극장으로 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속 장난스럽게 나를 대하는 고혁주씨는 보면서 문학적 감수성이나 진지함과는 거리 멀어 보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편견이었다. 막상 이야기가 진행되자 숙연함이 느껴질 정도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고혁주씨와 나눈 일문일답.

- 어떻게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죠?

"외로움 때문이었죠. 학창시절에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엄마가 좋아하시던 소설책과 시집을 읽으면서 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됐어요. 그리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레 글을 통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배설한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 주로 관심 있는 문학 분야는?

"'시'입니다. 항상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시상이 떠오르면 바로 적고 나중에 고쳐 쓰죠. 다시 읽어보면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시원찮아요."



- 그렇다면 시인이 꿈이겠네요?

"아니죠. 이미 시를 쓰고 있으니까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공인되지 않은···, 따지고 보면 다들 시인이잖아요. 물론 능력 차이는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조금 부족한 시인일 뿐이죠. 아무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인정받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네요. 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뤄보고 싶어요."



- 문학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해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반응이 어떠시던가요?

"제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입장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해요. '배고픈 길을 뭐 하러 가냐고'요. 물론 자기가 쓴 글만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사람이 될 확률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죠. 요즘의 작가들을 보면, 시인이든 소설가든 문학을 부업으로 하던지 직장을 부업으로 하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저는 바람직하다고 봐요. 생계를 유지 하지 못하면 글쓰기 어려울 것은 분명하구요.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이 문학에 녹아 들 수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문학의 지향점이예요. 누군가는 타협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 그렇다면, 창작을 계속하기 위해 직업을 가질 생각이신가요?

"네 그렇죠. 하지만 일반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왠지 거기에 찌들다 보면 문학생활도 회사 생활도 엉망이 될 것 같거든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신문사 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신문도 읽고 글쓰기도 해야 하잖아요. 신문 속에서 소재도 발견하고 작문이나 논술 준비 하면서 문장도 계속 강화되는 것 같아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물론 시도 계속 쓰면서 공부하고 있죠."



- 혼자서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활동하고 있는 써클이나 동아리가 있나요?

"예, 활동하는 모임이 있어요. 처음에는 지인들끼리 사회 참여적인 문학을 한 번 해 보자는 뜻에서 의기투합했는데 지금은 평범한 문학 모임이 됐어요. 또 처음에는 매주 한 번씩 만나서 술 먹고 합평하고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에서 만나 댓글로 서로의 의견을 대신하고 있죠. 아무튼 회원 수가 줄어들어 걱정이예요. 우습지만 지금 활동하고 있는 회원이 다섯 명뿐이거든요. 물론 글은 소수의 회원들에 의해서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게다가 서로 친해서 글에 대해서 논의도 많이 이뤄지고 있지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힘들지요."



- 요즘 대학생들이 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절대 그렇지는 않아요. 대학생들이 소설과 시를 읽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 글을 쓰는 것에도 관심이 많은 것도 분명해요. 문학 관련 교양 수업 시간에 문학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 하거나 실제로 시나 소설을 쓰는 학생들을 만날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구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신춘문예나 다른 문학상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알고 있어요. 이 중 다수가 젊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요즘 대학생들이 문학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다만 바쁜 생활 때문에, 혹은 다른 사람들과 만날 필요성을 덜 느껴서 모임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술을 마시다가 경희대 국문과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문학을 창작하는 서클이 자기 과에도 있긴 한데, 세 명이서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 배설 하러 가야죠. 하하하."



가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전어철'이니 '대하철'이니 하는 '철'들이 모두 지나가고 '신춘문예의 철'이 돌아왔다. 문학에 뜻을 품은 젊은 영혼들의 고뇌의 흔적들이 각각의 신문사에 모여 겨루기를 시작한다. 고혁주씨도 자기의 짧은 인생에 스스로 찍은 낙인 자국을 만지며 글을 써왔다.



문학은 예술이다. 평가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문학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부디 올 해에는 많은 젊음(물론 나이가 많은 젊음도 포함한다)들이 신춘문예를 통해 자기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 링크된 주소를 방문하면 2012 신춘 문예에 관한 정보를 만날 수가 있다.
http://blog.daum.net/woohahahakkk?t__nil_loginbox=blog_btn


태그:#신춘 문예, #한국외국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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