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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볼 시즌'을 기다려온 관중들의 환호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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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미국은 풋볼(미식축구) 시즌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손꼽히고 있는 풋볼은 지난 8일, 프로 경기인 NFL 개막전이 전년도 우승팀인 위스콘신의 그린베이 패커스 구장에서 열렸다.

고등학교와 대학 풋볼 시즌 역시 NFL 개막전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고 TV에는 풋볼 뉴스만 전문으로 다루는 프로가 다시 등장했다. 내년 2월에 열릴 NFL 결승전인 슈퍼볼도 이미 티켓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인터넷에는 티켓 광고가 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제46회 슈퍼볼. 2012년 2월 5일. 인디애나폴리스.
평생 추억에 남을 슈퍼볼을 직접 와서 즐기세요.

각 팀마다 이제 겨우 첫 경기를 마쳤을 뿐인데 슈퍼볼 티켓은 절찬리 판매중이다. 이렇게 인기 있는 슈퍼볼 입장료,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가는가.

놀라지 마라.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내년 슈퍼볼 티켓은 제일 비싼 게 1만27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00만 원 정도다. 딱 한 번 보고 날아갈 티켓값이 누군가에게는 1년동안 벌어야 할 연봉인 셈이다. 가장 저렴한 스탠드 꼭대기 자리도 2609달러로 280만 원이나 된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풋볼에 죽고 못사는 미국인들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주고 받는 이런 얘기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풋볼을 좋아하는 미국인에게는 1년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아니라 '풋볼 시즌'과 '풋볼 없는 시즌' 두 계절 뿐이라고.

풋볼 시즌 개막을 기다려온 관중들이 개막전날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버지니아 대학의 스코트 경기장에서.
 풋볼 시즌 개막을 기다려온 관중들이 개막전날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버지니아 대학의 스코트 경기장에서.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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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는 버지니아 대학의 상징인 기사(Cavalier)가 말을 타고 등장해 관중들을 즐겁게 한다.
 경기장에는 버지니아 대학의 상징인 기사(Cavalier)가 말을 타고 등장해 관중들을 즐겁게 한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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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풋볼 소풍 나오다

기자는 지난 3일, 버지니아 대학과 윌리엄 & 메리 대학의 개막전이 열리는 버지니아 대학의 스코트 경기장을 찾았다. 관중들은 '풋볼 없는 시즌'에서 '풋볼 시즌'으로 진입한 것을 환영하듯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관중석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아주 많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한 가족이 있었다. 

먹을거리를 챙겨 '풋볼 소풍'을 나온 일가족. 모두 몇 명일까요?
 먹을거리를 챙겨 '풋볼 소풍'을 나온 일가족. 모두 몇 명일까요?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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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린 아이들과 젊은 부부였다. 얼핏 보기에 가족은 모두 네 명인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숨어(?) 있는 아기가 한 명 더 있었다. 모두 버지니아 대학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홈팀을 응원했다.  

이들은 마음 먹고 '풋볼 소풍'을 나온 듯 먹을거리를 많이 챙겨왔다. 경기 내내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먹고 마시고, 환호하고,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가족들,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이들 가족중 유일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갓난 아기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아기가 약간 칭얼거리는 기미를 보이자 엄마가 갑자기 티셔츠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 저게 뭐지? 모유 수유? 경기장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오, 놀라워라. 훌륭한 엄마! 

티셔츠를 올리고 아기에게 젖을 주는 엄마.
 티셔츠를 올리고 아기에게 젖을 주는 엄마.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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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빠 차례였다. 자신의 임무(?)를 마친 엄마는 티셔츠를 내린 뒤 아기 아빠에게 아기를 넘겼다. 그러자 아빠는 많이 해 본 노련한 솜씨로 아기 등을 두드리며 흔들어댔다. 아마 젖을 먹이고 난 뒤 트림을 시키는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부부!   

노련한 솜씨로 아기를 어르는 아빠. 임무를 끝낸 엄마는 다시 관전 시작!
 노련한 솜씨로 아기를 어르는 아빠. 임무를 끝낸 엄마는 다시 관전 시작!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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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막전 경기는 홈팀인 버지니아 대학이 큰 스코어 차(40:3)로 이겨 홈팀 관중들을 즐겁게했다. 하지만 좀 싱거운 경기인 탓에 경기 종료 전에 사람들이 일어섰는데 이들 가족들도 4쿼터 종반에 접어들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집에 가려고 일어선 가족들. 페이스페인팅을 한 두 아들과 갓난 아기도 의젓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이들이 앉았던 자리가 깨끗하다.
 집에 가려고 일어선 가족들. 페이스페인팅을 한 두 아들과 갓난 아기도 의젓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이들이 앉았던 자리가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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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풋볼 소풍'을 마친 일가족, 집으로.
 즐거운 '풋볼 소풍'을 마친 일가족,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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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것은 이들 가족의 아름다운 뒷마무리였다. 아빠는 이미 그 전에 그들이 먹었던 음식 쓰레기를 모두 아들 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이들이 앉았던 자리는 깨끗했다.

드디어 집에 가려고 일어선 가족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개막전 경기도 보고, 응원한 팀도 이기고,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풋볼을 통해 이렇게 온 가족이 하나 되는 경험, 미국의 국가 스포츠인 풋볼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 아기를 안고 응원하는 아빠, 신났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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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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