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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서울에 사는 오아무개(27·여·기자)씨는 말로만 들어오던 일명 '보이스피싱'으로 불리는 전화금융사기를 당했다.

지난 2006년 우체국에서 카드가 발급된 게 있는데 안 찾아가서 전화했다며 연락이 왔었지만, 조선족인지 강한 사투리 때문에 잘 알아듣지를 못해서 그냥 끊은 경험이 있던지라, 직업이 N언론사의 기자이자 똑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인 오씨에게는 사기 전화에 두 번씩이나 홀딱 넘어갔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한 즐거운 외식자리에서 오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서울지방검찰정 금융범죄수사부의 김동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오씨의 이름을 언급하며 본인이 맞는지를 물어봤다. 본인 확인 후 그는 "오씨의 명의로 차명계좌와 대포폰이 사용되어 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투리 섞인 말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실제 범죄에 연류된 것처럼 "박창식씨를 아냐"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언급, 이름을 모르는 걸 짐작하곤 "오씨께서 사건에 연루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네요"라며 구체적인 수사를 위한 정보 취합을 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어 "농협이랑 **은행에 있는 통장이 실제로 이용이 되었는데 통장이 있었던 사실을 모르냐"며 실제 사용하는 통장은 어느 은행이며, 통장관리는 주로 본인이 하는지, 신원이 유출된 것 같은데 누구에게 알려준 적이 있냐는 식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화 금융사기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도록, "전라도 광주에서 금융범죄로 일당 13명이 검거됐다"며 그들이 오씨의 명의로 된 통장을 주로 이용했다고 설명까지 해주는 범죄의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제부터 그들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주로 유출됐을 것 같다"며 "통장에 큰 돈이 오고 간 것이 본인의 돈이 아니라는 얘기죠?"라며 물어보는 것. 즉, 오 씨의 통장에 보이스 피싱에 걸릴만한 두둑한 통장을 가진 대상인지 물밑작업으로 그러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다행히 오씨는 "학생이라 200만 원 이상 들어오거나 나간 적도 없고 지금 50만 원도 안 들어있다"고 대답했다. 순간 똥 밟았다 생각한 상대는 "학생이요?"라고 되물으며, 주민등록번호까지 재차 물어보며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선 더 많은 얘기는 검찰청에서 하고, 내일 자신을 찾아오라"라며 "팀장이 다시 전화를 하게 되면 수사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하며 만남의 장소를 대범하게도 검찰청으로 정하며 끊는 대담함으로 상대를 완벽히 속이며 마무리지었다.

이에 놀란 가슴을 안고 오씨는 검찰청을 방문했고, 검찰청 관계자는 보이스 피싱인 것 같다며 전화를 해봐도 아마 안 걸릴 것이라고 안내해줬다. 정말로 전화를 걸었더니 결번이란 안내음성이 허무하게 들려올 뿐.

이렇듯 헛걸음까지 시키면서 오씨에게 골탕을 제대로 먹인 자칭 '서울지방검찰정 금융범죄수사부의 김동석씨'. 아마도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 통장발급도 본인이 아니면 하기 어려울뿐더러 통장에 돈까지 없으니 범죄대상이 아니라 생각한 결과, 골탕이나 먹으라며 검찰청으로 출두하라고 선량한 시민을 곯려주는 악한 심보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점점 증가하며 사그라지지 않는 '보이스피싱' 피해사례.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까지 알고 접근하는 지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대담하게 사칭하며 접근하기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마음 놓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주의는 필수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전화번호까지 알고 접근하는 이들에게 의심을 품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각종 사이트 가입 시 개인정보를 기입하게 되고 이러한 정보들이 해킹이 되어 추가적인 2차 피해를 낳게 된다. 최근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해킹 사건으로 3500만 의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큰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돈과 연결된 개인정보, 그렇기에 개인정보의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 PC의 개인정보 관련 파일은 수시로 삭제 △ 동일한 비밀번호는 사용하지 않기 △ 주기적인 백신 및 보안 프로그램 사용 △ 불필요한 사이트 가입하지 않기 △ 불법 다운로드 하지 않기 등이 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금융사기로 신종 범죄로 떠오르고 있다. 음성이라는 뜻의 '보이스(voice)'와 금융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수법이라는 뜻의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말이다. 말 그대로 전화 등을 이용하여 개인의 금융정보를 캐내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태그:#보이스피싱, #범죄, #공공기관,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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