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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진보진영 통합의 출발점이다. '원탁회의'와 '혁신과 통합' 등 정당과 시민사회가 모여 통합후보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 서울시장 보선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출발점인 만큼 이를 통해 반드시 야권통합을 이뤄낼 것이다."

 

어? 이거 누가 한 말일까요? 진보적 시민사회 원로가 격분을 참지 못해 쓰고야만 시일야방성대곡의 일부일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완벽한 오판 되겠습니다. 이것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말입니다. 간만에 제1야당 대표로서 존재감 보여주셨죠?

 

손 대표는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야권통합후보추진위원회 구성을 전격 제안했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야권통합후보추진위원회 구성에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는 어떤 반응일까요?

 

우선 통합운동에 적극 나서는 '혁신과 통합' 제안자 그룹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김기식 '혁신과 통합' 제안자그룹 대변인은 "범시민적 통합단일후보로 10.26 보선의 승리와 통합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후보단일화에 성공하고 그로써 이길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희망과 대안은 공식 성명을 발표해 기대 섞인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한 가운데, 보다 폭넓은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자칫 이 선거가 다른 정당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민주당 후보들만의 경연장으로 치달을 것 같은 분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2012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획득해야할 연합정치에 관해 민주당이 전혀 부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손 대표의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은 그런 우려를 덜게 해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처음부터 통합후보를 세우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이후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시급히 민주진보 정당들과 관련된 시민정치운동조직들이 지혜를 모으는 논의의 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습니다.

 

"통합후보추천위, 민주당끼리만 경연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요?"

 

진보정당들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당면과제가 진보통합인 만큼 신경은 그쪽에 곤두서 있는 분위기입니다. 신창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야권연대를 위한 후보단일화 협상을 제안한 것이라면 당연히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다"며 "다만 통합문제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보통합 진행 중인데 민주당까지 통합하는 문제로 확대하지 말라는 경고지요.

 

진보신당도 비슷합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후보단일화를 논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현재 진보통합을 논의 중인 만큼 후보를 내더라도 통합진보정당의 후보를 먼저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선 진보통합, 후 통합진보후보 결정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통합후보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참여하겠다"며 "어떤 방법으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인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큰 틀에서 손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 화답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지난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어떤 방법을 통해 '통합후보'를 낼 것인가로 논의가 집약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적 대의에는 모두 동의하나, 문제는 방법론인 것이지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 일각에서는 '예선전과 본선전'을 주장합니다. 일단 각 정당과 시민사회 별로 예비경선을 치르고 후보를 걸러낸 뒤에 본선게임으로 최종 통합후보 1인을 결정하는 방법을 얘기합니다. 일종의 슈퍼스타K 방법인 것이지요.

 

각 정당별로는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이 즐비하고 이들을 모두 링에 올려 한 번에 정리하자면 후보조정이 쉽지 않으니 각 정당별로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결정을 하자는 주장입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내 경선 과정을 밟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당 내부에서 출마의 뜻을 밝힌 모든 후보가 공정하게 경선해서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 그 후보가 나중에 야권의 다른 후보들과 경쟁해서 최종 1인이 돼야 한나라당과 붙었을 때도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나가수 '청중평가단' 모티브로 대규모 '시민평가단' 어떤가 

 

실제 민주당은 31일 통합후보추천을 위한 공천심사위원회를 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등록을 하게 되면 본격적인 민주당 내부 경선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내부 경선 규정에 따라 오픈프라이머리를 할지, 아니면 당원 50% 국민 50%의 참여경선을 하게 될지 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간 경선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출마자들이 가장 많은 민주당부터 당내 경선을 통해 9월말까지 후보를 결정하고, 9월 25일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는 통합진보정당에서 1인의 후보를 내고, 또 시민사회에서 또 다른 누군가 후보로 나선다면 최종 3인의 경선을 통해 야권통합후보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탈하게 이 과정이 이뤄진다면 이것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단일화 감동'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흥행전략이 동시에 요구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적 관심은 오 간 데 없이 정치공학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결국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겠지요. 따라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심판입니다. 누가 판관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지요.

 

관례로 보면, 이 같은 정치상황에서 늘 심판관 역할을 맡았던 것은 시민사회입니다. 그런데 만일 시민사회도 '시민후보'를 추대하고 통합후보경선에 참여하게 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경선관리를 할 수 있는 제3의 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모두 한 몸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예를 들어 이런 것은 어떨까요? <나는 가수다>의 '청중 평가단'처럼 대규모 '시민 평가단'을 구성하는 것이지요.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 서울시민 평가단'을 조직하고 이를 토대로 '내가 시장이 된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식으로 '정책 만민공동회'도 열면서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후보를 찾아가는 방식을 찾는다면 어떨까요?

 

이렇게만 된다면 이 자체로 10.26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들 가슴에 새로운 정치역사를 쓰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 하는 방법이 가장 간단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시장후보와 시민 평가단이 직접 만나 소통하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도 생각합니다. 정말 시민이 원하는, 시민의 정치, 그것을 해볼 수 있는 출발이 어쩌면 '통합후보추천위원회' 출범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제게 이런 말이 들리네요.

 

"꿈 깨세요. 한국 정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구만. 그렇게 나이브(naive)한 생각을 하다니. 정치가 그렇게 단순한 줄 알아! 각자 얼마나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텐데...쯧쯧."

 

그런가요?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서울시장, #나가수, #슈퍼스타K, #통합후보추진위,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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