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우리의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로서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되어 빚어진 독특한 현지문화를 깊숙이 경험했다.'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 기자 주

 

모로코에서 보낸 날들을 되돌아보면 언제 어디에서나 춤과 노래를 빼놓을 수 없었다. 모로코에 온지 며칠 안 되서 아지즈 아저씨(모로코 측 봉사기관의 기관장)께서는 이웃의 결혼식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 집 앞에 있는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기에 이 천막은 어디에 쓰이는 건지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날 있을 결혼식을 위한 것이었다. 물론 결혼식장에서 결혼하는 커플도 있지만 결혼식장은 빌리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렇게 임시로 천막을 쳐 놓고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모로코의 결혼식은 한국같이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며칠 동안 이어진다.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이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싶지만 결혼식에 가보면 이렇게 결혼식을 오래하는지 이해된다.

 

아침부터 마을의 아이들은 색색의 옷을 입고, 손에는 헤나를 했다. 전날에는 남자하객이 모여서 결혼식을 했다고 하고 그날 저녁은 여자 하객이 모이는 날이었다. 하객이 많으면 이렇게 여자하객 남자하객을 구분해서 치르기도 한다.

 

결혼식은 저녁 7시 가까이 되어서 시작했다. 결혼식장 앞에서 신부가 금가마에 타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면서 결혼식이 시작된다. 결혼식 천막 설치부터, 신부를 가마에 태우고, 춤을 추고, 결혼식 천막을 걷는 것까지 젊은 남자 4명이 맡아서 했는데, 아지즈 아저씨 말로는 돈을 받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4명은 큰 망토를 단 모로코 의상을 입고 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도와준다.

 

신부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진하게 화장을 하고, 옷도 굉장히 화려하게 입는다. 결혼식 내내 신부는 옷을 네다섯 번 정도 갈아입는다. 신부도 손과 발에 헤나를 하는데 보통 꽃무늬나 기하학 무늬를 그려 넣는다. 이 무늬는 악귀를 쫓고 행운을 가져다주며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결혼식 때에 신부에게 하는 헤나에는 신랑의 이름도 살짝 디자인에 넣는다고 한다.

 

현지에 도착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신랑, 신부 입장부터 까치발을 하며 구경했다. 신랑, 신부 입장 후에는 천막 밖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결혼식 하객들이 결혼식에 집중하지 않고 우리를 더 신기하게 쳐다보아서 민망했는데 결국은 우리도 결혼식장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결혼식은 하객들이 춤을 추고, 신부가 탄 가마를 든 사람들이 춤을 추는 걸 보는 것의 반복이었다. 결혼식 내내 노래가 흐르고, 신랑신부 왼쪽 편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하객들은 손을 입에 대고 마치 정글에서 타잔을 부르는 소리와 비슷하게 혀를 빠르게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서 소리를 낸다. 그러고는 축복의 의미로 손을 신랑, 신부를 향해 무엇을 던지는 것마냥 모았다 폈다를 반복한다.

 

신부는 결혼식 내내 양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웃는 얼굴을 유지하였는데 신랑은 많이 긴장하였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우리들은 춤을 추고 쉬려고 하면 여기서 손을 내밀어서 춤을 권하고, 또 조금 쉬려고 하면 저기서 손을 내밀어서 춤을 권하고……. 정말 결혼식에서 나올 때쯤에는 몸에 수도꼭지를 튼 듯이 땀이 흥건했다. 그래도 낯선 외국인이 결혼식에 와도 하객 모두 웃는 얼굴로 우리가 춤추는 걸 보고 즐거워 하셨다. 여자 하객이 초대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동네 사내아이들은 음악만 나오면 결혼식에 들어와서 춤판을 벌이곤 했다.

 

결혼식 중간 중간에는 모로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민트 차와 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너무 춤을 많이 춰서 아무리 민트차를 마셔도 힘이 돌아오지 않을 무렵 결혼식장을 나왔는데 우리가 잘 때까지도 결혼식장에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날, 집 앞에는 세워져있는 조촐하게 꾸며진 웨딩카를 보며 어제의 광란의 밤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모로코는 여자에게 혼전순결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 전 처녀가 아님이 밝혀지면 결혼식이 취소되는 일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치르고 신부가 처녀였음을 상징하는 피가 묻은 천을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축하를 받는 관례가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처녀가 아닌 여자는 결혼을 하기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 처녀막을 만드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관례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로코에서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지 않는 것을 'catastrophe(대재앙, 대참사, 큰일)!' 이라고 얘기하는 모로코 여자 친구들을 보면서 아직까지 이 관례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

( 1 / 18 )

ⓒ SympaTIC Coree 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로코, #모로코결혼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