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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장영선씨와 엄마 이춘호씨 그리고 동생 수빈양과 포즈를 취한 예은양(왼쪽)이 수술하기 전,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고 있다.
 아빠 장영선씨와 엄마 이춘호씨 그리고 동생 수빈양과 포즈를 취한 예은양(왼쪽)이 수술하기 전,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고 있다.
ⓒ 임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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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79.30㎡(24평) 아파트에 사는 장영선(41)씨. 그는 '연골육종'이라는 희귀암 때문에 다리가 썩어가는 딸 예은(15)양과 며칠 전 악성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둘째 딸 수빈(14)양, 그리고 유방암과 난소암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이춘호(39)씨의 아빠이자 남편이다.

그래서 오늘도 영선씨는 자신의 덤프트럭을 호출하는 일감을 기다리며 입술을 태우고 있다. 그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이 덤프트럭은 이미 15년이나 사용한 고물이라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트럭을 바꿀 엄두도 낼 수 없다. 워낙 고가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가족들 병원비로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요샌 비가 자주 와서 그나마 일감도 없다. 더구나 둘째 딸 수빈이까지 두 달 전 갑자기 수술하는 바람에 퇴원한 수빈이 수발을 해야 해서 지난 6월부터는 하루도 일을 나가지 못했다. 그냥 입술만 바짝바짝 태우는 시간이 그렇게 가고 있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암에 걸리면 가산이 남아나기 어렵다는데, 이 가족은 영선씨만 빼고 3명 모두 몸속에 돋아난 종양과 싸우고 있다.

장영선씨 가족이 종양과 싸움을 시작한 지는 벌써 8년이 넘었다. 지난 2003년 당시 네 살이던 장씨의 막내아들 윤동이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횡문근육종'이라는 암과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윤동이의 방광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충북대 병원에서 이 종양을 제거하고 투병하던 윤동이는 이후 뇌에서도 종양이 발견되었다.

2005년 4월, 윤동이가 일산의 국립암센터에 입원하고 수술한 그때부터 1년 가까이 암과 싸웠다. 하지만 끝내 윤동이는 일곱 살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2006년 3월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런데 윤동이가 투병생활 하던 중 엄마 춘호씨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유방암을 수술했는데 또 난소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난소암까지 수술하고 재활하던 중 윤동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작년에 중학교 2학년이던 예은이는 커서 경호원이 되는 꿈을 키우던 아이였다. 그런 예은이가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공을 차다가 무릎에 통증이 있다며 조퇴를 했다. 성장통으로 알고 찾은 병원에서 성장통이 아니라 '골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충북대 병원에서 1차 수술을 했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결국 지금 입원한 암센터로 옮겼다. 그게 올해 1월이다.

"다시 종양 생기지 않는다면 재활 통해 걸을 수도... 기적 바란다"

연골육종 수술 후 재활 중인 예은이는 오늘도 자신의 다리 신경이 살아나 걸을 수 있을 것리라고 믿는다.
 연골육종 수술 후 재활 중인 예은이는 오늘도 자신의 다리 신경이 살아나 걸을 수 있을 것리라고 믿는다.
ⓒ 임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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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검사 결과 예은이의 병명은 '연골육종'으로 판명되었다. 진단 후 바로 항암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미 암세포가 골반에 침범해 수술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암세포가 혈관을 막아 버려 현재는 다리가 까맣게 괴사하고 형태만 남은 상태다. 얼마 전 종양 제거 수술 후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아 피부 이식수술까지 해야 했다. 육종이라는 암은 뼈나 연골, 근육 등에 생기는 암으로 통증이 심한 악성종양이 대부분이다.

지금껏 이런 대수술만 3회. 그런데 예은이는 방사선 치료도 항암제 치료도 듣지 않는 가족성 암 증후군 환자다. 예은이 외할머니도 유방암과 난소암 수술을 받았고, 예은이 외삼촌은 골수암으로 이미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래서 의사는 예은이 다리를 잘라내자고 한다. 그래도 영선씨와 춘호씨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열다섯 살 예은이 꿈이 다시 걷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지난 6월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둘째 수빈이 몸속에서도 종양이 발견되었다. 서둘러 수빈이도 언니와 엄마가 있는 암센터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수빈이에게 발견된 종양은 악성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 12일, 예은이 엄마 춘호씨를 만났다. 그는 통증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잠이 든 딸 예은이의 병상을 지키며 웃고 있었다.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그냥 웃는다고 했다. 문병 온 친정 동생이 자기만 건강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서 웃는다고 했다. 혹시 모르니 혈액검사를 해보라고 하여 동생도 혈액검사를 했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그는 안타까워했다. "예은이 다리를 자르는 것이 최선인데 자를 수 없다"며 "척추 종양이 제거되었으니 다시 종양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종양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죽은 신경이 다시 살아날 수 있으므로 재활을 통해서 걸을 수도 있다"며 "그런 기적을 바란다"며 울먹였다.

또 "암증후군 가족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딸에게 미안하다. 다리 없는 예은이를 평생 어떻게 보느냐"며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의사에게 조금만 경과를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고 했다. 그렇게 예은이가 걷는 것을 기대하고 있던 춘호씨는 씩씩하게 말했다.

"우리 예은이는 스스로 완치 의욕이 높아요. 예은이가 자신의 까맣게 썩은 다리를 보고는 자신은 지금 검은 장화를 신고 있다고 그래요. 빨리 저 검은 장화를 벗고 운동화를 신어야겠다고 그래요. 자신의 다리에 저 검은 장화가 아니라 경호원용 부츠를 신고 경호원이 돼야겠다고 그래요. 아이가 그런데 제가 어떻게 다리를 자르자고 말해요?"

"돈보다는 생명, 그리고 가족의 행복"

아빠 영선씨는 가족들이 종양과 싸움을 시작한 뒤 빚쟁이가 되었다. 그래도 영선씨는 씩씩했다. 둘째 "수빈이만이라도 지켜달라고 기도했는데 수빈이도 종양수술을 해서 더 황당하다"며 웃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융자를 얻어 분양을 받았는데, 이미 병원비만 4000만 원 넘게 들었다"면서도 "돈보다는 생명, 그리고 가족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예은이만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면, 저는 더 소원이 없어요. 돈요? 돈은 벌면 되지요."

예은이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그 통증을 참을 수 없어 계속 비명을 지른다. 이 비명으로 인해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도 힘들다. 그래서 빚이 계속 늘어가지만 예은이는 하루 17만 원이 넘는 독실을 써야 한다. 6인 병실은 입원할 수 없어서다. 그게 지난 2월부터니 이미 입원실 사용료로만 2000만 원이 넘었다.

앞서 하늘나라로 간 윤동이 암 치료비와 아내의 유방암과 난소암 수술 및 치료비만도 15톤 덤프트럭을 운전해서 버는 영선씨의 수입으론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예은이와 수빈이 수술비 및 치료비까지 모두가 아빠 영선씨 몫이다. 이런 영선씨는 오늘도 15년이 된 덤프트럭 앞에서 기도하듯 말한다.

"너라도 아프지 마라. 너라도 건강해야 예은이 입원비를 댈 수 있다."

나는 이런 영선씨와 춘호씨를 응원한다. 예은이와 수빈이도 응원한다. 영선씨의 트럭도 이미 폐차 직전이지만 아프지 말고, 그나마 일감이 늘어 영선씨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기를 기도한다. 또 춘호씨의 몸에 다시는 종양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응원하고, 수빈이에게 생긴 종양이 악성이 아니었음에 감사한다.

예은이의 척추 신경이 살아나서 소원대로 다리를 자르지 않고 완쾌되기를 기도하며, 씩씩하게 재활을 거친 예은이가 자신의 꿈대로 멋진 경호원이 되기를 응원한다.



태그:#장예은, #가족암, #암투병, #국립암센터,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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