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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노동자의 죽음은 뒤켠 '은마아파트 잔혹사'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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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이었죠.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셔서 어머니 생각하면 한쪽 구석이 아려요. 그런 존재였는데 한 순간에 도둑맞은 느낌, 그러니까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하루 아침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 이아무개(34)씨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김정자(64)씨는 27일 오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2동 지하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폭우로 인해 아파트 지하실이 침수된 직후에 벌어진 일어었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침수된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감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식도암 투병 중인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인 월 60여만 원의 돈을 받고 매일 아파트 청소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작년에 식도암 수술을 하셔서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을 하신 건데 몇 달 안에 그만두게 하려던 차에 일이 벌어진 거죠."

 

 

3년 전부터 은마아파트는 비가 많이 오면 지하실 침수가 반복됐습니다.

 

"그게 3년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녹물도 올라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노후가 되다 보니까 침수도 많이 되고 해마다 계속 반복된 상황이라고요."

 

특히 유가족들을 화 나게 만든 건 관리사무소측의 무성의한 태도. 아들은 관리사무소측이 다른 업무를 핑계로 6년 넘게 열심히 은마아파트를 쓸고 닦아온 어머니의 사망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최초 목격자한테 사고 경위도 안 물어봤다는 거예요. 왜 안 물어봤느냐고 했더니 비도 많이 오고 여러 가지 처리할 업무가 과중해서 민원도 있고 해서 사고 경위를 못 물어봤다는 거예요. 민원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건물이 무너지 건, 다리가 무너지 건 재해가 일어나면 제일 우선 순위가 되는 게 사람 목숨이잖아요. 그런데 사람 목숨이라는 문제를 좌시를 하고 다른 문제를 먼저 처리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거죠."

 

아들은 오히려 관리사무소측이 어머니가 업무 시작 전 아파트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고 말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리사무소) 담당자들이 와서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얘기하니까 저희 쪽에서는 화가 나고… 빨리 장례식을 하는 게 자식된 도리인데 저쪽에서 이렇게 나오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한 심정이죠."

 

기자가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정확한 사고 경위를 물었지만, 관리사무소측은 정전 복구 등 주민들의 민원에 바빠 김씨의 사고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지금 그거 얘기할 상황입니까?", "지금 민원을 보기도 힘드니까요, 그거는…"(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

 

장례식장에서 만난 관리사무소장도 기자를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양반이 왜 자꾸 이렇게 하고 다녀?"(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김씨의 사망 원인을 과실이라며 사망 사고 수습은 뒷전이었습니다.

 

경찰은 28일 김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고 정확한 사인 파악에 3주 가량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청소노동자 김정자씨. 죽음마저 뒤켠으로 밀리는 '은마아파트 잔혹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태그:#은마아파트, #집중호우, #청소노동자, #지하실,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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