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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안에 잔디밭과 함께  논과 밭에서 벌과 나비 개구리와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대학교안에 잔디밭과 함께 논과 밭에서 벌과 나비 개구리와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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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고딕 양식의 회색 건물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 들어서자 반복적으로 스프링쿨러가 뿜어주는 물줄기를 받아내고 있는 네모 반듯한 잔디밭이 보인다.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논 같은 착시 현상마저 든다. 벌과 나비가 날아오고 밤이면 개구리 울음소리와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대학 캠퍼스는 너무 낭만적인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고려대 텃밭동아리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의 그루터기 텃밭을 찾아갔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여유있게 학교를 한 바퀴 돌면서 텃밭을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잠시후, 마중을 나온 텃밭지기 곽봉석(언론학부4년)씨를 따라 도착한 텃밭은 학교 규모와 명성에 비해 초라했다. 이미 다른 대학교의 텃밭을 보고난 뒤라, 그만큼의 기대를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가 보수적이라서 지원하는데 조금은 인색하네요. 여기도 어떻게 보면 무단 경작으로 시작을 한 겁니다."

학교텃밭에서 작물을 돌보고 있는 학생들
 학교텃밭에서 작물을 돌보고 있는 학생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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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시험기간에 텃밭 돌보기를 못했던 학생들은 여러 작물에 물을 뿌리고, 일부는 수확을 하기도 했다. 작년 겨울에 심었다는 마늘은 비록 작은 한쪽마늘이었지만 우유 빛깔을 머금었고, 완두콩은 통통하게 알을 채웠다. 올해로 2년째인 그루터기 텃밭에 참여하고 있는 조소담(사회학부3년)씨에게 텃밭은 어떤 것일까.

"흙 만지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어요. 텃밭에 오면 기분이 신선해지고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수확한 것을 먹을 때는 사먹는 것보다 맛이 달달하다고 느껴질 때도 좋아요."

조씨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텃밭을 시작하면서는 직접 농사지은 작물의 작부체계(작물의 재배순서와 방법)는 알 정도가 되었다. 텃밭에서는 욕심이 있을 수 없다는 그녀는 도시에 살더라도 텃밭은 가꾸고 싶다고 한다.

완두콩
 완두콩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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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몇 개 대학 학생들이 연합동아리 형태로 각 학교별로 자체 텃밭을 일구고 있다. 또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텃밭학교(레알텃밭)도 한국농어촌공사와 (사)전국귀농운동본부의 지원을 받아 2회째 운영을 하고 있다. 농사의 기초이론과 실습 등을 통해서 기본적인 농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군 전역후, 복학해서 재미있는 일이 뭐 없을까 찾다가 우연히 도시농업다큐프로그램을 보면서 농사는 농촌에서만 짓는다고 생각했었다는 곽봉석씨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텃밭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 텃밭 시작하고 나서 스웨덴으로 유학(교환학생)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그곳의 도시농업은 어떤가.
"스웨덴은 땅이 척박하지만 도시농업이 잘 되어 있어서 일년에 한번씩 박람회도 열리고, 제1대학(읍살라)에는 텃밭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도 한다."

- 텃밭을 시작한 후에 달리진 점은 무엇인가.
"재미로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농업과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키운 것은 왜 맛이 다를까 하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과 로컬푸드와 채식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주위에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텃밭학교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텃밭을 더 넓게 확장할 계획은 있는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당분간은 (현재) 텃밭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학교 측에 지원도 요청해보려고 한다."

- 귀농할 계획은 있는가.
"내 먹을거리는 자급할 생각이다. 아직은 취업을 먼저 하고 싶고, 귀농은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재미로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농업과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곽봉석씨.
 재미로 시작했는데 자연스럽게 농업과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곽봉석씨.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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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올라올 때의 경험은 너무 신기했고,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흙이 알아서 키워주고, 크고 실하지 않더라도 작물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자연에 가까운 맛을 봤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그루터기텃밭 학생들. 여러 대학에서 텃밭가꾸기에 대한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며 대학에 드넓은 잔디밭과 함께 공존하는 논과 밭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청년 농부들이다.

덧붙이는 글 |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http://cafe.naver.com/waithongbo.cafe



태그:#고려대, #레알텃밭, #텃밭, #씨앗,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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