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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O 테스트를 치르는 초등학교 8학년들.
 CITO 테스트를 치르는 초등학교 8학년들.
ⓒ www.hartvannederland.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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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이면 대략 15만 명의 네덜란드 초등학교 8학년(보통 12세)들은 최종 시험을 치르게 된다. 초등학교의 85%가 CITO(Centraal Instituut voor Toests Ontwikkeling) 테스트를 선택하며 15%는 유사한 다른 최종 테스트를 치른다.

압도적 다수가 CITO를 선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네덜란드 초등학교 최종 테스트를 CITO 테스트라 한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초등학교 8학년 과정 동안의 학력을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은 자기 점수와 전체 평균 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시험은 국어(네덜란드어), 수학, 학습 능력 그리고 인문으로 나누어서 3일 동안 치러진다.

CITO 테스트 최종 결과가 나오는 3월이 되면 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에게 초등학교 전 기간 동안 아이가 보인 학습의욕, 태도, 능력들을 종합한 리포트와 CITO 테스트의 결과를 보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든 초등학생의 다음 교육 과정을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CITO 테스트 결과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나중에 대학에 진학할지, 아니면 일찌감치 기술을 배워 그에 적합한 졸업장을 가지고 일자리를 찾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CITO 테스트가 어린이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1차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험 과목을 비롯한 CITO 테스트 세부 사항.
 시험 과목을 비롯한 CITO 테스트 세부 사항.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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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좌우하는 1차 관문, CITO... "진로 결정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 비판도

어떤 이들은 CITO에 대해 '너무 이른 시기에 아이들에게 진로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CITO 테스트는 꽤 규칙적으로 아래와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첫째, 8년간 공부한 것을 3일 만에 다 보여주기는 어렵다.
둘째, 3일 동안 스트레스 없이 자기 역량을 다 보여주기는 어렵다.
셋째, 학생을 직접 가르친 선생님들의 상대평가와는 전혀 관계없이 시험 수준이나 내용이 정해진다.

이와 함께 학년마다 학력 평가용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중간 평가보다는 최종 평가에 큰 비중이 실린다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CITO 테스트의 공신력은 높은 편이다. CITO 연구소에 따르면, 학생의 수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75%이며 이와 달리 25%는 학생의 수준이 선택한 학교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시험의 공정성과 난이도, 그리고 시험 결과에 따라 학생들의 미래가 좌우되는 부분은 네덜란드 교육에서 상당히 중요할 뿐 아니라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 때문에 CITO 결과로 진로를 정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아이가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와 상담해 재평가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OECD "저소득층 자녀에게 불리한 시스템"

네덜란드 학제.
 네덜란드 학제.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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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7년 OECD는 네덜란드의 조기 진로 결정 교육 시스템을 핀란드와 비교한 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8학년 단계에서 자신의 다음 단계의 교육 과정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지 않으며 (…) 상대적으로 부모에게 의존도가 높아 부모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의 경제적·지적 수준이 높은 자녀들이 미래 결정 문제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불리한 교육 시스템이다."

OECD가 지적한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그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안드레 라우풋은 교육 제도 재점검을 선언했다. 그는 네덜란드 교육자문위원회에 더 발전적인 형태의 교육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네덜란드의 학제 유동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교육자문위원회가 핀란드, 캐나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과 네덜란드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 조사했다.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부터 16세가 될 때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자신의 학습 능력이나 학업 성취도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 세계에 일찍 들어갈지를 결정하게 된다. 적어도 16세는 되어야 자기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도 16세에 진로를 결정한다.

네덜란드 초등학생들.
 네덜란드 초등학생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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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문위 "조기 진로 결정 시스템 유지해야"

이처럼 진로 결정 시스템에 대해 3년간 연구한 교육자문위원회는 2010년 3월 8일 보고서(vroeg of laat : 조기 결정 아니면 시기를 늦출 것인가?)를 발표했다. 여기서 교육자문위원회는 조기 진학 결정에 따른 취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되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지닌 학습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력 있는 교육을 해나가야 한다. 조기 결정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학생들은 1년간 추가 기본 운영반(EXTRA FOOT-CLASS) 수업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진학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VMBO(직업 준비 중등학교)와 HABO(일반고등학교)의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는 학교에서 1년 과정을 이수한 후 시험을 거쳐 진로를 결정한다. (…) 또한 조기 진로 결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주니어 칼리지를 만든다. (…) 조기 진로 결정 시스템은 네덜란드 교육의 취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며, OECD의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굳이 진로 결정 시기를 핀란드와 같이 늦출 필요는 없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현 시스템을 큰 틀에서 유지하되, 교육자문위원회의 대안을 받아들여 더 적합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제 유동성, 8학년으로 이루어진 초등학교 제도, 만 4세에 초등학교를 시작하는 시스템(현재 만 3세에 시작해도 될 것인가를 논의 중이다) 등은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교육 시스템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 현재 네덜란드 교육 정책이다.

현재 네덜란드 교육 당국은 CITO 테스트를 치르는 초등학교 8학년에 초점을 두는 대신, 그보다 이른 3~4학년 때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학교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 HAVO에서는 직업 훈련 교육을 강화하고 VMBO에서는 이론 수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스포츠, 예술 등의 통합 수업과 함께 무대 공연을 하며 소통의 계기를 만드는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VMBO와 HAVO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학교 무대 축제.
 VMBO와 HAVO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학교 무대 축제.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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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학 가면 채소가게는 누가 하며 자동차는 누가 고치나"

기자는 붸스트붸이란드(Westerweiland)에서 초등학교 교감을 맡으면서 8학년을 지도하고 있는 마힌을 인터뷰했다. 마힌은 매년 CITO 테스트를 치른 후에 진로 지도에 불만을 품는 학생과 부모들이 생겨서 현재 교육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지 30년이 되는 마힌은 자신이 교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CITO 테스트가 네덜란드에서 중요한 첫 입시 관문으로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네덜란드 교육의 대한 마힌의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힌은 네덜란드 교육 방법의 핵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힌(Margien) 선생님.
 마힌(Margien) 선생님.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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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에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잘 짜인 교육 정책 덕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기까지가 어려운 시기이고, 만약 원하는 것이 명확해졌다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기 위한 방법을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CITO 테스트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진학 과정 중에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기 진로 결정은 학생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네덜란드에서는 학생 본인이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부모의 강요로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각자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실패해도 늘 당당하며, 1등을 하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고, 1등을 하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그만이다.

역량에 맞는 시스템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각자의 경쟁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네덜란드 교육의 목적 중 하나다. 모든 이가 대학에 간다면 채소가게는 누가 하며, 자동차는 누가 고치고, 내 머리는 누가 예쁘게 만들어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네덜란드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 잘못 선택했다 하더라도 쉽게 수정해나갈 수 있는 유동적인 교육, 각자 원하는 것을 하게 만들어주는 네덜란드의 교육 시스템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없을까?

네덜란드의 유동적인 학제
네덜란드 학제는 다음과 같다.

Basisschool(초등학교) 만 4세~12세 / 8년
VWO(Voorbereidend Wetenschappelijk Onderwijs) 대학 준비 교육(한국의 외국어고, 과학고, 특수고 형태) / 6년
HAVO(Hoger Algemeen Voortgezet Onderwijs) 일반고등학교 / 5년
VMBO(Voorbereidend Middelbaar Beroepsonderwijs) 직업 준비 중등학교 / 4년
MBO(Middelbaar Beroep Onderwijs) 전문 직업 학교 / 3년
HBO(Hoger Beroeps Onderwijs) 고등 직업 대학 / 4년
WO(Wetenschappelijk Onderwijs) 대학교 4년(University)

여기서 HAVO를 졸업하면 한국에서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한 것과 같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Havo 졸업 후 WO(University)에는 갈 수 없다. 먼저 VWO에서 1년 수료를 한 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WO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VWO를 졸업해야 한다.

한편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로 유학 오는 학생들은 HBO에 진학하여 1년을 수료한 후 WO(대학교)로 편입학한다.

네덜란드의 학제는 유동적이다. 예를 들면, VMBO에 다니던 학생이 실력이 향상되고 대학 진학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면 HAVO의 스위치 클래스(Switch class)를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새로 시작하는 학기에 학교를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대신, 학습하는 가운데 언제라도 자신의 학력 수준이 향상되면 상위 학교에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학력 수준이 학교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하위 조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네덜란드 교육의 특징이다. 학업성취도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학업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의 강점인 '학습능력에 따른 학교 선택의 유동성'은 지속적인 추가 교육의 가능성을 100% 열어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자료
- website: CITO http://www.cito.nl/onderwijs/primair%20onderwijs.aspx
- Advise Onderwijsraad to the Minister of Education concerning early selection. Report 8th of March 2010: "Vroeg of laat".Den Haag, 2010.ISBN 978-94-61210-01-2
- Dekker, B., Krooneman, P.J., Leenen,H. van Esch, W.van ( 2008) Doorstroom en stapelen in het onderwijs. Amsterdam/'s Hertogenbosch: Regioplan/Cinop
- Gille, E.&Looijens,C.(2009) Pisa en het onderwijsbeleid. MESO Magazine,29(166), 4-8



태그:#교육, #네덜란드, #진로, #C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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