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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피자가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다. 기타를 탈 일은 별로 없었지만 시내버스의 종점이자 우리 마을버스의 종점이라 조치원역 앞을 자주 갔다. 특히 정류장 바로 앞에 피자 가게가 있었는데 터가 좋은 역 앞에 위치하였고 당시 유명 피자 브랜드는 그것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도 그 가게는 분명 장사가 잘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 피자 가게는 사라지고 편의점이 들어섰다.

 

버스나 기차를 타러 오가는 사람들은 매우 많았지만 피자를 먹기 위해 한 두시간 미리 오는, 한 두시간 후에 목적지에 가는 사람들은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나 기차 이용객만이 손님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조치원 사람들에게 피자는 '생일'때나 먹는, 특별한 날에 먹는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끼리 피자 먹은 것을 자랑하곤 했으니까...  아니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정도였는데 조치원에 홍익대 캠퍼스와 고려대 캠퍼스가 있긴 하지만 대학생들은 조치원에 잘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서울 지역 학생들이라 이런 시골의 피자가게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피자가게는 문을 닫았고 지금도 그 자리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중학교 때 조치원 역과 꽤 떨어진 곳에 피자가게가 다시 생겼다. 이전의 것과 다른 브랜드로 이 브랜드가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역과도 멀고 아파트 단지와도 멀고 사람도 그다지 지나지 않는 곳에 생겨서 처음에는 또 얼마 못가 사라지겠거니 생각했다.

 

처음 몇 달은 내가 갈 때마다 우리밖에 없거나 1테이블 정도 밖에 없었다. 피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나는 친구와 괜한 노파심에 '여기는 자리를 잘못 잡았다'며 이마저도 없어질까봐 노심초사 했다. 그러던 것이 반년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자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도 그 피자 가게에서 만나고 생일 파티도 하고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이 오셨다. 지금까지도 그 피자가게는 바쁘게 장사를 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가 더이상 첫 손님이나 두번째 손님이 아니다.

 

Timing is now

 

서두가 좀 길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timing 이다. 그 이전에 피자가게는 왜 문을 닫아야 했을까. 그리고 지금의 피자가게는 왜 장사가 잘 될까. 그 당시에 조치원이라는 지역은 피자가게를 일반 음식점처럼 편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피자를 먹을 돈이면 다른 음식을 먹겠다든지 칼로리만 너무 높다든지 하는 식으로 피자를 멀리 했고 그래서 피자는 특별한 날에나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호 음식이고 맛과 건강을 다 고려한 피자들도 속속 나온다. 저렴한 피자도 많아 피자는 이제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애플 사에서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심 밖이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해외 주문으로 받았다는 말은 들렸지만 크게 사람들에게 회자되거나 열풍을 몰고 오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오히려 '저게 뭐야? 너무 크다. 불편해 보이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고 아이패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냥 새로운 무엇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또 당시 우리나라는 터치 조작 방식의 휴대폰으로 사회가 한층 UP되어 있어 아이패드의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결국 아이패드는 그렇게 조용히 본국으로 돌어갔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대형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기 '킨들'과 그에 도전한 애플 사의 '아이패드'를 주로 언급하였지만 아마존이나 킨들이나 나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나는 주로 아이패드를 가지고 얘기를 하려 한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애플 사는 아이폰을 출시하였고 아이폰의 등장은 세계를 신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SNS의 선두주자로 자부하던 우리나라도 아이폰의 흥행에 힘입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점차 밀리고 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애플 사의 모든 기기에 폭발적 관심이 쏠리는 중에 애플 사가 아이패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이패드에 역시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아이패드에 대해서라면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뻗어도 다하지 못할 것인데 여기서는 전자책으로서의 아이패드만 보자).

 

 사사키 도시나오가 쓴 이 책은 전자책의 등장과 출판업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본론에는 우리나라 출판업계 관련자들이 한국의 상황을 적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음반 시장의 변화를 출판 시장의 변화와 비교 대조하였는데, 이제 더이상 음반은 CD를 의미하지 않는다. '.mp3'의 확장자를 가진 음악 파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CD로, 또 MP3플레이어의 등장 등 음반 시장은 그 모습을 여러번 바꾸었고 이제는 아이폰이나 아이팟이 그 다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영화도 흑백 무성 영화에서 칼라 유성 영화까지 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3D, 4D 영화까지 등장하였다. 하지만 책은 어떠한가. 책은 그 모습의 변화가 거의 없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왼쪽 페이지부터 읽던 것을 오른쪽 페이지부터 읽는 것으로, 흑백 도서가 칼라 도서로 바뀐 것이 변화라면 변화라 할 정도로 그 모습이 한결같다. 물론 인터넷 소설 등이 있긴 하지만 팬픽 등의 발달로 인터넷 소설은 저급하다고 평가되었고 소수간에서만 유통되었다. 휴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책'이라 불리지 않았다.

 

이러던 책이 중간 단계를 뛰어 넘어 전자책으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고 카세트 테이프가 사라졌듯, CD가 점점 사라지듯 종이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종이책은 음반과는 달리(물론 레코드 판 등의 '고대유물'은 그렇지 않지만) 종이책 자체의 가치와 지위, 혹은 그것이 지니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책은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구분되었고 2009년 크리스마스 때 아마존 킨들 스토어의 전자책 판매부수는 종이책 판매부수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아마존, 애플, 그리고 구글(책에는 구글의 책 검색 서비스 '구글북스'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나는 생략하였다)은 출판사나 종이책 시장이 아닌 전자책 플랫폼을 쟁취하기 위한 거대한 전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쟁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전자책 시장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책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전자책에 대한 기술적,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여기에 저렴한 전자책 리더기의 보급, 전자책 리더기의 발달, 저렴한 전자책 등의 환경에서 책은 엠비언트(ambient 환경이나 편재,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것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뜻-본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우리나라에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다시 등장할 것이다. 이미 여기저기서 아이패드가 속속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 보급에서 우위를 가진 삼성에서 갤럭시탭을 출시하여 맞불을 놓았지만 아이폰에 이은 아이패드의 기세를 당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갤럭시폰의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아이폰은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이든 갤럭시탭이든 이대로라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책으로만 출간되는 서적이 많아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미 이런 책들을 몇 권 소개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자책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의 시대에 대한 기대나 상상 이상의 전자책 세계에 대한 신기함보다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이 책을 들고 있는 그 자체가 사라질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요즘 한창 종이책(이제 더이상 '책'이 꼭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에 대한 욕심이 생겨 읽었던 책, 읽고 싶었던 책을 사들이고 있는데, 그리고 종이의 촉감을 즐기며 한 장 한 장 읽고 있는데 이런 나의 촉각적, 시각적, 정서적 즐거움을 차갑거나 혹은 장시간 사용으로 뜨거운 전자책 리더기가 앗아가 버린다니....

 

나의 바람

 

원래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폰도 친구들간의 대화를 줄이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대신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사람의 편리를 위해 기계가 발명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이제는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의 기술경합에 사람들이 꼭 환호와 박수를 보내야만 할 것 같다. 사람이 기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끌고가는 형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거기에 나를 포함시키려는 이 사회가 나는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의 판국이라면 머지않아 전자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뛰어난 언변가가 아니라 그 시대를 물러나게 할 말재주도, 엄청난 부자 그 이상을 뛰어넘는 재벌이 아니라 전자책의 기술을 모조리 없앨수도,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전자책을 뛰어넘는 종이책을 위한 그 무엇을 발명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밀어내는 시대만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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