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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나온 영국인 존 번연의 영문 기독교 소설 < The Pilgrims Progress >의 한국 번역본 <텬로력뎡>은 영문소설을 한글로 완역한 국내 최초의 번역 소설이자 최초의 기독교 문학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 텬로력뎡 >(천로역정, 1895년, 배재학당 삼문출판사)에 대해 다양 시각으로 전문가들이 조명한 < 텬로력뎡 > 연구집(2010년)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출간됐다. 지난 2008년 7월 24일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 1주년(2009년 7월24일)을 기념한 < 뎐로력뎡 > 특별전의 강연집을 묶어 연구집으로 낸 것.

기독교 우화소설 < 텬로력뎡 >의 현대식 발음은 < 천로역정 >이다. 연구집은 < 텬로력뎡 >을 첫 출판한 '배재학당 삼문출판사와 개화기'에 대해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글을 실었다. 또 < 텬로력뎡 >은 개화기 신서적이면서 기독교 서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명근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고찰했다. 또 '< 텬로력뎡 > 초판본과 개화기 한국어'란 주제로 김동언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조명했다.

< 텬로력뎡 > 삽화를 그린 '기산 김준근 선생과 도상적 어원'에 대해서는 신선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이 접근했다. 특히 '조선시대 소설 속 그림(삽화)의 서양화법'이란 주제로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기독교 소설로서 < 천로역정 >'이란 주제로 장춘식 배재대 교목실장이, '개화기의 인쇄출판문화와 < 텬로력뎡 >'은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삽화를 그린 '기산 김준근과 근대 시각문화'를 권혁희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고찰했다.

1895년 배재학당 삼문출판사에서 낸 < 텬로력뎡 > 일부 목판본이 현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목판본은 당시 한글 어휘, 문법 체계, 글씨체, 번역시스템, 목판화 기법 등을 연구하는 귀한 자료로 인정 받고 있다. < 텬로력뎡 >은 번역문학의 효시라고 알려진 작품이다.

< 텬로력뎡 >은 17세기 영국 비국교파의 신앙운동가 존 번연(1628~1688)의 < The Pilgrims Progress, 순례자의 편력 >을 번역한 소설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천로역정)'을 의미한다. 크리스천이라는 한 남자가 성경을 읽고 죄를 뉘우치면서 천국을 향해 여행하는 이야기(1부)와 그리스천의 처자가 남편을 따라 같은 길을 가는 것(2부)을 다루고 있다.

1895년 당시 < 텬로력뎡 >을 한글로 번역을 한 사람은 조선 사람이 아닌 영국계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과 그의 부인 헤리엇 게일이었다. 물론 소설 마지막 부분은 한국인 '이창직'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모학수, 고찬익, 김준근(삽화그림), 이호재, 김수억, 전계은 등은 게일의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로 알려져, 많은 조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번역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민중이 쉽게 읽을 수 있게 고유어를 많이 사용했고, 한국어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이를 짐작케 한다. 번역소설이 나온 1895년은 소설을 쓴 존 번연이 사망한 지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존 번연 사후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도들의 우애가 결속되기를 기원하기 위해 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텬로력뎡 >이 번역돼 출판된 1895년는 공교롭게도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났고, 명성황후가 시해 당한 을미사변이 일어난 해였다.

특히 < 텬로력뎡 >에 그려 있는 42개의 삽화는 게일과 가깝게 지낸 기산 김준근 선생이 그렸다. 김준근이 원화를 모방해 한국적으로 다시 그린 아름다운 삽화들이 담겨있다. 기산의 삽화는 한국 기독교 선교에 있어 토착적 문화에 관심을 뒀던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드러나 있다.

삽화는 국내 최초로 서양식 원근법을 적용했고, 인물과 배경은 한국적기법으로 그려 한국식과 서양식 그림을 절묘하게 결합한 독특한 양식이다. 현재 그의 호를 딴 < 기산 풍속도첩 >이 전해지고 있다. 기산의 풍속도는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에 있어 구체적 조선인의 풍속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홍도, 김득신 등 일반 소재 조선풍속화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텬로력뎡>은 17세기 영국 비국교파의 신앙운동가 존 번연(1628~1688)의 < The Pilgrims Progress, 순례자의 편력 >을 번역한 소설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천로역정)'을 의미한다.
▲ 텬로력뎡 <텬로력뎡>은 17세기 영국 비국교파의 신앙운동가 존 번연(1628~1688)의 < The Pilgrims Progress, 순례자의 편력 >을 번역한 소설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천로역정)'을 의미한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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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1900년대 한국 교회 부흥운동의 주역이었던 길선주 목사도 < 텬로력뎡 >을 읽고 개종했고, 신문화 수입의 선두 주자였던 육당 최남선 선생도 어릴적 부터 < 텬로력뎡 >을 탐독했다. 또 이 책을 이승만 박사가 1899~1904년 사이 한성감옥에서 독립협회 회원이었던 이상재, 이승인, 이원궁, 유성준, 김종식 등과 함께 탐독했고, 이승만과 함께 투옥됐던 12명의 독립운동가들 모두 수감생활 중 기독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김종헌(배재대 건축학과 교수)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은 "지난해 7월 소장하고 있던 <텬로력뎡>목판본을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외부에 최초로 공개했다"면서 "이제 언제든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오면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발행한 < 텬로력뎡 > 연구집은 비매품으로 직접 와 보거나 빌려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도 중복송고 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로역정 -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여정

존 버니언 지음, C. J. 로빅 엮음, 최종훈 옮김, 마이크 윔머 그림, 포이에마(2011)


태그:#텬로력뎡, #기산 김준근,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 게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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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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