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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村)스러워 고마워요' 캠페인을 아십니까?

 

농림수산식품부에서요 2009년에 진행한 캠페인인데요. '촌스럽다'의 국어사전적 의미가 '세련되지 못하고 어수룩하다'로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촌(村)스럽다'로 의미를 새롭게 만들고자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농어업·농어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시와 농촌을 하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위해 준비된 이벤트가 꽤나 재미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촌(村)스러운 이야기 ▲ 나도 촌(村)스러운 CF주인공 ▲국어사전을 다시 쓰는 촌(村) Tea Time ▲촌(村)T나게 디인하라 ▲촌(村)티 뉴스페이퍼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웹툰 작가분들도 이에 동참 <특집만화>섹션을 구성하기도 했는데요. 아쉬운 점은 캠페인이 끝나면서 해당 자료들이 등록된 메인 사이트가 폐쇄됨에 따라 이 기발한 캠페인과 제출된 다양한 자료를 제대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1년 동안 진행된 '국어 사전 다시쓰기 운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듯 합니다. 아직까지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과거의 그 부정적 개념의 '촌(村)스럽다'가 등록되어 있던데요.

 

'촌스럽다'...왜 부정적으로 쓰이나?

 

한겨레신문 이봉수 시민편집인(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24일 <'촌스럽다'는 표현, 왜 부정적 의미로 쓰이나>에서 "'촌스럽다'는 단어를 남발하는 이유는 농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의식 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언론언어의 공공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라며 "입버릇처럼 전원생활을 그리워하고 개발주의를 혐오하는 진보논객들조차 개발주의 환상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25일 진행될 토론회 <언론언어 공공성진단 학술발표회>를 소개하면서 신문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에 대해서 일부 소개하고 있는데요. 각 항목 중 고운말글(적절성)에서 '오해나 불쾌감을 주는 말을 삼가는가?', '호칭이나 지칭이 적절한가?'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적극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한부모 가족의 '한', '온전한'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인권>팀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결손가족 또는 결손가정'이란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결손(缺損)'은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 불완전함. '모자람'으로 순화'해서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결손가족(정)'을 찾으면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따로 살아서 미성년인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으로 설명하고 있더군요.

 

'결손'이란 말 자체에 '모자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가족 또는 가정'이란 용어와 함께 사용하면 '뭔가 부족한, 불완전한 가족형태'가 되는데요. 여기에는 '부모 양측이 모두 있어야 완전하다'는 편견, 즉 과거 '장애인'의 대칭개념으로 '정상인'을 잘못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오류가 존재합니다.

 

더군다나 '결손가정(족)'은 법적용어도 아닙니다. 예전에 1989년부터 사용된 모자복지법, 2002년부터 사용된 모부자복지법 등이 2007년 10월에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여기서 '한'이란 '하나, 한쪽'의 의미는 아닙니다.

 

2008년 7월 한국한부모가정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박복순 연구원(여성정책연구원 평등정책연구실)이 2007년 10월에 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사용된 '한'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모자복지법, 모부자복지법 등에서 반쪽짜리 가족, 결여된 가족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부모 가족'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여기서 '한'의 의미는 크다, 가득하다, 온전한의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족의 형태에도 많은 변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부모 중 한쪽이 사망, 이혼, 별거로 인해 편부모, 편모로 이루어진 한부모 가족의 발생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사회적 문제'라고 보기보다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날 학술대회에서 제안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편부모 가족, 결손가족'이란 말은 '부모가 모두 존재하는 가족 형태'를 완전한 의미로 보고, 그 중 어느 한 쪽이 없는 경우 뭔가 부족한 가족형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회편견을 깨고 '한부모가족'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서 '한'은 '하나'가 아니라 '크다, 가득하다, 온전하다'는 의미겠죠.

 

<매일신문>'결손가족' 사용빈도 상대적 높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인권>팀에서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대상 신문인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경북일보를 대상으로 '결손가족(정)'과 '한부모 가족'용어의 사용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조사기간은 2010년 1월~11월까지였습니다. 연말연시 본격적인 후원사업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그런지 결손가정(족) 또는 한부모가정(족)을 사용한 기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요.

 

각 신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결손가정(족)과 한부모가정(족)을 사용하는 경향은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혼재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죠. 단, <영남일보>와 <대구일보>의 분석자료를 보면 결손가정(족)이라는 용어가 서서히 한부모가정(족)으로 변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즉 영남일보는 결손가정(족) 17건, 한부모가정(족)은 40건, 대구일보는 결손가정(족) 14건, 한부모가정(족) 27건 등으로 후자 쪽을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신문>은 이런 경향에 반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결손가정(족)이라는 용어가 총 27건으로 한부모가정(족) 13건에 비해 약 2배 이상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용어가 사용된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는데요. 가장 쉽게 접하는 기사는 '결손가정(족), 한부모가정(족)'을 위한 봉사활동, 기부활동 등이었습니다. 나머지 한가지는 각종 사회적 범죄(아동학대, 비행청소년)자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면서 문맥속에서 '결손 또는 한부모가족 = 꺼려해야 할 존재'로 의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결손가정'·'한부모가족', 기사 속에서 부정적 의미

 

24일 칼럼에서 이봉수 시민편집인은 언어가 그 본연의 뜻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맥락속에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된다고 제시하고 있는데요.

 

"언어의 의미는 그것이 사용된 맥락 안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소개하면서, '촌(村)'이란 단어 자체는 그렇지 않은데 '촌스럽다'는 말이 맥락에 따라 부정적 의미로 자주 쓰이는 것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언론에서 키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농업에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농업은 공산품 수출을 위해 희생돼도 좋은 부분이라는 인식을 심어온 것이 한국언론"이라며 "농촌을 말하는 언어를 바로잡는 습관을 한겨레가 앞장서보자"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촌(村)스럽다'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형태를 나타내는 '결손가정(족), 한부모가정(족)'이 언론에 의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사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시각을 기준으로 무엇인가 부족하면 = 나쁘다'라는 또 다른 편견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대부분이 사회의 부정적 요소 즉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가족 형태, 비행청소년 등을 지칭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이었습니다.

 

예를들어 <매일신문>은 6월 23일 사설 <비행 청소년 문제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에서 "비행청소년 대부분이 결손가정에서 자라나 학교를 중퇴하고 노래방·PC방을 전전하다 마침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중략)"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남일보>는 3월 31일 기사제목을 아예 <아동학대 절반이상 한부모 가정서 발생>한다고 편집해두었습니다. <대구일보>는 6월 5일 <원조교제 미끼로 폭행 금품 빼앗은 가출청소년 5명 구속>기사에서 "경찰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등 결손가정 자녀들.."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를 계속 읽다 보면, 주변에 있는 한부모 가족에 대해 불필요한 편견을 가지게 되고, 왠지 그들을 멀리하고 외면해야 할 대상으로 '딱지 부치는 것'이 아닐까요?

 

실질적으로 비행청소년, 아동학대 가정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결손 또는 한가족 = 불완전'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부정적 편견 때문에 이들의 가족 형태를 너무 '사회 범죄자'쪽으로 매도하는 것 아닐까요?

 

'결손가족'을 '한부모가족'으로 바로잡고,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며, 이들 가족 형태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바로잡는데, 지역언론이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인권>모니터팀에서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관련기사>

[참언론 모니터|언론&인권 1 ]대경북 지역신문 '오용' 실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60744&PAGE_CD=

 

[참언론 모니터|언론&인권 2 ]범죄피해자 2·3중 고통... '피해자=한 가족' 문화 필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68236&PAGE_CD=

 

[참언론 모니터|언론&인권 3 ]소설가 김훈의 서재가 '막장'이라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4592&PAGE_CD=

 

[참언론 모니터|언론&인권 4 ]장애인 vs. 장애우, 뭐가 맞는 표현일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81609&PAGE_CD=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자료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단체협력 사업 <언론의 눈으로 본 인권>모니터 2팀 (민진우, 박만수, 박성용, 양선회, 이희봉, 조윤희, 조재형, 채임이, 하성재)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최종 정리는 박민영&허미옥이 했습니다.


태그:#결손가족, #한부모가족, #촌스러워 고마워요, #인권위,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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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풍지대 대구를 바꾼다'는 화두로 2003년 3월 발족한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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