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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에서 G20정상회의 반대시위대를 진압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 경찰특공대, G20회의 반대 시위 진압훈련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방배2동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테러 현장시찰'에서 G20정상회의 반대시위대를 진압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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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

자국 농민들이 타격 입을 것이 뻔한 각종 FTA 체결에 환호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과 부실한 검역조건이 걱정돼 거리로 나온 촛불을 '광풍'이라고 표현한 한나라당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런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논란을 두고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9일 국회를 통과한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은 11월 15일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다. 한시법으로 한 이유는 이 법이 제약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별법 4조는 "통제단장은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경호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장 또는 공공단체의 장에게 경호안전업무의 지원 및 인력 동원에 관하여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본래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 9조에는 경호 인력과 장비 운용 책임자로 경찰청장과 국방부장관을 함께 명시, G20 경호에 군을 동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행안위 논의과정에서 국방부 장관을 명시한 부분은 빠졌지만 여전히 '경찰청장 등 경호안전 관련 기관의 장'으로 뭉뚱그려 군 동원의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G20특별법, 회의장·숙소·이동로 등 집회·시위 원천봉쇄

G20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 처리 의사를 밝힌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 강행처리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G20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 처리 의사를 밝힌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 강행처리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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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경호안전구역 내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G20 특별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기간은 5일을 초과할 수 없다.

특별법 5조에 따라 정상회의 개최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이동로 등 정상회의 관련 장소와 주변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구역에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는 것인데, 경찰은 그 범위를 각 경호안전구역 반경 2km로 설정하고 있다. 회의장인 코엑스 주변에는 높이 2m 가량의 펜스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을 계획이다.

일단 G20 기간 전후로 각국 정상이나 국제기구 대표들이 있는 장소뿐 아니라 이동로 주변에서도 집회와 시위가 원천 차단된다. 또 정상회담 관련 장소뿐 아니라 국가중요시설과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경호 인력과 장비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이 법에 따른 통제만 이뤄져도 정상회담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이 서울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 법 8조 2항은 G20특별법이 집시법에 우선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집시법에 상관없이 G20 기간 동안만 특별법을 적용하라'는 것인데, 집시법 내용이 어떻든 G20과 관련해선 특별법으로 더욱 엄격한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손님 1박 2일'이냐, '국민 365일'이냐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성규 서울청장에게 G20관련 시위 대비책을 질의하고 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성규 서울청장에게 G20관련 시위 대비책을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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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20특별법이 이렇게 광벙위하고도 전폭적인 규제를 가능하게 하는 데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G20을 위해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20회의 일정 중 '해외손님'들의 일정은 비즈니스 서미트를 포함해 11월 10일에서 12일까지 2박 3일이다. 해외 정상들은 11일부터 12일까지 1박 2일 동안 정상회의를 연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이 서울에서 벌이는 '1박 2일'을 위해 집시법을 개정하고 나면, 이후 국내에선 야간 집회·시위가 원천적으로 불허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해외 손님'들의 '1박 2일'을 유쾌하게 보내고 나면, 국민들은 365일 내내 야간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집시법 10조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관들이 낸 의견에는 야간집회에 대한 일률적 규제가 가져올 기본권 침해 소지에 대한 고민도 상당 부분 담겨있다. 이 문제는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듯 야간집회 금지 시간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야간집회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서부터 심도있는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개정 이후 지속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니 만큼 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은 외국 정당인지 한국 정당인지 보여줘야 한다. 자신들이 자국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집단이란 걸 확인시키려면 적어도 집시법 개정 논의에서 'G20 성공적 개최'라는 명분은 배제하는 것이 옳다.


태그:#집시법, #G20,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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