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도 향토음식 참게메기탕의 은근한 맛이 제법이다.
 남도 향토음식 참게메기탕의 은근한 맛이 제법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가을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남원 가는 길을 따라 무작정 달리다 구례로 향한다. 구례구역을 지나자 섬진강이 여행자와 함께 동행을 한다. 갈바람을 맞으며 강가를 따라 걷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목적지도 없이 차는 씽씽 내달린다. 달리는 차창에 간간이 가을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흐르는 섬진강의 물결이 자꾸만 속도를 늦춘다. 섬진강은 실핏줄처럼 수많은 하천이 모여 거대한 물길을 이루고 있다. 곡성 기차마을로 가는 가정역이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0km 구간에는 여행객을 실은 증기기관차가 오간다. 기찻길에는 레일바이크를 탄 여행길들이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실핏줄처럼 수많은 하천이 모여 거대한 물길을 이루고 있는 섬진강이다.
 실핏줄처럼 수많은 하천이 모여 거대한 물길을 이루고 있는 섬진강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곡성역까지 가려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내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온다. 이제 강물을 거스르지 않고 강물과 한 방향으로 흐른다. 아쉬움이 짙다. 자꾸만 가정역의 코스모스와 증기기관차가 눈에 밟힌다.

순천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바람도 쐴 겸 점심식사를 하러 나섰다 내친김에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어디가 좋을까. 오던 길에 잠깐 스쳤던 식당이 언뜻 떠오른다. 별천지, 아마도 이름 때문이었을 거다.

섬진강 가를 따라 길게 배치된 식당 공간이 운치 있다.
 섬진강 가를 따라 길게 배치된 식당 공간이 운치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건 순전히 항아리들의 별천지다. 입구에는 수많은 항아리들이 눈길을 끈다. 식당은 비교적 잘 꾸며져 있다. 원목을 이용한 탁자와 느낌이 좋은 실내 공간, 섬진강 가를 따라 길게 배치된 공간이 운치 있다.

식당 창가에 기대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결을 따라가다 강태공을 만났다. 그는 보트를 강 가장자리에 띄워놓고 낚싯대로 세월을 붙들려 애태우고 있는 듯 보였다.

섬진강의 경치에 푹 빠져있을 무렵 주인장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뭘 먹을까, 메뉴판을 살펴보니 이거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점을 찍어둘 정도의 식사 메뉴는 아예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메기+참게' 가장 적은 게 3만 원이다.

건너편 기찻길에 기차가 지나간 듯 갑자기 기차소리가 요란하다. 강가의 텃밭에는 감이 붉게 익어간다. 주전부리 밤과 부추전이 나왔다.

참게메기탕에는 메기가 통째로 들어있다.
 참게메기탕에는 메기가 통째로 들어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절반으로 잘라 넣은 참게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절반으로 잘라 넣은 참게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본 메뉴, 참게메기탕이다. 곰삭은 묵은지, 채 썰어 기름에 볶아낸 감자, 풋고추에 밀가루 옷을 입혀 쪄내 양념한 고추반찬, 도토리묵 등 반찬이 10여 가지나 된다. 뚝배기에 담아낸 참게메기탕은 아직껏 설설 끓어 넘치고 있다.

넉넉한 메기살의 부드러운 맛이 정말 좋다.
 넉넉한 메기살의 부드러운 맛이 정말 좋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참게는 절반으로 자르고 메기는 통째로 넣었다. 참게메기탕은 섬진강 참게도 맛보고 메기탕도 맛볼 수 있으니 이거 한꺼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남도 향토음식의 은근한 맛이 제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게탕, #메기탕, #참게메기탕, #섬진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