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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지급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협조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겉표지에 그분 이름이 쓰여 있다가 지워졌습니다. 내용 수신과 같은 문구라야 한다면서 우체국 담당자가 지웠습니다. 그래도 들어 갔겠죠?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장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 봉투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장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겉표지에 그분 이름이 쓰여 있다가 지워졌습니다. 내용 수신과 같은 문구라야 한다면서 우체국 담당자가 지웠습니다. 그래도 들어 갔겠죠?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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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울산시 북구 양정동 700 현대자동차(주) 울산공장 노동조합장

발신 : 울산시 동구 동부동 쟁골길65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정리해고자 변창기

저는 2000년 7월 3일부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변속기 1부 엑슬기어 조립공정에서 적재 일을 해오다가 2010년 3월 15일 자로 정리해고 당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업체로 판정 내린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자문결과 저에게도 2가지 권리가 생겼다고 판단되는바, (구) 파견법 6조 3항에 의하면 저는 2002년 7월 4일 자로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했고, 귀 노조의 유니온숍 규정에 의해 당연 조합원이 되었어야 마땅함에도 귀 노조가 지난 8년이나 방치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귀 노조에 저의 법적 지위 인정을 요구합니다.

<요구내용>
1.이번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저는 (구) 파견법 6조 3항 고용의제 내용에 따라 2002년 7월 4일자로 현대자동차 정규직 직원이자 귀 노조의 조합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방치 마시고 적절히 조치를 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중간착취금지 법률인 근로기준법 8조에 의거 2000년 7월 3일 후 발생된 차별성 임금 부분에 대해 모두 계산하여 지급되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제가 하루 빨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부에 정규직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지금 백수로 지내고 있어 가족과 함께 생계유지 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규직 노조 조합장님.

저는 지난 2000년 7월 초 사내 업체를 통해 들어가 수동변속기에서 일 해 왔었습니다. 2004년 후 현대자동차 사내 업체가 모두 불법파견 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은 회사 다니는 내내 따라다니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크게는 임금차별과 후생복지차별에서 작게는 곁에서 같이 일하는 정규직으로부터 비아냥거림을 수도 없이 당해 왔었습니다.

하다못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들어온 첫해 정규직은 노사 협상에 의해 임금인상과 후생복지 부분에 대해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비정규직에게는 임금 한 푼 올려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급 2100원 외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수당마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규직이 보는 앞에서 푸념 섞인 말로 한마디 했습니다.

"정규직은 좋겠네요. 임금도 많이 오르고 후생복지 부분도 상향 되어서요."

그렇게 말했더니 듣고 있던 정규직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꼽나? 꼬우면 정규직 하지 왜..."

저는 정규직에게 그 말을 듣고 난 후 더이상 정규직 옆자리에서 쉬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혼자 일하는 현장에서 쉬었습니다. 저는 그런 인간차별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출입문을 통해 출근과 퇴근을 하고, 같은 지붕 아래서 함께 작업하며 같은 식당에서 같은 밥을 먹고 일하는데 어째서 이토록 차별과 차이가 심하게 날까요?

비정규직 가입 부결시킨 정규직 노조원들

지난 27일 아침 7시 원청 하청 2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정규직 활동가의 당찬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지난 27일 아침 7시 원청 하청 2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정규직 활동가의 당찬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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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5년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창립되면서 노조활동에 가담했습니다. 노동부로부터 '현대자동차 내 모든 하청업체는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해 보았습니다. 노동법, 근로기준법, 파견법에 대해 공부해보고 변호사에게 자문도 구해 보았습니다. 종합해 보고 난 후 저는 이런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불법파견이면 나는 불법파견된 노동자다. 제조업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 규정이 있다. 불법파견이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당연한 것이고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되는 것도 당연한 내 권리다.'

용기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현자노조는 두어 번 비정규직 노동자 직가입을 추진했으나 모두 대의원 대회 표결 결과 부결 처리 되었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한 당연한 권리가 대의원 대회에서 막히고 보니 참 답답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후 매년 '사내하청 처우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인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긴 했으나 언제나 정규직보다 못하게 적용시켜 왔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22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과 '원청 사용자성 성립'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저는 다시금 제 생각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법 판결 났으니 명백한 불법파견이다. 대법원에서 현대차를 실사용자로 간주한다고 했으니 이미 나는 정규직이다. 그렇다면 현대차 노조 규정에 의해 당연히 조합원 지위가 생긴 것이다.'

7월 22일 대법 판결 후 한 달이 넘게 흐르고 있지만 현자노조 차원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에 저는 당연하고도 마땅한 현자노조 조합원이 되는 권리를 누리고자 그 권리주장을 문서에 담아 무례함을 무릅쓰고 본 '내용증명'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제 권리주장이 틀렸나요?   

불법 파견 정규직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저도 출근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뒤에 멋진 대리석으로 입힌 현대차 본관 건물이 보입니다. 저 속에 있는 현대차 사용자는 하루 빨리 불법파견 청산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불법 파견 정규직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저도 출근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뒤에 멋진 대리석으로 입힌 현대차 본관 건물이 보입니다. 저 속에 있는 현대차 사용자는 하루 빨리 불법파견 청산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 현장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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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가 먼저 사용자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추신]

금속노조 현자지부 이경훈 지부장님.

저는 나이 들고 가진 기능도 없어 아무 데도 써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직장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차 내 불법업체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단순노동만 10여 년 해오다 보니 몸도 마음도 단순노동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이경훈 지부장님도 가정이 있겠죠? 가족도 있겠죠? 행복하신가요?

저는 지금 많이 힘들고 별로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정리해고된 후 백수로 지낸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를 통해서는 한계가 분명히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현자노조 지부장님이 발벗고 나서 주셔야 합니다.

저에게도 가정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처자식이 있습니다. 저도 님처럼 행복하고 풍요로운 가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불법파견 문제 멋지게 해결되도록 님께서 적극 나서 주십시오. 대법 판결에 따라 이미 우린 정규직이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이경훈 지부장님은 8월 28일 금요일 배포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특별호'판에서 '비정규직의 불법파견 철폐에 힘을 모으자'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98년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인해 1만 명의 조합원 동지들이 정든 일터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1만여 명의 비워진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노동현장에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가 숙원과제였습니다. 임금을 차별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의 처우문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만연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정규직을 내보내고 빈자리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데 노조는 책임이 없었나요? 근로기준법 제8조에는 중간착취의 금지를 제정해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던데 지회장님은 기고문에서 "차이 나는 임금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규직의 70% 이상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 왔다고 했습니다. 차별의 격차를 줄이는 데 노력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이제 비정규직 동지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부장님 이름으로 발표된 기고문 내용 중에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제조업엔 파견업종을 둘 수 없기에 불법파견 아닌가요? 불법파견이면 당연히 하루빨리 비정규직 노조를 현자노조와 통합시켜 금속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지키는게 순서 아닌가요?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의 주체가 되면 대법에서 판결낸 불법파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이 임시로 만든 노조는 곧 없어져야 할 이름 아닌가요?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 문제를 끌어안고 현대차 실사용자를 상대로 해결 노력을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요? 그것이 비정규직 노조보고 투쟁 주체로 나서라는 주장보다 골백번 더 타당성이 있는 거 아닌가요?


태그:#현자노조, #불법파견, #대법판결, #정규직화, #출근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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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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