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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 29일 오후 3시 50분]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뒤 플래시 세례를 맞으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뒤 플래시 세례를 맞으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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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10개월만에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정 총리는 29일 오후 3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과 허물을 짊어지고 이제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는 국가 운영의 원칙 바로 세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혀가는 균형추의 역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당초 제가 생각했던 일을 이뤄내기에 10개월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고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무엇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 마련했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켰다"며 "다만 용산 문제 해결은 보람된 일 이었다"고 말했다.

▲ 정운찬 "세종시에 자책감, 용산에 보람"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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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면서 "하지만 국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총리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3분 남짓 동안 짧은 담화문을 읽어 내려간 정 총리는 "국민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내내 경직된 모습을 보였던 정 총리는 기자회견 직후 짧은 한숨을 내쉰 후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퇴장했다. 브리핑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진기자들이 사진 찍는 데 몰두 해 손을 잡지 않자 정 총리는 "악수나 하시죠"라고 말을 건네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담화문을 읽을 때 보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짓던 정 총리는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기자들에게 전한 후 웃으며 떠났다.

아래는 담화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무총리 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여러 번에 걸친 사의표명 이후에도 국무총리 직을 지킨 이유는, 6.2 지방선거부터 7.28 재보궐 선거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일정 속에서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정부의 근무 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7.28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 된 지금, 주요 정치 일정들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이 국가의 책임 있는 공복으로서 사임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작년 9월, 뜻하지 않게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된 이후로 벌써 1년이 다 외어갑니다. 그동안 저는 국가 운영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는 균형추의 역할을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제가 생각했던 일들을 이루어내기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습니다.

3불정책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3화정책으로 정착시키지 못한 점은 아직도 아쉽기만 합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모두를 위한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한 점도 계속 가슴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용산문제 해결은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 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이제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만, 국정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국무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수행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성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민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1신 대체 : 29일 오후2시 ]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사의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사의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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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총리직 사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인터넷 <조선닷컴>이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정 총리 핵심 측근의 말을 빌려 "정 총리가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만큼 지금이 가장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오늘 공식 사임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정 총리의 사임 발표는 오후 3시에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권태신 총리실장 등 총리실 간부들을 소집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해결사'로 전격 발탁돼 지난해 9월 29일 취임한 정 총리는 올해 6월 29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논란 끝에 부결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그는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로 총리로서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며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만류해 잠시 접었지만, 물러나겠다는 뜻은 굽히지 않고 있었다.

정 총리는 최근 측근들에게 "(개각이 늦춰져)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내 뜻이 시중에서 오해를 사는 게 고통스럽다"고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따라서 7.28 재보선의 한나라당 승리로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릴 때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사임을 발표할 장소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직 위로부터 전해들은 바가 없다"며 "시간이 좀 지나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정운찬, #사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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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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