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에 '반짝반짝 워터웨이, 수문 근처에서 우웩'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취재를 위해 전화문의를 했던 담당자와 24일 전화통화를 했다. 담당자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때 최대한 빨리 청소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어찌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예, 어제(23일) 청소를 완료했습니다."

 

19일, 20일 이틀 동안 그곳을 둘러본 이후 우리나라 하수처리방식의 낙후성에 놀랐다.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꾸미는데 치중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은 방치되고, 정작 중요한 일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뒤로 밀려나는 현실도 안타까웠다.

 

24일, 청소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그곳을 찾았다. 분명히 청소를 한 흔적은 있다. 그러나 위 사진에서 보듯이 물에 있던 쓰레기를 건져내어 옆 부분에 옮겨 놓은 것이 고작이다.

 

 

물 속에 있던 쓰레기는 많이 줄었지만, 물은 여전히 썩어 진동하고 있었다. 청소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수준과는 전혀 달랐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오물을 퍼내고, 쓰레기들까지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일은 그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쓰레기를 치운 후, 정화조청소차가 오염된 물을 한번 수거해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청소한다'는 말에 대한 내 이해였다. 그러나 그냥 물 속에 있는 쓰레기만 건져내고, 그 쓰레기도 수로 옆에 쌓아두기만 했다. 장마가 오면 고스란히 다시 수로로 들어오게끔 해 놓은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청소방식일지도 모르겠다. 허탈하다.

 

 

탁상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하긴 했으되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기사가 나가면, 그때서야 '쓰레기는 일단 물에서 꺼내놓고 차후에 치우려고 했습니다. 곧 치울 것입니다' 정도 나올 것이다. 장마철이 시작되어 물이 넘치면 다시 저 쓰레기들은 수로를 타고 탄천으로 한강으로 들어갈 것이 뻔하다. 24일 현재 상태는 청소를 한 것이 아니라, 한 척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송파구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기사에서 다뤘듯이 서울 전체가 이런 형태의 취약한 구조이며, 중소도시나 지방도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이런 시설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홀대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열중하는 행정이 너무도 많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본적인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이런 오염물질들이 강으로 스며들지 않게 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강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4대강에 퍼붓는 예산은 깨끗한 강을 파헤치고, 보를 세우는데 쓸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

 

 

청소는 되었다지만 저 물은 여전히 더러운 물에 사는 장구벌레 한 마리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더럽다. 저것도 이전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자위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물론 이곳의 오염물질만 퍼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들을 지적받았을 때, 그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냥 얼렁뚱당, 대충 일시적으로 넘겨버리려고 하면 안 된다. 예산이 부족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는 말까지는 인정한다손치더라도, 정화조 청소차에 쓰레기차 동원할 예산도 없는지 묻고 싶다.

 

그냥 포클레인 한 대 들어와서 쓰레기나 건져내고 '청소 끝!'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그:#송파워터웨이, #송파구청, #장지천, #송파구청치수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