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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줄 부분이 필자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거리. 원  부분 중 오른쪽은 장지1수문, 왼쪽은 훼미리아파트 310동 부근의 수문이다. 이 물은 탄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으로 흘러간다.
▲ 송파워터웨이 빨간줄 부분이 필자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거리. 원 부분 중 오른쪽은 장지1수문, 왼쪽은 훼미리아파트 310동 부근의 수문이다. 이 물은 탄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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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워터웨이'는 장지천에서 시작해 탄천과 연결되는 물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가든5'가 개장하면서 부근의 장지천도 공사를 마무리하고 2009년 6월 8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주민에게 개방했다. 장지천 윗쪽으로는 송파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다.

'송파워터웨이'. 영어를 쓰지 않고도 '물길'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으련만, 굳이 '워터웨이'란다. 언론에서도 송파워터웨이를 포함한 산책길을 '도심형 올레길'이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밤에 송파워터웨이라는 입간판에 불이 켜지면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난 20일 자전거를 타고 송파워터웨이 안내판 부근을 돌아봤다.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하지만 정화시설도 없이 수문만 막아놓았다. 장마철에 수문을 열면 오염물질들이 탄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은 뻔하다.
▲ 장지1수문 뒷쪽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하지만 정화시설도 없이 수문만 막아놓았다. 장마철에 수문을 열면 오염물질들이 탄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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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송파워터웨이는 '특별한' 곳이었다. 그냥 자전거도로만 갔더라면 이런 풍경을 보지 못할 뻔했다. 잠시 햇볕을 피해 쉬는데 다리 아래로 언덕이 보였다.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 올라갔는데 차마 보지 못할 것을 봤다.

쓰레기가 범벅이 된 썩은 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살펴보니, 친절하게도 입간판에 '장지1수문'이라고 되어 있고, 관리자 이름까지 세세하게 써 있었다. 송파구청에서 '관리'하는 수문이란다. 과연 관리를 하고 있는 걸까?

썩은 물과 쓰레기로 범벅이 되었다. 가까이 가자 숨을 쉬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 장지1수문 뒷쪽 썩은 물과 쓰레기로 범벅이 되었다. 가까이 가자 숨을 쉬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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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마침 배낭에 하얀 종이가 있어 종이를 물에 넣었다 꺼내볼 생각으로 아래까지 내려갔지만, 차마 종이를 담글 수가 없었다. 손가락에 물이 조금만 튀어도 냄새가 한참 동안 가시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장지1수문과 탄천 사이에는 보행도로와 자전거도로가 가로막고 있지만 장지수문과 탄천이 이어지는 수로쪽은 이렇게 썩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천을 파내고 물을 가둔다고 탄천이 살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 장지1수문 앞쪽 장지1수문과 탄천 사이에는 보행도로와 자전거도로가 가로막고 있지만 장지수문과 탄천이 이어지는 수로쪽은 이렇게 썩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천을 파내고 물을 가둔다고 탄천이 살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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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서 나온듯한 쓰레기와 비닐 등으로 오염되어 모기유충조차도 살 수 없을 정도다.
▲ 장지1수문 뒷쪽 공사장에서 나온듯한 쓰레기와 비닐 등으로 오염되어 모기유충조차도 살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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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들여다보니 살아 있는 생명체라곤 하나도 없었다. 모기유충 같은 것은 웬만큼 지저분한 곳에서도 사니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모기유충조차도 살 수 없이 오염된 곳이었다. 설마, 이 물이 탄천으로 그냥 나갈까 싶었다. 탄천으로 나간다면 한강으로 흘러들 텐데 무슨 장치가 있지 않을까 했다.

그곳에서 내려와 탄천으로 이어지는 수문 쪽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곳은 수문 뒷쪽보다도 더 심각해 보였다.

정화되지 않은 새까만 물과 오염물질, 그대로 탄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빗물과 함께 한강으로 흘러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 장지1수문 앞쪽 정화되지 않은 새까만 물과 오염물질, 그대로 탄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빗물과 함께 한강으로 흘러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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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은 하늘색으로 멋들어지게 칠했지만, 수문 틈으로 폐비닐과 프라스틱용기가 기름처럼 검은 물에 떠있다.
▲ 장지1수문 수문은 하늘색으로 멋들어지게 칠했지만, 수문 틈으로 폐비닐과 프라스틱용기가 기름처럼 검은 물에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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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1수문 앞의 모습이다. 저 수문만 열면 고여 있었던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여과없이 흘러내려올 것이다. 지금은 물이 많지 않아 조금씩 내려오지만 장마철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탄천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장지1수문 윗쪽은 잠시 동안 깨끗해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이런 모양이 될 것이다.

탄천은 70년대 초반까지 수영을 하면서 메기도 잡던 곳이었다. 뻘이 많아 더운 여름 수영을 하러 들어가면 발바닥에 미끈미끈한 것들이 밟혔다. 잠수를 해서 발밑을 뒤지면 영락없이 메기였다. 그러나 탄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지류들과 연결된 하수를 잡지 못해서 탄천은 썩어 냄새나는 곳이 된 것이다.

장지1수문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일일이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훼미리아파트 부근의 수문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탄천에서 썩은 내가 나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장지1수문 장지1수문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일일이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훼미리아파트 부근의 수문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탄천에서 썩은 내가 나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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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중랑천도 다르지 않다. 중랑천으로 잉어들이 산란을 위해 필사적으로 올라간다는 기사의 댓글에 예전에는 썩는 냄새가 났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덜하다는 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분이 모르는 것이 있다. 중랑천이 깨끗해진 것은 한강 개발 때문이 아니라 중랑천으로 흘러들어오는 하수를 정비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이 주장하는 대로 강이 죽어간다면 그것은 본류의 문제가 아니다. 본류를 깊게 파서 보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지류를 맑게 만들어야 한다.

이게 한강으로 흘러가는 물이란 말인가? 이런 물들이 흘러들어간 탄천은 이미 정화능력을 잃어버린 듯했다. 행정탁상의 원형을 보는 듯 하다.
▲ 장지1수문 이게 한강으로 흘러가는 물이란 말인가? 이런 물들이 흘러들어간 탄천은 이미 정화능력을 잃어버린 듯했다. 행정탁상의 원형을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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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왜 이렇게 썩었을까? 물이 오염물질을 정화하려면 일정 정도 유속이 있어야 한다. 자갈 같은 곳에 물살이 부딪치면서 산소를 만들어내면서 물은 점점 정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장지1수문 근처의 물은 흐르기를 멈췄다. 거의 고여 있다시피 했다.

장지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장한 지 일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유속이 느려 돌멩이마다 녹조가 끼었고, 자갈은 새까맣게 변해가고 있으며 물에서는 악취가 난다. 정화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죽은 천이라는 증거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두어 걸음만 수문 쪽으로 가보면 이미 비가 많이 내렸을 때 떠내려 오다 잔디나 풀에 걸린 쓰레기들이 비쩍 말라있다. 그 부근의 흙은 시커멓다.
▲ 장지1수문 부근의 잔디밭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두어 걸음만 수문 쪽으로 가보면 이미 비가 많이 내렸을 때 떠내려 오다 잔디나 풀에 걸린 쓰레기들이 비쩍 말라있다. 그 부근의 흙은 시커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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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장지1수문만 이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락동 올림픽 훼미리아파트 310동 부근에도 탄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수로가 있었다. 그곳도 다르지 않았다. 겉모습은 그럴 듯했고, 달리는 자전거도 많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번지르한 외양과는 다르게 썩은 내와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은 여과없이 탄천으로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송파구청 치수과에 한번 문의해 봤다. 담당자는 "장지1수문 같은 곳에 모인 물은 평상시에는 오수관을 통해서 탄천하수처리장까지 흐르게 되어 있다"면서 "장마철 같은 우기나 장마철에는 오수관의 용량이나 탄천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 문제로 탄천으로 직접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있다"고 밝혔다.

비단 송파구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가 이렇다고 했다. 담당자는 "장지1수문의 오염물질과 쓰레기처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청소를 하겠다"며 올림픽 훼미리아파트 부근의 오수관 입구도 같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물론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답변도 덧붙였다.

우기나 장마철에 물이 넘치면 위의 사진에 있는 오염물질들이 그냥 배관을 타고 탄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현재 서울의 모든 오수관 시설은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장마철만 되면 한강으로 이어진 중랑천, 탄천, 양재천에 쓰레기들이 범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기나 장마철에 물이 넘치면 위의 사진에 있는 오염물질들이 그냥 배관을 타고 탄천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현재 서울의 모든 오수관 시설은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장마철만 되면 한강으로 이어진 중랑천, 탄천, 양재천에 쓰레기들이 범람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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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변을 통해 지류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우기나 장마철에 이러한 쓰레기들이 직접 탄천을 통해 한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마도 낙후한 오수시설이나 정화시설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강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이러한 지류를 보완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없고, 본류를 파헤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삽질'해대는 격이다. 강을 살릴 의지가 있으면 강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지류를 손봐야 한다. 행여, 지류에서 정화되지 않은 물이 강으로 흘러들지라도 강 스스로 정화하려면 일정 정도의 유속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깊이 파서 보를 만들고 수문으로 막으면 유속의 흐름이 늦어질 것은 뻔하다. 그러면 자정능력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낮은 물에서 살던 물고기나 조류는 살 수 없는 강이 될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도대체 그런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덧붙이는 글 | 올림픽 훼밀리타운 부근의 수문에서 찍은 사진은 본인의 오마이뉴스 블로그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태그:#송파워터웨이, #탄천, #장지천,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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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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