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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말이면 201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최저임금법은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1986년 12월 31일 제정·공포)됐다. 최저임금은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에 최저임금제의 실시근거를 두었으나 35년이 지나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처음 시행하였다.

시행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1그룹 462.50원, 2그룹 487.50원이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노·사 간 임금결정에 개입하여 최저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여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노동자들에게 임금의 상한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계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인상하기를 꺼린다. 급기야는 최저임금의 동결이나 삭감까지 주장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3조는 '수습근로자는 시간급 최저임금의 90%, 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는 시간급 최저임금의 80%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 수준으로 낮추고 싶은 모양이다.

1988년 시행 당시는 제조업 상시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였다. 1989년에는 광업, 건설업으로 확대 적용했다. 1990년에 들어와 전 산업으로 확대하였고 1999년 9월부터 5인 이상 상시노동자로 확대했다. 2001년 9월부터는 전 산업으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의 제정 목적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법 제1조)'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노동자의 생활안정은커녕 노동자 가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생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국민경제'의 3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가계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 대부분의 국민경제라는 것은 사실상 정부와 결합된 기업경제를 말한다. 당연히 정부는 친기업(기업프랜들리)적이고 다국적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행정대리기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의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노동자들의 임금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구로 기능한다.

매년 낮아지는 최저임금 인상률

매년 6월이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벌어진다. 자본은 2010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작년에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였다. 반면 노동계는 2009년도 시급 4000원에서 28.75%가 인상된 시급 5150원(월 1,076,350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과는 2.75%, 시급 110원이 인상된 4110원에 결정되었다. 인상률 격차는 무려 26%포인트에 달했다.

노동자 투쟁이 활발하던 198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그룹에서 29.7%(2그룹 23.7%)에 달했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당시(1998.9~1999.8, 1994년부터 2005년까지는 9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최저임금 기준이었음) 2.7% 인상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다. 최저임금 시행 후 21년 동안 연평균 11.53%를 인상해 왔으나 2008년 8.3%, 2009년 6.1%, 2010년 2.75% 등 점차 인상률이 낮아지고 있다.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인상"

특히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2009년의 경우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위기를 빌미로 자본이 최초로 동결을 주장하면서 노동계의 인상투쟁을 제압하였다. 한나라당은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연령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주장해 실제 최저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최저임금선상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2박3일간의 농성투쟁을 통해 겨우 110원을 인상시켰다.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인상"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낮은 인상률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고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6%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너무 낮은 수치였다. 거기다 금년 물가상승률 3% 정도를 감안하면 금년도 최저임금은 당연히 마이너스 상태다. 2009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임금은 OECD 국가 중 최대 폭으로 하락하였는데 4분기에는 전년 3분기 대비 4.7%나 감소하였다. 반면 작년 4분기 노동생산성은 일본의 1.3%보다 빨리 회복하여 18.4%에 달했다.

이런 내용은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나 경향신문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OECD 통계 중 노동시간, 중대재해율, 남녀임금격차, 최저임금수준, 사회복지비지출 등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열악한 최저임금 수준이나마 위반하는 사업장이 2년 새 2.7배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70%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라도 최저임금 인상해야

노동계는 2011년 최저임금을 금년도 시급 4110원보다 26% 인상한 5180원(월 1,082,620원)을 요구했다. 작년보다 시급 30원을 더 요구했다. 그러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 수준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경영계는 오히려 "노동생산성 고려 시 인상 요인을 찾을 수 없다"며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적정 최저임금은 36.2% 삭감된 시급 2624원이지만 제반여건을 고려해 동결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4110원 대 5180원으로 1070원의 격차가 난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6%인 250만여 명에 달한다. 최저임금수준은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38.6%다. 임금총액 대비로는 29.9%에 불과하다. 

1988년 법 시행 이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은 정체상태에 있다. 노동계는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저임금 해당사업장 노동자들과 상근자들 중심으로 항의집회와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노·사 양측의 이해가 충돌하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한인 6월 29일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 수치는 정부와 자본 측이 말하는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조정하고 합의한 정치적 숫자가 될 것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노동자들의 최저생존비용에 미치지 못한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방침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철회되어야 한다.


태그:#최저임금, #경영계, #노동계, #최저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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