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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울고, 조국의 외면에 울고, 공무원의 말 한마디에 울고, 세 번 울었다."

 

한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에 참가해 풍전등화의 조국을 지켰던 최윤욱(81) 옹. 그는 20여일 전에 한 많은 세상을 마감했다. 그러나 망자(亡者)가 된 그는 지금까지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싸늘한 유골함에 갖힌 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망자인 최씨는 지난 1954년 6.25참전용사로서, 조국으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은 국가유공자다. 고인이 된 최씨를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장남 최수용(57)씨가 요즘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조국의 품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 이런 간절한 마음을 가진 최씨는 요즘 애간장이 타다 못해 속이 온통 숯덩이가 돼 버렸다.

 

조국의 품인 '호국원(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서는 오는 25일 실시되는 국가보훈청 '국립묘지안장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 까지 앞으로 20여일을 더 기다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가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태도. 최씨는 지난달 20일 아버지의 호국원 안장을 담당하는 임실호국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호국원 안장을 위해서는 국립묘지법(제4조)에 따라 망자인 아버지 최씨의 2차 안장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국가유공자인 아버지가 호국원에 안장될 것으로 알고 별도로 장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장례를 치르고 있던 최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통이 터졌지만 법과 규정이 그렇다하니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했던 최씨는 공무원의 말마따나 아버지의 안장여부가 결정되는 5월 28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렸지만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사정을 알기 위해 최씨는 이날 오후 늦게 임실호국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공무원 대답은 "직원이 실수한 것 같아 죄송하며 오는 6월25일에 실시되는 6월 심사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앞으로도 20여일을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또 한번 절망해야 했다. 최씨는 "조국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신 아버지가 막상 쉬려고 국가에 손을 내밀었지만 국가가 외면했다"며 "이런 국가를 보고 누가 목숨 걸고 조국을 위해 싸울지 의문"이라고 한없이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또 "당연히 국가유공자인 아버지가 호국원에 안장될 줄 알았다"면서 "호국원에 안장되기 위한 절차에 대해 알려준 사람도 없고,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국립묘지법상 '호국원 안장을 위한 자격여부 및 신청을 위해서는 당사자가 사망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생전에도 자격여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같은 절차 등에 대해 보훈청에서 미리미리 유공자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통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및 임실호국원 관계자는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서는 자격이 매우 까다롭다"며 "생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한 달에 한번 있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안장여부가 결정되며, 이런 경우 보통 한 달에서 두 달여 동안 심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 "우리들도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속 시원히 도와드리지 못해 안타깝지만 법규정상 생전에 범죄사실 등 자격여부 확인은 불가능하며, 별도로 본인이 경찰서에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전국적으로 한 달 평균 100건 이상 국립묘지 안장여부에 대한 자격심사를 벌이고 있고, 법규 개선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국원(국립묘지) 안장 신청은 대상자가 사망한 뒤 해당 지역 호국원과 국립묘지 안장관리스시템(www.ncms.go.kr), 관할 해당보훈 관서에서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신청 한 뒤 하루 이내 안장여부에 대해 유족에게 통보가 오며, 부적격자 통보를 받은 고인은 매월 1회씩 열리는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안장심사위원회에서 2차 자격심사를 거친 뒤 안장여부가 결정된다.

 

안장 대상은 전몰·순직군경, 전·공상 군경, 무공수훈자, 6.25 전쟁 및 베트남전쟁 참전유공자, 10년 이상 장기 복무 제대군인으로서 금고이상의 형을 받지 않아야 한다.

첨부파일
P1010032.JPG

태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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