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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 단양쑥부쟁이와 흰목물떼새가 살고 있는 비내늪 5일 환경단체와 <오마이뉴스>가 4대강 공사 예정지인 충북 충주 비내늪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비내늪에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흰목물떼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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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늪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중앙 부근의 풍경.
 비내늪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중앙 부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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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 공사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충청북도 충주시 양성면에 있는 비내늪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와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지난 5일 환경단체가 실시한 탐사에 <오마이뉴스>가 동행했다.

부스럭거리는 고라니, 발자국 남긴 너구리... 고요한 아침의 비내늪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이른 아침, 경기도 여주 여강선원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려 비내늪에 도착했다. 4대강 사업의 7공구 지역인 이곳은 공사 예정지임을 알려주는 붉은 깃발만 여럿 꽂혀 있을 뿐, 본격적인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미군들의 훈련장이라는 늪지 입구 표지판을 뒤로하고 도로보다 10여 미터 아래에 있는 늪지로 내려섰다. 훈련 중일 때는 통제되지만, 평소에는 민간인에게 개방된다고 한다.

차를 세우고 내리자, 차량 앞쪽의 갈대밭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고라니 한 마리가 줄행랑을 쳤다. 인적 없는 곳에서 늘어지게 늦잠이라도 자고 있었나 본데, 졸지에 잠을 깨운 불청객이 돼버렸다. 늪지 곳곳에 갈대숲과 버드나무숲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어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가지 않아 진흙 위에 선명하게 찍힌 너구리의 발자국도 발견할 수 있었다.

늪지 중앙을 향해 걸으면서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주변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았고 조사단 이외에 다른 인적도 없어 매우 고요했다. 적어도 5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지저귐이 들렸다. 환경단체에서 지난달 21일 1차 조사에서 목격했다는 흰목물떼새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직 약간의 물이 고여 있는 습지에서는 아주 낮은 음의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습지 근처로 다가가자 소리는 뚝 끊겨 버렸다. 조사단은 습지를 지나 늪의 중앙 지점으로 향했다.

차를 세워둔 늪지 입구보다 조금 솟아 있는 늪지 중앙에는 넓은 자갈밭과 풀밭이 펼쳐져 탁 트인 주변 풍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어 단양쑥부쟁이가 자생하기 좋은 곳이라는 환경단체 사람의 설명을 듣고 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이고 엉금엉금 걷다가 가끔은 바닥에 주저앉아 관찰하기도 했지만 단양쑥부쟁이는 모습을 쉬이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새 강가에 도착한 기자는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관찰했다. 한참을 찾다 포기하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앞서 상류 쪽을 조사하던 사람들에게서 단양쑥부쟁이가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내늪에서 발견한 너구리 발자국.
 비내늪에서 발견한 너구리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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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 확인... 굴착기에 깔려 줄기만 남아

단양쑥부쟁이가 발견된 곳은 늪지의 강 상류 끝쪽이었다. 공사 준비를 위해서인지 이곳은 이미 일부가 파헤쳐져 있었다. 굴착기 궤도에 잎이 난 머리부분이 잘려나가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단양쑥부쟁이가 언뜻 봐도 수백 포기가 있었다. 굴착기가 지나가지 않은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키가 15~20cm로 큰 2년생 단양쑥부쟁이도 많이 발견됐다.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집단 서식하는 곳임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환경조사 한 번 없이 공사를 진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단양쑥부쟁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남한강변이 파괴되면 멸종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단양쑥부쟁이 집단서식처가 이미 발견됐던 경기도 여주 일대의 한강 6공구에서는 "자생력이 강하고, 복원 및 증식할 수 있는 단양쑥부쟁이는 멸종할 위험이 없다"며, 집단군락지는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지만 불가피하게 공사를 해야 할 때는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잎이 난 줄기 윗부분이 잘려나간 단양쑥부쟁이. 굴착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난 단양쑥부쟁이는 대부분 윗부분이 잘려나가거나 뿌리째 뽑혀 있다.
 잎이 난 줄기 윗부분이 잘려나간 단양쑥부쟁이. 굴착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난 단양쑥부쟁이는 대부분 윗부분이 잘려나가거나 뿌리째 뽑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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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하게 남아 있는 단양쑥부쟁이. 잎이 무성하게 자랐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단양쑥부쟁이. 잎이 무성하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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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쑥부쟁이의 집단서식지를 발견하고 사람들은 다시 강변으로 모였다. 흰목물떼새를 관찰하기 위해 강변 주위로 흩어진 사람들 사이에 고요함이 흘렀다. 조사를 시작한 지 세 시간 정도가 지나 점심때가 다 되었을 때다. 어린이날을 맞아 강변에 놀러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흰목물떼새가 조사단 가까이 날아온 것은 햇볕에 자갈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오후 2시경이었다. '삐익~', 고음의 울음소리를 내는 흰목물떼새는 조사단과 30~40m 떨어진 곳에 내려앉아 가느다란 다리로 분주하게 자갈 위를 뛰어다녔다.

머리와 몸통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고 부리 바로 위, 이마 부분과 머리와 몸통 경계 부근은 흰색이다. 하천 주변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둥지를 만들고 3월~7월 사이에 3~4개의 알을 낳는다. 근처에 둥지가 있는지, 조사단이 가까이 있는데도 날아가지 않고 주위를 맴돌며 계속 '삐익~삐익~'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둥지 근처에 다가온 조사단을 경계하는듯 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비내늪이 단양쑥부쟁이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의 서식지임이 밝혀졌다"며 "단지 멸종위기종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인 늪지를 파괴하는 4대강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내늪에 나타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비내늪에 나타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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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인 줄 몰랐다"

충주지역 남한강 7공구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7공구 공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며 "공사 감리업체에 문의해 보라"고 말했다. 이어 "단양쑥부쟁이 서식이나 흰목물떼새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고 6공구처럼 할 것인가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감리를 맡고 있는 동신기술개발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고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단양쑥부쟁이 집단서식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서를 가지고 있지만 공사지역이 넓어 다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며 "공사가 일부 진행된 것은 단양쑥부쟁이가 싹이 나기 전인 1~2월에 서식지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본격적인 공사를 하기 위해 풀을 제거하는 표토작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단양쑥부쟁이 집단서식지에서 일부 진행된 공사는 충분한 조사 없이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곳의 공사가 재검토되지 않는다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단양쑥부쟁이도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위태로운 운명이다. 자갈밭이 파헤쳐진다면 흰목물떼새도 둥지를 잃고 떠나게 될 것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환경단체에서 보여준 공사현장지도에는 강변을 따라 온통 공사판인데.


태그:#4대강, #단양쑥부쟁이, #흰목물떼새, #여주,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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