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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①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백승영 지음)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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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이란 지적 흐름이 본격화 되면서 '니체'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새로운 깊이를 맞게 되었다.

대서사의 몰락 이후 이어진 철학적 세계관의 모습은, 진리에 대한 기대를 점차로 지워버리고 권력의 문제를 참여시켜왔다. 결국 이야기의 장에서 배제되어 왔던 타자들을 점차 그 장으로 끄집어 오는 작업이 되어갔는데, 이런 문제에서 가장 큰 영감과 영향력을 주었던 학자로서 바로 니체가 꼽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그러했다. 신은 죽었다. 의미를 충분히 알고 인용되든 아니든 흔하게 들리는 이 말은 그의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선언이기도 하다.

진리의 시대는 갔다. 남는 것은 힘에 대한 의지이고, 망치를 가지고 철학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해야 하는 것은 초인이었다.

하이데거 이후로 이어진 이른바 '니체 르네상스'는 푸코나 들뢰즈를 비롯한 저명한 학자들의 작업과 함께 꾸준히 이어졌고, 사실 그 노력과 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의 니체 수용도 다르지 않아서 그러한 지적 흐름과 함께 니체는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니체 철학의 수용과 이해는 기대나 현실적인 필요에 비할 때 역시 충분히 답하는 것이라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러한 면에서 일종의 이정표를 찍는 책이 바로 '백승영' 교수의 책인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이었다. 니체에 대한 성실하고 오래된 독해의 결실인 이 책은, 흔히 '데카당'이라는 방식으로 알려져 허무주의의 전도사로 오해되거나 나치철학자로 오해되기도 했던 니체 철학에 대한 이해를 타파하고 국내 니체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올려준 그야말로 '역작'이다.

이 책은 왜 니체가 허무가 아니라 신의 죽음조차 넘어서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이고, 나치적인 전체주의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힘에 대한 의지를 굳게 추구하는 초인적 개인에 대한 이야기인지 친절하고 자세한 언어로 들려준다.

② 국가의 역할 (장하준 지음)

국가의 역할
 국가의 역할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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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자유시장경제의 당연한 귀결이라 평가되기도 하는 이 사태는 작은 국가론의 허상을 잘 드러내는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규제 없이 자유로운 경제 운동은 욕망을 검열할 방법이 없고, 쌓인 욕망은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운동하며, 금융 국면에서 왜곡을 만들어내고, 그 왜곡은 쌓이고 쌓여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일찍부터 이런 사태를 예고하고 경고한 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가 사실은 강자의 경제학일 수 있으며, 그 경제이론이 주장하는 자유의 이면에는 표면과 달리 강력한 국가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해왔다. 자본의 운동에는 관대한 국가가 노동자의 운동과 연대에는 언제 한 번 관대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 입장들의 선두에 선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장하준'이었다. 그는 제도학파로 구분되는 이론 학파에 소속된 학자로서 그가 적었던 이 국가의 역할이란 저술은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들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경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이론적으로 궁구하고 있다.

경쟁만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경제적 성장의 요소인가? 오히려 연대와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한 힘일 수 있지 않을까? 경제 그 자체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근거가 있는가? 오히려 경쟁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공정한 무대를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민영화가 곧 경쟁력인가? 독점적인 민영화는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저 비용과 최고 수익을 노리게 되고 이로 인해 공공부분의 기초 산업이 붕괴할 위험이 훨씬 더 크지 않은가?

2008년 이전 출간되어 2008년을 예고하고 있던 이 책은, 지난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얻어야 할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움직이는 한국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의 갈 길과 방향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 숙고되며 읽혀야 할 가치가 있다.

③ 88만원 세대 (우석훈 지음)

88만원 세대
 88만원 세대
ⓒ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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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라는 새로운 개념어를 일상에 정착시킬 정도로 성공한 이 드문 사회학서는 사실 책 자체의 수준으로 본다면 부족하다 여겨지는 부분이 많다.

특히 중요하게 비판되어야 하는 것은 과다한 일종의 '세대론'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문제인 계급 문제가 지워져버렸으며 따라서 지금 88만원 세대들은 계급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386세대에 대한 적대감'만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할 정도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학자들은 이미 적지 않게 비판했으나 사회학 연구서나 논문 같은 것들이 널리 읽히기는 만무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판점들은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 책은 그 놀라운 성공만으로도 지난 10년 간 가장 주목해야 할 책에 꼽힐 가치가 있다. 인문과학, 그 중에서도 사회과학 서적이 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팔려 한 세대를 각성시키고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된 적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을까?

책을 구입한 이들에게가 아니라, 그것을 쓴 이들에게 인세수입으로 도움될 법한 책들만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판시장을 이끌던 상황에서 한 권의 이론 책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얼마간의 부작용은 있었으나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사고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증명했다. 그것 때문에라도 이 '88만원 세대'는 지난 10년에 기록할 만한 기념적인 한 권으로 뽑힐 가치가 충분하다.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백승영 지음, 책세상(2005)


태그:#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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