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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살아서는 기피의 대상이지만 처참하게 죽어서는 민족의 딸이 되는 이들이 일명 양공주, 기지촌 여성들이다. 고 윤금이씨는 바로 이러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기지촌 운동가 김연자씨는 고 윤금이씨에 대한 이러한 시선이 매우 불편하다고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만약 윤금이라는 여자가 그렇게 처참하게 미군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여전히 술과 약에 찌들어 기지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였다면 누가 관심이라도 있었겠느냐는 그의 일갈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기지촌 여성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연자씨 스스로가 어떻게 기지촌 여성이 되었는가부터 기지촌 여성들은 어떻게 생활하는가 그리고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고 관리되는가에 이르는 생생한 리포트이다. 그것도 다른 누가 아닌 기지촌 여성의 눈으로 보고 기지촌 여성의 손으로 쓴 글이기에 책은 더욱 생명력을 가진다.

 

그녀의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기지촌 여성에 대한 국가의 통제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실질적으로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미군들을 위한 군산 아메리카 타운을 정비하였으며 1970-1971년 닉슨 독트린에 의해 미군철수가 이야기되자 미군의 주둔을 돕기 위해 기지촌 정화사업을 벌였다.

 

캐서린 H.S. 문의 <동맹 속의 섹스>는 닉슨 독트린이 기지촌 정화운동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잘 쓰여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닉슨독트린으로 인해 주한 미군지도자와 한국정부가 서로 제휴하게 되었고 이것은 한국에 대규모 미군을 주둔시키는 데 따른 그들의 공동 책임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즉, 주한미군에게 있어서 기지촌 정화노력은 워싱턴 의사 결정자에 대해 주한 미군의 조직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워싱턴의 정책성명과는 상관없이 한국에 남는다는 양속의 상징이었다. 반면에 한국정부에 있어 정화는 전통적인 외교적 당근과 채찍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책임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과 자원을 이용한 민간외교의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주한미군과 한국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정화사업에는 기지촌 내의 성병이나 기지촌 내의 인종차별 등이 관리대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기지촌 여성들은 정부로부터 매달 성병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이 검사를 받고, 확인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정부는 이들에게 외화벌이의 역군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을 독려하여 팀스피리트 훈련지를 따라 나서 원정 매춘을 하게 하였으니 그야말로 통제된 매춘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어떤 역사책도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역사인 것이다.

 

김연자의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이 책은 이러한 역사를 살려내고 있다. 당시 기지촌 여성들이 기지촌 정화운동에 대해서 어떤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떻게 여겼는지까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의 글을 똥을 푸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인생에 담긴 싫은 일, 후회스러운 일 등 똥과 다름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퍼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 똥푸는 일 때문에 우리는 기지촌 여성에 대해서 비로소 바라볼 수 있었다. 죽어서 민족의 딸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말이다.

 

현재 기지촌에는 많은 이주노동자 여성들이 매매춘을 하고 있다.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로 말이다.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녀들이 우리와 살아가고 있기에 말이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 지음, 삼인(2005)


태그:#10년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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