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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록에 둘러싸인 환산정
 신록에 둘러싸인 환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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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앞의 소나무 200년 된 보호수이다
▲ 환산정 앞의 소나무 200년 된 보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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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동면 서성리에 위치한 환산정은 호수 위에 떠있는 작은 정원이다. 찻길에서 정자로 들어가는 다리엔 비록 시멘트길이긴 하지만 벚나무가 양쪽으로 우거진 깊은 터널을 이루고 있어 봄철은 물론 사계절 좋은 곳이다.

봄에는 입구에 심어진 벚나무들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사람을 감싸안아주는 듯하다. 양쪽에 호수가 있는 그 길을 걷고 있으면 낙원에 온 것처럼 행복하다. 여름에는 신록이 짙어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환산정 앞의 저수지를 바라보며 앉아있으면 세파의 온갖 시름을 다 가져갈 것만 같은 곳이다.

환산정 전경
▲ 환산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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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이 아름다워 명소가 된 이곳은 주중에도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환산정(環山亭)은 화순읍에서 동북쪽으로 6㎞의 지점이며 국도변의 용생리에서 2㎞ 북으로 가면 동면 서성리에 서성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의 한가운데 환산정이 있다. 이 정자는 문화류씨(文化柳氏)인 백천 류함(百泉 柳涵) 이 병자호란에 화순의병과 함께 청주까지 진군하였으나 청(淸)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돌아와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거 생활을 한 곳이라고 한다.

그 후 계곡을 막아서 서성제 호수가 형성되면서 지금처럼 호수 위에 떠있는 섬 모양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 환경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학자의 기개와 양심이 살아있는 곳이라 애착이 간다. 그래서 허망하기 짝이 없는 권력에 빌붙어 평생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지식인들의 창백한 지성에 실망할 때마다 자주 찾아오곤 한다.

환산정에 걸려있는 편액 유함 선생의 글
▲ 환산정에 걸려있는 편액 유함 선생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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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의 편액 유함 선생의 글
▲ 환산정의 편액 유함 선생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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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유함 선생의 글이 적혀있는데 군자가 지켜야 할 절의를 몰라주는 답답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 답답한 마음을 당시 오성사로(烏城四老)의 한 분으로 친교가 깊었던 구봉에나 말하리라는 마음자리가 쓸쓸하게 다가온다.

환산정을 짓고서(環山亭 原韻)

뜰에는 외로운 소나무요 섬돌에는 국화인데
도연명에게 진나라를 배웠도다
세상이 어지러워 처음 세웠던 꿈 다 그르쳤고
깊숙이 산수 좋은 곳에 만년을 의지하리
피고지는 봄가을 모두 잊고 싶지만
마음에는 일월처럼 명나라가 떠오르네
군자가 지켜야 할 절의 그 뉘가 알아주리
답답한 내 심정을 구봉에나 말하리라

요즘  학자들은 자존심도 없이 출세에 영합해서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추락시키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앞장서서 권력의 시녀 내지 충견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 스승을 보며 후학들이 무엇을 배울까 싶어 몹시 안타깝다. 한때 대학총장을 지냈으나 지금은 정치인으로 입문하여 그 행보와 신의가 없이 쏟아내는 말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현 정부의 한 인물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서는 유함 선생 같은 학자정신은 기대할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인까 싶어 슬프다.

구한말의 지사이자 순절시인 매천 황현 선생은 모든 나쁜 짓은 이른바 배운 것들이 다 저질렀다고 일갈했다. 가진 자들의 잘못보다 배운 자들의 잘못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더 크다. 많이 배운 만큼 본받을 수 있게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 한일합방 이후 매천 선생은 조정에서 벼슬을 하지 않았기에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고 했지만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진 듯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했다. 지식인의 양심으로 나라가 잘못되어가는 행태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였을 것이다.

 환산정에서 바라본 호수
 환산정에서 바라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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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 섬처럼 떠있는 환산정에서 서엄 절벽의 기암단애를 배경으로 호숫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벗 삼아 오늘도 하루를 보내면서 두 분의 선인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지식인들이 행할 바는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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