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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 .
▲ 괭이밥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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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건강을 위하여 지난 가을부터 그와 함께 산책길에 나섰다. 가을이 가고 나서는 면역력이 약한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겨울날에도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아무리 추워도 감싸고 나서니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봄은 따스해서 좋다.

그 산책길에서 투병으로 아프고 지친 몸도 추스리고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버린 마음도 추스렸다. 몸이 닫히니 마음도 닫혀 세상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싫어 피하고만  싶었다. 그래서 정기적인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안으로 갇혀버린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연은 그런 나를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식물과 동물들에게 자상한 어머니처럼 생존의 터를 마련해주는 자연은 병들고 아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놀라운 능력이 숨어있었다. 상처 입은 모든 것들을 품에 안아서 위무하고 치유해서 건강하게 살아가게 한다.

길마가지 .
▲ 길마가지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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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
▲ 돌단풍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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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그런 대지의 품에 안겨 지내면서 아름다운 봄꽃들과 눈부신 조우를 했다. 별꽃, 봄까치꽃, 영춘화, 보춘화, 만리화, 꽃마리, 제비꽃, 돌단풍, 산자고, 현호색, 금란초, 괭이밥, 길마가지, 주름잎, 애기똥풀, 동강할미꽃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봄꽃들을 만났다. 춥고 모진 겨울을 견디어내고 당당하게 피어난 봄꽃들은 가슴 떨리게 하는 감동이었다.

봄을 알리는 꽃 '보춘화'는 가득 쌓인 낙엽 사이로 사방에서 수줍게 고개 내밀어 세상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옛 선인들은 이렇게 꽃이 피면 그 감동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지인들을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한다. 그 심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봄을 알리는 꽃 보춘화 .
▲ 봄을 알리는 꽃 보춘화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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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 .
▲ 꽃마리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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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괴불주머니 .
▲ 자주괴불주머니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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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물통이 .
▲ 나도물통이 .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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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이나 꽃마리, 나도물통이는 얼마나 꽃 얼굴이 작고 아름다운지 앙증스러웠다. 우리 주변에 지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도 풀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다. 화분에 심어진 원예종들은 화려하긴 하지만 풀꽃들처럼 그렇게 순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결코 보여주지 못하리라.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신의 온 정열을 다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자신의 전 존재를 드러내는 꽃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롭게 준비해왔을까.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으나 꽃들은 금방 그 고운 자태를 감추곤 했다. 하여 부지런하지 않으면 꽃의 절정을 놓치기 일쑤였다. 모든 사물에는 절정이 있듯 꽃도 절정에 보아야 가장 아름답다.

이렇게 금방 지면서도 온 힘을 다해 피어나는 꽃들이 우리 곁에 있어 많은 깨달음을 주곤 한다. 그래서 법정 스님은 법문을 마친 다음에 '나머지는 저 나무와 꽃들에게 들으라'고 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어난 자리 옆에는 쑥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쑥은 햇살을 먹고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올 봄은 유난히 비가 자주, 많이 내려서 자라지 못했다가 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어주자 쑥쑥 자라서 이제 대지를 온통 뒤덮고 있다. 쑥만큼 향기롭고 풍성한 자연의 선물이 또 있을까?

요즈음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산책길에서 쑥을 캐다가 쑥국을 자주 끓여먹고 있다. 간단하게 쑥떡도 만들어 먹는다. 봄을 온통 식탁으로 모셔온 느낌이다. 그 덕분에 춘곤증도, 피로감도 느끼지 못한다. 혼자 먹기가 아까워서 바쁜 이웃들에게도 수시로 나누어주고 있다. 쑥 한 줌에 그녀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그녀들이 식탁에 쑥 향기를 올려놓고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면 내가 더 행복하다.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선물의 작은 나눔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아름다운 봄꽃도 만나고, 심신의 건강도 회복하고, 거기다 봄의 향기가 그윽한 쑥도 캐오니 봄나들이의 수확이 엄청나다. 쑥은 5월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부지런히 자연의 선물을 나누면서 지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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