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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전국적인 대설주의보와 함께 창원에도 오랜만에 많은 눈이 내렸다. 멀리 보이는 산에 눈이 쌓이기는 했어도 창원시내에 눈이 쌓이기는 정말 오랜만이라 했다. 봄을 맞이했지만 눈바람이 차가운 날씨다. 경주 발레오 만도 공장을 출발해 창원 대림자동차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었다. 사측이 컨테이너박스로 공장 정문을 막아버렸다.

전기 끊겨 손전등 들고 농성

정문 앞에는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민주노총 선거유세차 들렀던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가장 큰 차이는 해고자들이 본관 2층을 10일째 점거하고 있었다. 33명의 해고자가 8명씩 4개조로 나눠 24시간 보초를 서고, 사측이 전기를 끊어 난방이 안 되니 하루 3시간씩 발전기를 돌리고 촛불이나 손전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금속노조 경남지부 주최로 소규모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드럼통 두 개에 장작불이 타고 있었고 바람에 불티가 날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나에게 연대사를 시켜 하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었다. 금속 경주지부는 발레오 만도 투쟁을 위해 지역 총파업을 단행했다.

전, 현직 노조 간부 정리해고

그러나 금속 경남지부는 대림자동차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차원의 총파업 찬반투표도 부결된 상태라 어려움이 많았다. 3월 12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차원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멀리서나마 만나기 위해 공장 담벼락을 돌면서 구호와 노동가요를 제창했다. 본관 옥상에서 농성중인 해고자들은 전등을 비추며 투쟁으로 화답했다.

대림자동차 지회가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시작한 지 벌써 4개월째다. 사측은 665명 직원 중 293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193명은 희망퇴직, 10명은 무급휴직, 47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하였다. 그런데 정리해고자 대부분이 전, 현직 노조간부들이었다. 대림자본은 다른 계열사에서도 착착 노조를 파괴해 왔다. 노동운동이 하강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정세를 하듯 자본은 이 기회에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들고 있다.

오토바이 공장이 오토바이 수입?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대림자동차는 오히려 해외공장으로부터 오토바이를 수입해 오고 창원공장은 해외 이전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창원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 최근 두산 계열사 등 여러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면서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다. 자본은 이런 총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공세적으로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있다.

옥상에서 투쟁하는 해고자들은 '경영진 퇴진'과 '함께 살자'는 깃발을 들고 있다. 작년 쌍용자동차 투쟁 이래 '함께 살자!'는 구호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친근한 구호가 되었다. 또 한 편으로 이를 가로막고 갈라 치는 자본에 의해 '산자'와 '죽은 자'로 구분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단결해 투쟁함으로써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계층으로 분리되거나 자본의 분할 지배의 그물에 걸려들어 산자와 죽은 자로 나뉘는 것이 현실이다. 창원만 해도 '마창노련'의 전투적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연달아 배출하는 등 노동자들의 조직력이 큰 곳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당면 투쟁에서는 기대만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 연대투쟁이 필요한 이유다. 집회 종료와 동시에 본관 농성중인 동지들을 만나지도 못한 채 다음 날 '동의오토' 비정규직지회 방문일정을 위해 늦은 밤 충남 서산으로 향했다.


태그:#대림자동차, #정리해고 , #본관점거, #오토바이, #산자와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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