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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6일 현대제철 용광로(전기로) 앞에서 한 조합원이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쇳물의 온도는 섭씨 1,500도 정도다.
 1월6일 현대제철 용광로(전기로) 앞에서 한 조합원이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쇳물의 온도는 섭씨 1,500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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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난 2005년 말 당진공장에 일관제철소 건립을 목표로 5조원을 투자, 지난 1월 내용적 525㎥에 최대지름 17m, 높이 110m의 대형 고로 1기를 완공했다. 전기로가 고철이나 외국산 반(半)제품을 녹여 철강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고로는 가장 기초 재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가지고 직접 철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은 내년 고로 2기, 2015년 고로 3기 완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고로 1기 화입식이 진행된 다음날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를 찾았다.

2010년 1월 당진 현대제철 용광로(고로)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로 1기 완성으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로 재탄생하게 됐다. 일관제철소란 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낸 뒤 반제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생산체계를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당진공장 일관제철소 건설은 노동자들에게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2010년 고로1기 완성까지 유입된 생산인력만 2천 여 명(사내하청 8백 여 명 포함), 이후 3기까지 완성하게 되면 더 많은 노동자가 유입돼 4천명 규모에 육박하는 사업장(사내하청 포함)이 된다. 이를 맞이하는 현대제철지회의 고민도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정몽구까지 다녀간 현대제철 당진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지회장 채인호)는 5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직접 참석한 화입식에 가지 않았다며 말문을 연다. 채지회장은 "인천과 포항공장 노동자들이 인천과 포항에서 피 땀흘려 번 돈으로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했으니 그에 합당한 공로금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화입식에 참가할 수 있겠냐"며 이유를 설명한다.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채인호 지회장.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채인호 지회장.
ⓒ ilabor.org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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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당진과 인천, 그리고 포항 세곳에 공장이 있다. 인천과 포항 공장의 노동자들은 이른바 기업노조 형태인 현대제철노동조합 소속이다. 산별노조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금속노조에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당진공장 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에 소속돼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지회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고로 건설로 유입된 노동자들을 지회로 가입시키는데도 이런 현실은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1200여 유입노동자 중 인천과 포항공장에서 전환 배치된 노동자는 149명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현대제철노동조합 당진지부 건설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지회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태다. 채 지회장은 "당진에 오면 당진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텐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서도 지회는 1200명에 달하는 신규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고로공장이 있는 C지구 노동자 중 50%가 지회에 가입해 지회 조합원수가 1393명에 이르는 중견 조직이 됐다. C지구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10월 당선된 채 지회장과 지회 간부들이 50여 일 동안 그곳에 살다시피 하며 간담회와 일대일 만남을 실천한 결과다.

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이 전기로 앞을 지나가고 있다.
 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이 전기로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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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노동자 50% 조직

특히 C지구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지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한 것은 조직화에 촉매가 됐다. 노동자를 C지구에 채우기 전에 회사는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채용했다. 포스코 등에서 일한 경력직인 이들은 정규직을 약속받고 취업했지만, 지난해 6월 사측은 결국 무기계약서를 던졌다.

이에 지회는 곧바로 제도개선위원회(임금, 인원 등 논의를 위한 상시적 노사간 논의창구)를 통해 사측을 압박했다. 수개월간의 실무협의를 통해 지회는 결국 C지구 정규직화를 따냈다. 그렇게 C지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입하게 된 것. 채 지회장은 "포스코 등에서 무노조 경영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는데 함께 싸워 승리하는 것을 보고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뿌듯해 한다.

현대제철지회의 처음은 물론 순탄치 않았다. 97년 옛 한보철강(현 현대제철 당진공장) 부도 뒤 2004년 INI스틸이 인수해 공장을 재가동 시킬 때 노조깃발을 지킨 이는 18명에 불과했다. 인수 당시 '금속노조 방해 프로젝트'라는 문건도 발견됐다. 수억을 들여 금속노조를 탈퇴, 기업별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고 전한다.

사측은 프로젝트대로 조합원들을 1백 만 원 일시금 지급을 미끼로 '조직탈퇴서'에 서명시키기도 하고, 일대일 면담을 통해 회유․협박도 했다. 지회의 김일권 선전부장은 "당시 지회는 굴하지 않고 금속노조를 지키기 위한 16일 파업을 단행했다"며 "그 모습에 조합원들은 지지 동의했고, 18명이었던 조합원이 그 투쟁 뒤 3~4백 명으로 늘었다"며 당시 감격을 전한다.

노조가 정규직화 따내자 노조 필요성 인식

현대제철 용광로(전기로)에서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제철 용광로(전기로)에서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 ilabor.org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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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을 보낸 지회인 만큼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에서도 적극적이다. 포스코 등 무노조전략으로 인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생존문제가 현대제철에도 본격화 됐기 때문. 현재 현대제철 당진공장엔 17개 사내하청업체 687명 노동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고로 건설로 800여 명의 노동자가 더 유입된 상태이기도 하다. 지회는 2004년 현대제철 인수 후부터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차별철폐와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채 지회장은 "아직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노조를 건설하고 있는 흐름이 없어 한계는 있다"며 "그렇지만, 조합원 신분의 현장 주임들이 나서서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고충을 처리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당진공장의 고로 건설은 지역사회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 역시 높여주고 있다. 충남 당진군은 아직 교육․의료시설이 마땅치 않아 다수 조합원들은 천안과 ․아산 등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회는 통근버스를 임단협에서 논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진군은 행정상 '시'로 승격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고로건설로 유입인구가 많은 현대제철에 기대하고 있다. 이에 채 지회장은 "당진 부군수까지 나서서 통근버스를 취소해달라고 면담을 요청해오기까지 했다"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한다.

이렇듯 지역에서의 요구가 높다보니 지회는 회사로부터 직장주택조합을 3년 내 완공키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학교와 병원 시설 등을 갖춰 당진 지역 자체에서 기술 인력을 수급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다.

당진군청에서도 현대제철지회 주목

이제 지회는 올해 협정근로(생산 유지를 위한 필수 업무) 기준을 두고 큰 싸움을 준비 중이다. 고로건설로 협정근로를 확대하자는 사측의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 "협정근로를 지회도 인정하지만 사측의 요구대로 하면 고로가 있는 C지구에서는 파업 자체가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다"며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연일 언론에서는 철강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용광로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건설됐다며 극찬 일색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무노조, 노조파괴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회사와 3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조합 간의 신경전을 보여주는 언론은 없다.

충남 당진. 서해에 위치한 거대한 공장에 조건과 환경이 다른 이상들이 더 나은 이상을 지향하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2010년 밝은 해와 같이 완공된 용광로에 이 모든 '차이'가 모여 순도 100%의 단단한 '금속'이 되길 기대한다. 그 힘으로 지역운동까지 주도하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 강선화 편집부장 / 사진 신동준 편집부장. <금속노동자> ilabor.org 는 금속노조가 만드는 인터넷신문 입니다



태그:#현대제철, #금속노조, #고로, #화입식,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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