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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민주당 의원들이 붉은 색 리본을 달고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리본에는 "헌재 무시, 의장 사퇴" 여덟 글자가 새겨졌다. 미디어법 재개정을 거부하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항의표시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김 의장이 미디어법 재개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사회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뒤 처음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항의표시로 붉은 색 리본을 달고 나왔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는 국회의장실로 항의방문을 가기도 했다. 민주당 무효언론악법폐지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최고위원과 전병헌, 김부겸, 우제창, 조배숙, 백재현, 홍영표, 전현희 의원 등은 오후 1시40분께 본관 2층 의장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김 의장은 외부약속을 이유로 자리를 비워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의장실 문도 굳게 잠겼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의장 비서진 사이에 때아닌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이 없어도 안에서 기다릴테니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계동 사무총장과 최거훈 비서실장, 고성학 정무수석은 "의장이 안 계셔서 열어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급기야 의장실 문 앞에서 20여분간 서 있던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이 터졌다.

 

▲ 의장실 찾아갔다 '문전박대'당한 민주당 의원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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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국회 주인처럼 행세하느냐"

 

"국회의원들이 10여명이 찾아왔는데 앉으라는 말 한마디 없느냐"는 따지자 박 사무총장 등은 "의장실에 개인 사물도 많은데 어떻게 주인 없이 문을 열어주느냐"고 맞섰다. 설전을 벌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이 벌써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았다"는 말을 듣고 돌아나왔다. 국회의장실의 '문전박대'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국회 주인처럼 행세하느냐"고 분을 참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김 의장의 사과와 사퇴 요구를 계속했다. 본회의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이춘석 의원은 "김 의장은 헌재가 미디어법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책임지겠다고 셀 수 없이 공언했다"며 "언론보도만 찾아봐도 안다, 이래도 김 의장이 책임 없다고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지난 9일 김 의장 대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헌재는 국회의장에게 시정의무가 있다고 한 바 없다"고 민주당 주장을 반박한 최거훈 비서실장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김 의장의 사회권 거부에 대한 여러 가지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에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김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막거나 전원 퇴장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12월을 3일 남겨놓고 예산안 처리도 못한 상황에서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자칫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리본 달기' 같은 소극적 방법을 택했다. "사회권을 거부하겠다"는 공언을 지키면서도 여당과 정치권 밖 비판을 최소화하는 고심책이었다.

 

김 의장도 나름대로 현명한 방법으로 마찰을 피해갔다. 외부 일정 뒤 곧바로 본회의장에 입장함으로써 민주당 항의방문단과 부딪치지 않았다. 또 이날 본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한 뒤 문희상, 이윤성 국회부의장에게 곧바로 의사봉을 넘겨 야당의 '사회권 거부' 반발을 잠재웠다.     


태그:#미디어법, #김형오, #민주당, #리본, #국회의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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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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