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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인천지하철역 자전거 이동로 직접 이용해보니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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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2009년 주요업무계획에서 '2013년까지 국내에서 자전거 이용이 가장 편리한 자전거 선도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고유가 문제 해결과 건강한 사회 및 시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며, 5년간 311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자전거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인천시의 '자전거 활성화 계획' 주요내용에는, 지하철 노선과 연계해 시내 전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 도로망과 주차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중교통수단과 자전거가 환승 연결된 'Bike & Ride' 중심의 공공자전거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시민 불편과 교통혼잡만 가중시킨 무분별한 인천시청 앞 자전거전용도로 건설 등 '자전거 선도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유기적인 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례로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선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와 고가도로에 그 흔한 자전거 이동로 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오죽하면 인천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돈다.

인천지하철 계산역에 새로 생긴 자전거 이동로
 인천지하철 계산역에 새로 생긴 자전거 이동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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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있어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만한 도로환경이 구비되어 있지 않고, S자 녹지축을 파괴하는 민자도로 등을 개발하려 해서 정작 자전거 보다 '자동차를 위한 도시'라고 지역환경단체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지적한다.

이 가운데 인천지하철 계산역에 자전거 이동로가 새로 설치되었다고 해서 직접 이용해 봤다. 인천시도 서울시처럼 지하철에서 자전거를 휴대하게 했는데 이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이용하기 편리한지 직접 확인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전거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자전거 이동로를 이용해 복잡한 환승과 지하철역을 헤매기 보다 도로 위를 달리는게 더 낫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등의 가파르고 수많은 계단에 자전거 이동로는 기본이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는 것은 옵션이고,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란 말이다.

인천지하철도 자전거 휴대 승차를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인천지하철도 자전거 휴대 승차를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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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동로가 새로 생겼지만, 역시나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다.
 자전거 이동로가 새로 생겼지만, 역시나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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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휴대하고 지하철역 환승할 시간이면, 자전거 타는게 낫다!

실제 계산역에 설치된 자전거 이동로를 이용하려면, 우선 턱부터 올라서야 한다. 자전거 이동로가 모든 출입구에 설치된 것도 아니다. 자전거 이동로는 계단 한편에 설치되었지만, 최근 우측보행으로 바뀌면서 지하철 이용객과 보행자들과의 동선과 겹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곤욕인 것은 무게가 나가는 자전거의 경우 가파른 이동로를 오르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계단만 있을 때 보다야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미로와 같은 지하철역에는 수많은 계단이 자전거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자전거를 휴대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만한 사람은 그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천지하철은 지난 10월부터 지하철 자전거휴대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도 법정공휴일에만 가능해 지하철과 자전거를 연계해 자출을 꿈꾸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다. 정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휴대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지 궁금하다.

자전거 이동로를 이용하려면 턱부터 올라서야 한다.
 자전거 이동로를 이용하려면 턱부터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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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 한해 자전거 휴대 승차가 가능하단다.
 공휴일에 한해 자전거 휴대 승차가 가능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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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0여 년간 서울에 있는 학교와 직장을 오간 내가 지하철과 자전거를 이용해 인천 계산동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간다고 치면, 자전거를 끌고 들고 환승(계산역 인천지하철-부평역 1호선-신도림역 2호선-광화문 5호선)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아무리 빨라도 1시간 30분 이상 소요하게 된다. 아침 출근시간이면 그보다 더 걸릴 것이다.

그 시간이면 그냥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 부천 오정큰길을 따라 서울 강서구 양천동에서 성산대교로 달려 한강을 건너고 합정동에서 이대를 지나 광화문에 이르는, 약 2시간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기에 다리가 지치고 땀도 나고 위험하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자전거가 단순히 취미-레저용 공휴일용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대안적-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누구를 위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인지도 알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거나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자전거족들보다, 집과 가까운 학교와 일터, 도서관, 시장, 관공서를 오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것을 감안해 내년에는 인천시가 제대로 된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을 다시 고민했으면 싶다. 자전거도 직접 타보고, 자전거 휴대하고 지하철 타고 서울과 인천도 오가면서.

자전거 이동로와 지하철 이용객들의 동선과 겹친다.
 자전거 이동로와 지하철 이용객들의 동선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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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휴대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옵션이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만한 도로환경을 고민했으면 싶다.
 자전거를 휴대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옵션이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만한 도로환경을 고민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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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이동로, #자전거, #인천시, #인천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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