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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밥그릇의 민주주의, 생태경제로 풀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밥그릇의 민주주의, 생태경제로 풀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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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토건경제의 클라이맥스다. 울트라·하이퍼 토건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88만원 세대> 저자로 유명한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무척이나 어둡다. 그는 "세계 역사상 토건경제에 신자유주의를 동시에 병행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토건 경제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불러올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근본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우 박사의 지적이다. "1995년에서 2009년 사이 토건 개발의 증가는 출산율이나 성관계 축소와 반비례한다"며 "자연 학대는 인간 학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밥그릇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 박사가 내놓은 대안을 따라가 보자. 이날 강연은 <오마이뉴스>와 휴머니스트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특별강좌의 세 번째 시간으로, 수강생 70여 명이 함께했다.

"2009년은 토건경제의 클라이맥스... 한국 경제 유지될 수 있을까"

경제의 악성 종양인 부동산 버블을 불러온 토건 경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토건경제가 어디서 출발했고,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게 우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토건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5년으로 26%를 차지했다. 한국 경제의 1/4 이상이 토건분야와 연관됐다는 뜻이다. 이는 선진국(7~13%)이나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일본(16%)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후 한국의 GDP 대비 토건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뒤, 노무현 정부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우 박사는 "당시 경영난에 처한 건설업체들의 로비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전국에 골프장 300곳을 개발하도록 허가했고, 혁신·기업도시 등으로 전국에 개발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04~2005년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도로 화폐 개혁(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추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음지의 부동산 투기자금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이후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우리나라가 토건경제로 확실히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은 토건경제의 클라이맥스에 올랐다, 하이퍼·울트라 토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섹스 횟수와 토건 경제는 반비례... 토건은 환경·인간을 학대"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밥그릇의 민주주의, 생태경제로 풀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밥그릇의 민주주의, 생태경제로 풀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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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박사는 한국의 토건경제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자유주의와 동시에 진행돼 그 파괴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05년 고이즈미 총리의 신자유주의 개혁 이전에 대장성을 해체해 토건경제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중국·베트남 등 공산국가나 두바이 등 중동국가는 토건경제이긴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남미는 토건국가가 아니다. 토건경제와 신자유주의를 병행하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와 함께하는 토건경제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우 박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하는 인류학이 우리에게 없고, 또한 토건경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태학적인 대안을 내놓는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건경제로는 우리가 주거권이나 노동권을 보장받고 살 수 없다"며 "최근의 출산율 저하도 토건경제 탓"이라고 밝혔다. '섹스의 생태학'에서 '탈(脫)토건의 경제학'을 끌어내려는 우 박사의 독특한 분석이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1995년이 가장 번성한 시기였다. 그에 비해 2009년에는 출산율이 사상 최저이고 성관계 횟수가 1995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변화는 토건 경제로 인해 습지·갯벌 등 자연환경이 파괴된 것과 비례한다. 다시 말해, 토건 개발과 반비례한다. 결국 자연을 학대하는 토건경제는 인간을 학대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우석훈, '섹스의 생태학'에서 '탈토건의 경제학'을 이끌어내다

'탈토건'은 '생태학'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우 박사는 "우리가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고 돈을 더 내면 생태경제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기어 중에 오토매틱보다 스틱이 조금 더 불편하지만, 기름 값은 덜 들고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서울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강원도에 많은 댐을 짓는 등 돈이 많이 든다"며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이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하고, 그 돈으로 강원도 지역의 생태를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건 경제를 생태 경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개인의 경제적 상승 욕구가 크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으면 도시 외곽의 단독주택에서 살고자 하지만 우리나라 중산층은 아파트를 고집한다.

올해 중산층이 변했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노력했지만, 중산층은 빚을 내서 집을 사지 않았다. 최근 중산층 거주 비율이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생태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좌·우파 중산층이 대화를 통해 모든 이가 동의할 수 있는 조세개혁 등에 나선다면, 생태경제는 가능하다."


태그:#우석훈,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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