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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끝자락 백운산이 포근하게 감싸안은 마을 광양 백학동. 높고 푸른 하늘아래 주황빛으로 곱게 물든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지난 19일 지인과 함께 광양 백학동 마을을 찾았습니다.

곶감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도 곶감 깎기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학동 마을은 가을걷이의 마지막인 곶감 깎기가 한창입니다. 조용한 시골마을 골목길에 경운기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감나무 가지사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을 수확하러 가는 길입니다.

백운산 바구리봉(1,008m)이 신령스럽게 다가옵니다.
 백운산 바구리봉(1,008m)이 신령스럽게 다가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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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동에는 지금도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백학동에는 지금도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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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잘 익은 감나무 사이로 백운산 바구리봉(1008m)이 신령스럽게 다가옵니다. 바구니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싱싱하게 잘 익은 감 사이로 붉게 익은 홍시에 눈길이 갑니다. 달콤한 홍시 생각에 입안에는 군침이 돕니다. 차가운 바람 맞으며 산골마을 찾은 불청객은 셀 수도 없게 많이 달린 감을 언제 다 수확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는 잘 깎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오선지에 그려놓은 음표가 되어 달콤한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이색적인 풍경은 바라만 보아도 즐겁습니다. 12월이 지나면 달콤하고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곶감으로 어른아이 모두에게 인기 있는 식품으로 환생할 것입니다. 올망졸망 재미있게 달려있는 곶감 아래로 마당에 펼쳐진 와상에 얇게 썰어 놓은 감을 보자 불청객은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빼때기 맛에 흠뻑 빠진 꿀벌
 빼때기 맛에 흠뻑 빠진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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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햇살에 꼬들꼬들 잘 말라가는 '빼때기'
 겨울햇살에 꼬들꼬들 잘 말라가는 '빼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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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빼때기, 빼때기…….

마지막 가을걷이를 하는 김서운(71) 할머니는 곶감이며 빼때기를 만드느라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잘 익은 감을 얇은 조각으로 썰어 소반 가득히 널어놓은 빼때기 풍경이 이색적입니다.

곶감이 되지 못한 감은 무말랭이처럼 얇게 썰어 겨울햇살에 꼬들꼬들 잘 말리면 곶감 못지않게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빼때기'로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특히 '빼때기'는 밥 짓는데 넣고 신정이나 구정이 돌아오면 곱게 간 쌀가루 넣어 떡을 만들어 먹으면 별미라고 합니다. 지금 껍질 깎아 처마 밑에 주렁주렁 걸어 놓은 감은 날씨만 좋으면 40일 지나면 곶감이 된다고 합니다.

꽃가루가 귀한 계절 빼때기 맛에 흠뻑 빠진 꿀벌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재수 좋은 녀석입니다. 행복한 모습입니다.

탄닌성분의 떫은 감이 농부의 사랑과 깨끗한 공기, 아침이슬, 차가운 겨울햇살을 받아 달콤하고 쫄깃쫄깃 곶감으로 변한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 광양 백학동 '곶감'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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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광양, #백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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