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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너무 한스럽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이 기간제 교사의 임금을 체불하고, 교장·교감·행정실장에게 선물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 ㄷ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ㄱ교사는 이 같이 주장하며 교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자가 입수한 녹취록은 해당 교사가 지난 7월 중순 교장과 대화하는 가운데 녹음한 내용을 푼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학교 ㅇ교장은 "모든 과목에서 기간제 1년 하면 첫 월급은 교장, 교감, 행정실장한테 선물합니다. …(중략)… 근데 선생님 제일 큰 미스(mistake)는 선물을 안 했다는 거예요"라거나 "우리 학교도 기간제가 참 많잖아요. 근데 거의 대부분이 인사를 했지만 딱 두 사람이 안 했어요 …(중략)… 선생님이 어느 학교를 가시든지 기본 하는 거는 하셔야 돼요"라는 등 교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를 두고 ㄱ교사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의 약점을 노린 사실상의 상납 강요라고 주장했다. ㄱ교사는 "대구에서는 6개월 이상 기간제 교사를 하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 기간제 교사들 사이에서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면서 '알지?'라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다 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기간제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작게는 10만 원짜리 상품권이나 수표를 1장부터 3장, 5장 정도 하는 게 기본이고, 과하게 하면 100만 원 단위로도 한다. 재계약 시점에는 당연히 단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ㄱ교사는 "(교장이) 처음에는 일을 잘 한다며 칭찬도 하더니 나중에는 정반대가 됐다. 학교장이 언질을 주었는데도 눈치를 못채고 선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교육 현장 최고 책임자의 행동이 이런 것에 대단히 실망했고 내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너무 한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ㄱ교사의 주장에 대해 ㅇ교장은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안 나고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학교에 가서 사회 생활을 잘 하라고 조언한 것을 해당 교사가 오해한 것이다. 내가 순진하게 직언한 게 잘못이다"라고 반박했다.

ㅇ교장은 이어 "명절 되면 어른들한테 선물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나? 선생님들이 자질구레한 케이크나 빵 조각 사다주고 해서 그런 건 받았지만 오래 된 일이라 크게 기억 못한다. 나도 그렇게 나쁜 교장은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에는 1년 계약하는 기간제 교사는 없다?

이 학교의 기간제 교사 채용 문제는 '선물 강요'에서 끝나지 않았다. ㄱ교사는 또한 계약기간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ㄱ교사가 대구 ㄷ중학교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월. ㄱ교사는 출산휴가에 들어간 교사를 대신해 ㄷ중에서 기간제로 근무를 하게 됐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처음 약속과 달리 계약 기간을 변경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계약 당시에는 1년 계약으로 알고 갔고 교장이 (1월이) 방학이라도 공문이 오면 처리를 해야 하니 1월 19일부터 계약을 하자고 해서 구두 계약을 하고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한 번 더 확인을 받았다는 것이 ㄱ교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2월초 갑자기 계약 날짜가 2월 9일로 바뀌었다고 통보를 했다. "방학 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면 감사에 걸린다"는 전화를 대구서부교육청 조아무개 장학사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이 학교 ㅇ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구에서는 1년짜리 기간제 교사 계약은 없다. 교육청 공문에 의해서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도록 돼 있다. 대구 전체가 다 그렇다"라고 주장했다.

ㅇ교장이 주장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서부교육청 조 장학사와 통화를 했다. 조 장학사는 "방학 중이라도 공문 등 할 일이 있는 경우 기간제를 채용하는 것은 학교장 재량이지 교육청 관여 사항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문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1년 단위 계약도 하고 있고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ㅇ교장이 잘못 해석했거나 거짓말을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ㄱ교사는 2월9일부터 4월18일까지 1차로 계약하고, 4월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학교측으로부터 1월 19일부터 근무한 한 달 가까운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계약 만료로 ㄷ중을 떠난 지난 9월 ㄱ교사는 청와대와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노동부의 중재로 11월 17일까지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덧붙이는 글 | 기간제 선생님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학교 측의 부당한 요구나 조건으로 피해를 봤거나 억울한 일을 겪은 기간제 선생님들은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기자 이름을 클릭하면 쪽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내용을 고치고 보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간제, #비정규직, #상납, #대구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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