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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어쩔까 망설였다. 이 빵을 이 아이가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좋은 건지, 내가 먹어 내가 이 아이들의 친구라는 걸 알리는 것이 좋은 건지. 찰나의 망설임 끝에 나는 빵을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같이 있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마그마처럼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왔다. 그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여행이 끝나면 난민기구에서 일하리라고. 특히 아이들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쓰겠다고. 돌아보면 국제홍보를 전공한 것도, 7년 간 세계를 돌아다닌 것도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 과정, 이 일을 잘하기 위해 운명적으로 거쳐야 했던 과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한비야의 글 중에서

 

 

아프리카는 참 신기한 나라다.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아프리카를 다녀와 쓴 책의 인세를 아프리카 우물 파는 사역에 후원하는 데 썼고, <하쿠나 마타타, 우리 함께 춤출까>의 저자 오소희씨도 아프리카를 다녀와서 많은 사람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한비야마저도 7년간의 오지여행을 접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쓰겠다고 맘 먹은 것은, 바로 아프리카 땅에서였다.

 

아프리카 땅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참 신기한 곳이다. 그건 아마도 겉으로는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로운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조이홈스 10주년 기념행사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주간 이곳에 머물렀던 이유도 바로 이 날을 위해서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행사 날을 위해 발표회 연습을 했다. 우리가 이곳에서 맡은 또 하나의 일은 행사장 데코레이션과 '난타 공연'이었다.

 

초등학교 음악교사이자 오르프(노래부르기, 신체표현과 춤, 언어활동 등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활동에 기초하는 음악교육) 협회 임원인 '까만 땅콩'은 아이들에게는 난생 처음 접하는 '난타'를 가르쳤고, '조흭'과 '니콜'은 행사장소를 예쁘게 꾸미는 일과 조이홈스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동영상을 맡았다.

 

▲ 난타 행사 중 가장 최고였던 난타 공연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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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도 박자도 음표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론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까만땅콩은 초반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연습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마지막 발표회 때 아이들의 멋진 공연과 마지막에 터져나온 환호성은, 그간의 힘듦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훗날 까만땅콩이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고 나서도 한동안 아이들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마대자루를 들고서 쿵쿵따, 쿵쿵따, 땅을 치며 돌아다녔다.

 

 

조이홈스 10주년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한국 팀의 멋진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비전스쿨 아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한 전통춤과 노래, 까만땅콩이 준비한 난타 공연, 흭과 니콜이 만든 10주년 동영상까지. 전날 벽화를 완성한 교회에 가득찬 사람들은 그곳에서 공연을 보며 울고 웃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가장 예쁜 옷을 꺼내 입고 몇 시간을 걸어 온 사람들은 행사가 끝나도 떠날 줄을 몰랐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간 라이온 킹 영화를 틀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TV라는 걸 모르고 산 사람들. 전날부터 비축해둔 태양열로 혹시나 꺼질까봐 노심초사하며 틀어논 빔 프로젝트는 다행히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말썽 부리지 않았고,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모두 눈을 반짝이며 영화를 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간만에 호롱불에 머리를 맞대고 오랫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금남의 방인 안티방에 수단 전쟁고아인 찬이 살짝 놀러왔다. 흭이 그려준 자신의 얼굴에 즐거워하는 찬.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요로움은, 아이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만으로도 체험할 수 있다.

 

아프리카, 신기한 나라.

한비야를 바꾸게 한, 이 검은 땅은 작고 옹졸했던 나의 마음을 드넓은 대륙을 품을 수 있게끔 넓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글. 니콜키드박(http://askdream.com)

사진 및 동영상. 함께한 여행자

덧붙이는 글 | 7월 21일부터 9월 7일까지의 아프리카 케냐의 봉사활동기를 연재하는 중입니다.


태그:#아프리카, #케냐, #박진희, #니콜키드박,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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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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