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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정진식 단장이 연주에 앞서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정진식 단장이 연주에 앞서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음성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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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7시 30분 충북 음성 문화예술회관. 300여 관객들은 시골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진혼곡을 들으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11회 정기연주회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진혼곡 중 한국인의 귀에 가장 익숙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오제의 죽음'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된 진혼곡은 프로그램에 없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단원들이 뜻을 모아 급하게 준비해 연주회의 첫 곡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 곡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때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하루 종일 흘러나왔을 만큼 진혼곡으로 유명한 작품으로 노르웨이 민족영웅 페르귄트가 어머니 오제의 임종을 지켜보던 모습을 그린 곡이다.

진혼곡이 종반으로 치닫자 관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가 하면 곳곳에서 억눌린 흐느낌이 흘렀다. 슬픔을 추스르지 못한 일부 관객이 조용히 공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 정진식(47) 단장은 "올해 들어 큰 별이 연이어 떨어져 안타깝다"며 "헌신과 사랑, 실천하는 양심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오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진혼곡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혼곡에 이어 Carl Stamitz의 Sinfonia in G를 비롯해 G.B.Sammartini의 Symphony No.4 등 모두 11곡이 연주됐다.

공연을 본 전미숙(52·음성군 금왕읍)씨는 "김 전 대통령을 기리는 곡이 연주될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왔다"며 "고인께서 생전에 강조하셨던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도록 노력할 것이며,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 음성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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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 정진식 단장겸 음악감독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 정진식 단장겸 음악감독
ⓒ 음성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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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음성지역 학생과 주부 등으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교향악단으로 연주반 20명, 교육반 15명, 기초반 15명 등 50명으로 구성됐다.  

16년 전인 1993년 처음 결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단원 7명으로 출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0회에 걸친 정기연주회와 북한동포돕기 자선음악회,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특별공연 등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학생들은 시골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었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문화적 갈증을 씻어주는 단비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있기까지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은 정진식 단장이다. 신학을 전공한 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한 정 단장은 시골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정 단장은 지난 99년 미국 음악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8기수에 걸쳐 200여명의 음악 인재들을 길러냈다. 현재 미국 CGU 지휘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Wesley Youth Orchestra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음성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0일 오후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 음성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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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대중, #음성체임버오케스트라, #정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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