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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여 만에 같은 자리에 분향소가 또 차려졌다. 지난 5월 23일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졌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다목적광장에 20일 오후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봉하마을 주민,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시민광장, 화포천지킴이 등 단체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봉하마을 분향소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영두, 민주당 김해갑위원장)를 구성했다.

 

봉하마을 분향소는 20일 오후 3시경 설치했으며, 먼저 정영두 위원장과 봉하마을 이장 이병기씨가 분향했다. 분향소에는 노사모 대표일꾼을 지낸 배우 명계남씨와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들이 나와 분향소를 설치하거나 상주 역할을 맡았다.

 

봉하마을 분향소는 천막 안에 국화꽃으로 치장한 단상에 영정을 놓아두었다. 방명록도 놓아두어 조문객들이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분향소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두 위원장은 "국화꽃값은 석달 전에 비해 두 배로 오른 정도"라며 "분향소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권양숙 여사께서 쾌척하셨고,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요청으로 권양숙 여사께서 이곳에 분향소를 설치하자고 했고, 마을주민들도 동의했다"면서 "같은 자리에 다시 분향소가 설치되는데 왜소하면 안되기에 좀 규모 있게 꾸몄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전국 어느 지역보다 호남에서 많은 조문객들이 봉하마을을 다녀갔고, 고마움을 표시한다는 차원에서 분향소를 마련했다"면서 "봉하마을 분향소도 '국장 분향소'로 지정이 되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분향소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 동안 운영된다. 봉하마을 주민 10여명은 21일 고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하의도를 방문해 조문할 예정이다. 이병기 마을이장과 화포천지킴이, 작목반 등 젊은 사람 위주로 조문단을 구성해 조문한다.

 

이병기 이장은 "노 전 대통령께서 서거했을 때 호남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문하러 오셨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마을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마을 주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으며, 서거 뒤 왜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느냐고 재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즘 봉하마을에는 평일에만 4000~5000명, 주말에는 1만여명이 찾고 있다. 이는 김해시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계한 방문객 숫자로, 이외 시간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3시까지 3200여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

 

대부분 가족과 직장 동료, 단체 방문객이 많다. 동부화재 서광주지점 직원 10여명이 단체로 조문했고, 대구 상원중 여자축구부 학생들이 단체로 조문했다. 이어 관광버스를 타고 온 방문객들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석 등을 둘러본 뒤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청주에서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왔다고 한 이금숙(49)씨는 "올해 들어 두 분의 큰 별이 떨어지셨는데 마음이 아프다"면서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자녀들과 봉하마을에 와 보고 싶어 왔는데, 마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어 기다리다 조문했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지난 번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광주 등 호남지역에 분향소가 많이 설치되었는데, 이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와 관련해 봉하마을에서도 분향소가 설치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처럼 영호남이 화합하고 지역감정이 없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조문객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많은 호남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아와 조문하고 호남지역에서도 분향소가 만들어졌는데, 이번에는 봉하마을에 분향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봉하마을 만큼은 지역감정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직원 주양준씨는 "오래 전부터 직원들이 봉하마을에 와 보고 싶었는데, 마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해 분향소가 만들어져 조문하고 간다"고, 대구 상원중 여자축구부 강현구 지도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둘러보러 왔는데, 분향소가 차려져 있어 조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민주주의와 남북평화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 서거"라고 쓴 펼침막이 내걸려 있고, 노사모와 최철국 의원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태그:#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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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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