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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살아가면서 병들지 않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 번도 앓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그 병이 암 같은 큰 병은 아니고 아주 소소한 병이라면 참 귀찮다.

 

어깨가 결린다든가, 귀가 웅웅 울리는 귀울림(이명증)이라든가, 소화불량이라든가 불면증이라든가 무좀 같은, 병 같지도 않은 병이 있으면 병원 가기도 뭣 하고 그냥 놔두기도 뭣 하고 아주 짜증이 난다. 더구나 무좀 같은 건 먹는 약으로 고치려면 위가 상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을 알려 주는 책 두 권이 나왔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손 주물러 병 고치기>(보리출판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낸 곳은 우리 겨레의 건강한 삶을 목적으로 2007년에 보건복지부 인가를 얻어 출범한 비영리 단체인 '민족의학연구원'이다. 돈이 없거나 첨단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 가장 적은 투자(책값 각 12,000원)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북녘에서 나온 <토법의 림상응용>(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1990), <손 주물러 병 고치기>는 중국에서 나온 <수료> <안마수족보건법>을 중심으로 중국과 북녘, 그리고 한국의 자료들을 모아, 남녘 실정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흔히들 민간요법 하면 유치하고 비과학적이라고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질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병을 막고 다스리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 자연물 가운데 하나인 제 몸을 자극하여 피와 기운을 잘 돌게 하고 굳은 힘살(근육)을 풀어 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켰다. 옛 치료법에는 '수천 수백 년을 이어 온 겨레의 지혜가 담겨 있다.'

 

단순히 손을 주무르는 것만으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렇다"고 자신한다.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이 치료법이 나왔으며, 중국에서는 의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에 이미 주무름의 효능이 적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 몇 가지만 보자. 어깨가 결릴 때는 "견정혈과 견우혈, 그리고 근육이 굳어져 팽팽해 진 곳을 찾아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거나 비벼 준다." 물론 견정혈과 견우혈이 어디인지 자세히 그림으로 나와 있다. 귀울림은 "넷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언저리를 두루 주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책을 보면 손가락 어느 부위를 누르고 따 줘야 하는지 더 자세히 나와 있다. 잠을 잘 못 잘 때도 좋은 치료 방법이 <손 주물러 병 고치기>에 나와 있다. 무좀은 <약 안 쓰고 병 고치기>에 나와 있다. 식초로 하는 방법, 버들가지나 미나리로 하는 방법 따위 무려 열 가지나 있다. 그 가운데 자기가 편한 방법을 쓰면 고칠 수 있다. 시간이 들고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약 먹고 위장 버리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이 책을 읽은 어떤 분과 같이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을 들어갔다. 그 분은 손바닥을 식탁에 올려놓고 넷째 손가락을 잡아 당겨 곧추 세웠다 놨다 하고 계셨다. 뭐 하시는 거냐고 물으니 그 분이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면 정력에 좋아진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책을 보니 발기부전에도 간단하게 치료하는 법이 네 가지나 나와 있다.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엄마 손이 약손이다" 하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놀다가 팔꿈치가 빠지면 어머니가 맞춰 주셨다. 글자도 모르고 살았던 평생을 사신 어머니지만 그런 어머니의 손길로 나는 건강하게 살아왔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대홍수가 지구를 휩쓰는 이 어려운 때'에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손길 하나 보태려고" 민족의학연구원을 세우고 처음 내놓은 책이 이 '약손문고'다. 아픈 배를 어루만져 주던 엄마 손길과 같은 이 책은 독자들의 건강과 더불어 '겨레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배낭에 언제나 책을 갖고 다닌다. 앞으로 늘 갖고 다닐 이 책 무게 때문에 배낭이 좀 더 무겁겠지만, 건강한 내 몸만 유지된다면 그런 것쯤 대수랴.

첨부파일
iykson1.jpg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민족의학연구원 엮음, 보리(2009)


태그:#작은책, #약손문고, #치료법, #건강,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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