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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이틀째 국회 무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정규직 전환 지원 등 후속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7일 오후 2시에 노동부 현안보고로 소집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출석했다.

 

회의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넘어 환노위원장실에 도착한 공문에서, 노동부는 이날 오전에 열렸던 3당 간사의 협의가 결렬됐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회의 참석 요청이 개최시간에 거의 임박하여 통보된 관계로 장·차관의 일정을 감안할 때 금일 회의 참석이 불가함을 알려드리며 이점 양해바란다"고 통보했다.

 

이날 환노위원장실에서 장관의 출석을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이 노동부로 발송된 시각은 오후 1시경이었다. 오후 2시에 할 회의에 대한 공문을 오후 1시에 보냈으니 노동부의 불참통보는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갖가지 형식논리 동원해 환노위 불참.. "노동부가 소집 모를리 있나?"

 

그러나 이같은 노동부의 불참 이유는 그야말로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

 

먼저, 노동부가 3당 간사 협의 결렬을 위원회 불출석의 이유로 제시한 것은 국회법 121조를 불참의 근거로 들었던 전날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국회법 121조는 국무위원을 위원회에 출석시키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의결하거나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가 국무위원이나 정부위원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런 조항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지는 않다. 정부 부처의 현안보고가 필요할 경우,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정부 부처에 장·차관의 출석을 요구하면 출석요구에 응하는 것이 보통이다.

 

긴급한 현안에 대해 신속한 보고가 필요할 경우도 그런 식의 출석요구가 이뤄지지만, 출석요구가 법적인 요건을 엄격하게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행정부가 입법부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국무위원들이 되도록이면 출석하는 것이 관례다.  

 

또, 노동부가 언급한 '결렬된 3당 간사 협의'의 안건은 국무위원 출석에 대한 건이 아니었으로, 간사 협의 결렬이 불참 이유인 것도 넌센스다. 이날 간사협의는 대화가 단절된 여야 환노위 간사간 대화를 복원하고 향후 환노위에서 논의할 안건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기 위한 협의였다.

 

이날 간사 협의에서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변칙 상정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면 환노위에 나올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결렬됐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날 회의도 불참했다.

 

간사협의 결렬 내용까지 담은 공문이 오후 1시경에야 발송됐지만, 노동부는 이날 환노위 현안보고가 소집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전날 이 장관과 한나라당의 상임위 참석을 기다리며 회의를 정회했다가 밤 9시에 회의를 속개했다. 추 위원장은 산회를 선포하며 다음 날 오후에 노동부 현안보고를 위한 전체회의를 다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환노위원장실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환노위로 파견 나온 직원이 있는데 노동부가 현안보고 소집 사실을 모를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의장 뒤로 숨어 직권상정만 바라보는 노동부 장관

 

형식논리에 기대 환노위 출석을 거부하며 국회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장관의 행보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을 인정할 수 없고, 정규직 전환 지원과 비정규직 부당해고 감시 강화 등 후속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을 유예하는 것이 이 장관의 소신이고 노동부의 정책 방향이라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100만 해고대란설을 뒷받침하는 각종 정보를 제시하고 반대편의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여당에서도 노동부의 이런 '지원사격'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환노위를 무시하는 이 장관의 행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고, 야당의 투쟁 강도를 높일 뿐이다.

 

결국 이 장관 자신도 합리적으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여당이 '최후의 카드'로 여기고 있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태그:#이영희, #노동부, #환경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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