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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꽁이 수다로 요란한 도서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2008년 맹꽁이 놀이터를 조성한 후 삼천도서관은 흐린 날이면 수다떠는 맹꽁이 소리로 요란하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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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이면 여지없이 맹꽁이의 수다로 요란한 자연친화적인 삼천도서관

요즘 같이 날씨가 흐린 날에는 여지없이, 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에서나 들을법한 맹꽁이소리로 요란한 도심 속 도서관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도서관은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82-1번지의 거마공원 내에 위치한 전주시 삼천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이 장마철이면 맹꽁이의 울음에 빠지는 것은 도심에 드물게 환경부 2급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의 서식이 2007년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되고, 이의 보전을 위해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주도 2008년 맹꽁이 놀이터를 도서관 바로 뒤켠에 조성한 이후 그 개체가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맹꽁이는 평소에는 수풀 속에 숨어 생활하다가 비가 오기 전에 수다스럽게 울어대는 습성이 있다. 책을 읽고 공부에 열중하느라 정숙해야 할 도서관이 날씨가 궃은 날이 되면 요란스러운 맹꽁이 울음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매일 자유열람실을 이용한다는 정창호(28, 전주시 삼천동)씨는 "비라도 내릴라치면 여지없이 수다스럽게 울어대는 맹꽁이 소리는 '소음'이 아닌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라 여겨져 오히려 공부에 지친 심신이 위로받는 느낌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엔 비라도 한줄기 내려 예의 맹꽁이 소리를 듣고 싶은 바람이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하나같이 맹꽁이 소리를 즐기는 걸로 알려졌다. 모르고 도서관에 온 사람들도 흐린 날이면 요란하게 울어대는 맹꽁이 소리에 어리둥절하다가 금방 미소를 띠며 읽던 책에 열중하는 게 이 도서관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도서관과 달리 흐린 날이면, 맹꽁이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려는 사람들이 도서관을 더 많이 찾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이 거마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의 놀이와 인근주민들의 휴식까지 이루어지는 도심 속 '열린 어울림의 광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더욱이 이 도서관은 거마공원 한켠에 위치하고 있어, 어린이와 학생들의 놀이· 독서· 학습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부근에 위치한 전주남초등학교, 효문여중 학생들의 놀이· 학습공간과 인근주민들의 놀이공간인 이곳에 시민단체가 지난 2008년 맹꽁이 놀이터라는 생태공간을 조성한 이후 이젠 맹꽁이도 도서관과 공원의 한 식구로 당당히 자리를 잡아 환경과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의 복합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수은주가 32도를 넘은 6월 25일 맹꽁이가 서식하는 삼천도서관 옆 거마공원 분수에 뛰어든 어린이들. 이날 거마공원은 부서지는 물줄기처럼 빛나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공원에 하나 가득했다.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 25일 도서관옆 거마공원분수대에 뛰어든 어린이들 수은주가 32도를 넘은 6월 25일 맹꽁이가 서식하는 삼천도서관 옆 거마공원 분수에 뛰어든 어린이들. 이날 거마공원은 부서지는 물줄기처럼 빛나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공원에 하나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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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수은주가 32도를 웃도는 6월 25일 거마공원에서 만난 수필가 신영규(53, 전주시 삼천동-지역에서 왕성히 활동)씨는 "단절과 격리일색인 현대 도시환경에서 희귀종인 맹꽁이로 대표되는 자연이 있고, 어린이를 위시한 전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고 놀이와 학습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여기는 참으로 소중한 공간이다. 창작을 위하여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데 막히면 거마공원을 맹꽁이 소리를 들으며 소요하다 보면 막혔던 글이 술술 풀리곤 한다"라며 "이 소중한 공간을 잘 보전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발과 보전은 항상 대립되는 개념으로 개발을 하면 으레 환경은 파괴되고 희생되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6.25의 폐허 속에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한때 개발을 위해 환경은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그런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환경의 희생을 겪고 나서야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해 환경보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겠다.

맹꽁이가 서식할 습지를 조성해주는 일을 한 환경단체가 한 것뿐인데 불과 1년 만에 서로 단절된 도시민들의 세대 간 구분이 무너지고 놀이와 학습 더 나아가 생태학습의 장으로 기능하면서 보호종인 맹꽁이까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의 복합공간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고 이웃 간 단절이 일상화되고 자연은 멀리 청정지역에 가서야 접할 수 있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놀이와 학습 자연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세대 간 소통이 활발한 전주시 삼천동의 거마공원과 삼천도서관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


태그:#맹꽁이놀이터, #맹꽁이우는도서관, #맹꽁이, #거마공원, #삼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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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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