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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9일 11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을 때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면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문득 아홉 살인 우리 반 아이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아홉 살 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이 다음에 제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교과서에 나오는 그 어떤 자료보다도 가장 훌륭한 교육자료이면서 그 어떤 공부보다 값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 날은 교과서를 버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으로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2교시를 끝내고 쉬는 시간에, 칠판에 '고 노무현 전대통령 영결식'이라는 말을 써 놓고는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놀던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선생님, 영결식이 뭐예요?"하더니

"아 맞다! 오늘 노무현 대통령 제사지내는 날이다"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내가 많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나는 참 슬퍼요."하면서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뒤에 아이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의 차이를 얘기해 보았고, '죽었다'는 말을 가진 다른 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살'이 뭔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초상'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국민장'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 3일장과 7일장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저는 검은 색 옷을 입고 출근하면서 장례식 때의 옷차림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29일, 고 노무현 전대통령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故(고)'는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前(전)대통령'이라는 말은 예전에 대통령을 했던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영결식'은 죽은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식을 말해요. 지금부터 지난 23일에 돌아가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식인 영결식을 서울에 있는 경복궁 뜰에서 하는데, 우리는 갈 수 없으니까 중계방송으로 지켜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늘나라로 편안하게 가실 수 있게 빌어드렸으면 해요."

 

 모니터 화면에는 새벽에 봉하에서 떠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은 까만색 리무진 차가 400km 가까운 길을 달려 영결식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입니다. 칠판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서 경상남도 봉하와 서울의 위치를 알려 주었습니다.

 

 

 이윽고 까만 리무진 차가 도착하자 영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고, 고개 숙여 '묵념'도 했습니다. 그 다음에 아이들은 제가 설명하기도 전에 텔레비전에 글자가 나올 때마다 먼저 묻습니다.

 

 "선생님, '조사'가 뭐예요? 경찰 조사를 말하는 거예요?"

 "경찰 조사할 때 쓰는 '조사'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조사는 그 '조사'와 다른 말로, '죽은 사람한테 하는 슬픈 말'이란 뜻이에요."

 

영결식을 보는 내내 아이들은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열심히 답해 주었습니다.

 

 특히 종교의식을 할 때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네 종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얘기했습니다. 아직 아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 말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직 다른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이 2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렵겠지만, 이번 영결식을 지켜보며 내가 믿고 있는 것과 다른 종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살아있을 때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 별명 중에 '바보' 별명이 가장 좋다는 말이 나올 때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은 누가 '바보'라고 하면 싫은데 '바보'라고 해도 좋다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 이상하다 했습니다.

 

 3·4교시는 원래 국어 읽기교과서를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분명히 두 시간동안 나가야할 읽기 교과서 진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읽기교과서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동안 영결식 중계방송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시간동안 읽기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워 알았습니다. 국어만 배운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2학년 교육과정내용을 뛰어넘는 나오지 않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의식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철학, 과학, 예술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보고 듣고 배운 것을 그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초등교육, #노무현대통령, #살아있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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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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