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만에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 김형만

관련영상보기


주말 저녁 라디오에서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이인규 신임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겸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비는 사람이 재배하는 농작물은 건드리지 않고 농작물에 유해한 해충과 곤충을 잡아먹어 농가에 유익한 조류이자 사람과 친근한 조류이지만 그 개체수가 감소해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도심에서는 보이지 않은 지 오래고 시골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귀소성(歸巢性)이 강한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초가집과 기와집이 사라지면서 둥지를 틀수 있는 곳이 없어져 번식할 수 없고 농약과 살충제 사용으로 먹이가 감소한 것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삶과 문화에 너무나 친숙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때가 왔다"면서 "제비가 돌아오는 5월 개체수를 파악해 심각한 상황이면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봄이면 집집마다 제비 식구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것을 많이 봤고 담 너머로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러나 주거지의 서구화와 농약 및 살충제의 사용이 제비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먹이를 줄여, 친근했던 제비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빨랫줄에 앉아 지저귀는 제비 한 쌍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비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뒤뜰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뒤뜰 빨랫줄에 매달려 지저귀는 소리 같았다. '제비가 왔어요!'하는 집사람의 목소리에 아이들과 뒤뜰로 나갔다.

암수 한 쌍이 빨랫줄에 앉아 요란하게 지저귀며 처마 밑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했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둥지' 틀 장소를 찾는 듯했다. '빨래 위에만 앉아있네, 어머~ 빨래까지 물어뜯고… 쫒아버릴까?'하는 아내를 '그냥 두자, 내쫓으면 제비를 못 볼 수 있어'라고 말렸다. 우리 가족은 제비가 놀라서 도망이라도 갈까 목소리까지 낮춰 조용조용 말했다.

호기심 많은 막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 제비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잠시 기다려도 제비가 오지 않아 '이젠 안 오나? 정말 가버렸나?'하며 허탈해하고 있는데 두 녀석이 후루루 날갯짓하며 찾아와 빨랫줄에 앉아 지지배배 지저귀었다.

방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제비가 우리 집에 둥지를 만들면 잘 있다가 갈 수 있도록 해 내년에 또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며 우리 식구로 맞이하자고 약속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디를 갔다 오는지 제비들의 외출이 잦아졌다. 제집 들랑거리듯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지저귀는 제비 한 쌍 때문에 뒤뜰은 시끄러웠고 머물렀던 자리 밑에는 녀석들의 배설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제비집 못 짓게 할까?"
"아니야, 만약에 집을 지으면 집 밑에 '응아' 받이를 대줄게. 당분간은 닦아내야지, 뭐."

당신을 뒤뜰 주인으로 임명합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제비들이 머문 자리 바닥엔 배설물만 쌓이네!
 시끄럽게 떠드는 제비들이 머문 자리 바닥엔 배설물만 쌓이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혹시 저 녀석들 다른 친구 데리고 오는 거 아냐?'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하면서 글을 쓰는 지금도 두 녀석이 빨랫줄에 앉아 지저귀고 있다. 이젠 익숙해졌다고 뒤뜰로 나가도 도망도 잘 안 가는 제비를 보며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아예 죽치고 앉아 있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싫지는 않은 듯하다. 앞으로는 제비 부부에게 뒤뜰을 내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곳이다' 생각되면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길러 여름을 나고 다시 강남으로 떠날 때까지 말이다.

어린 시절 집에 제비집이 하나 있었다. 제비는 해마다 찾아와 새끼를 낳아 길렀다. 그러나 제비둥지가 있는 위치가 문제였다. 하필 둥지를 튼 자리가 부엌입구였고 수도가 있는 곳이었다. 복을 물어다주는 새라 생각해 불편을 참던 어머니가 부엌과 수돗가를 드나들다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제비가 떠난 빈집을 헐어버리셨다. 그 후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제비가 찾아왔다.

그동안 사람들은 제비를 홀대한 것 같다. 제비 둥지와 먹이를 빼앗아 버린 것이 제비 개체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기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곁에서 제비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확인된 일이고. 그때까지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나 제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제비를 보호하고 제비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적어본다.

말리고 있는 빨래 위에만 앉는 제비
 말리고 있는 빨래 위에만 앉는 제비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뉴스,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따뜻한 사회, 따뜻한 사람,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사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